고약한 영국 코로나 변종…감염성 키우는 돌연변이 '종합판'

중앙일보

입력 2020.12.22 05:00

폐쇄된 영국 도버 항구. 21일 프랑스는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우려로 인해 48시간 동안 영국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화물 트럭은 해상 또는 유로 터널을 통과할 수 없게 됐고, 도버 항구는 출국 교통이 차단됐다. EPA=연합뉴스

폐쇄된 영국 도버 항구. 21일 프랑스는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우려로 인해 48시간 동안 영국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화물 트럭은 해상 또는 유로 터널을 통과할 수 없게 됐고, 도버 항구는 출국 교통이 차단됐다. EPA=연합뉴스

영국에서 보고돼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변종은 기존의 변종들보다 많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월 20일 첫 발견된 변종 바이러스
영국 전문가 유전자 분석 결과 발표

다른 변종보다 훨씬 빠른 진화 속도
"전례 없을 정도로 많은 돌연변이"

특히, 기존 변종들에서 개별적으로 나타났던 돌연변이들을 동시에 보유해 감염력이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새 변종은 통제 불능 상태"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에딘버러·버밍험·옥스포드 등 영국 대학의 전문가들은 21일(현지 시각)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유전정보) 정보 공유 사이트(virological.org)에 영국에서 새로 출현한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예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3개월 만에 신규 환자의 62% 차지

지난 14일 영국 런던 시민들이 웨스트 민스터에서 열린 백신 및 봉쇄 방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확산하면서 영국 보건당국은 런던 등지에 4단계 규제를 발령, 크리스마스 기간 가족 외에 외부 사람과는 모임을 가질 수 없도록 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4일 영국 런던 시민들이 웨스트 민스터에서 열린 백신 및 봉쇄 방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확산하면서 영국 보건당국은 런던 등지에 4단계 규제를 발령, 크리스마스 기간 가족 외에 외부 사람과는 모임을 가질 수 없도록 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B.1.1.7(VUI-202012/01)로 명명된 새 변종은 지난 9월 20일 영국 동남부 켄트 카운티에서, 9월 21일에는 런던에서 처음 수집됐다.

이후 꾸준히 늘어나 지난 15일까지 모두 1623개의 B.1.1.7 바이러스 시료가 수집됐는데, 519개는 대(大) 런던(Greater London) 지역에서, 555개는 켄트 지역에서, 545개는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등 영국 내 다른 지역에서, 4개는 덴마크·벨기에·네덜란드·호주에서 수집됐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새 변종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영국 내에서 새 변종은 지난 11월 초 신규 감염의 28%를 차지했는데, 지난 9일에는 전체 코로나19 감염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이 변종은 확진자 1명이 몇 명에게 병을 전파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 재생산지수를 최대 0.4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돌연변이로 아미노산 14곳 교체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새 변종은 최초 보고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교해서 단백질에서 아미노산 교체로 이어지는 돌연변이를 14개(7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발생)나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숫자보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세 군데에 아미노산 결실(deletion)도 있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 (돌연변이) 속도는 한 달에 1~2개꼴로 일정하지만, 새 변종 바로 위 조상에 이르면서 진화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새 변종의 여러 돌연변이 중에서도 N501Y 돌연변이에 주목하고 있다.

N501Y는 수용체 결합 부위(RBD)의 501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N)에서 타이로신(Y)으로 바뀐 돌연변이다.

수용체 결합 부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 단백질의 한 부분인데, 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 세포의 수용체인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2(ACE2)와 직접 접촉하고 결합하는 부위다.

이 돌연변이로 인해 스파이크 단백질과 수용체가 더 잘 결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포에 더 잘 침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기존 변종 돌연변이를 한꺼번에 보유

21일 영국 런던 서부 히드로 공항 제2 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들이 체크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영국에서 새로운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영국에서 오는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한 상태다. AFP=연합뉴스

21일 영국 런던 서부 히드로 공항 제2 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들이 체크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영국에서 새로운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영국에서 오는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한 상태다. AFP=연합뉴스

두 번째 주목하는 돌연변이는 P618H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618번 아미노산이 프롤린(P)에서 히스티딘(H)으로 교체된 것이다.

이 돌연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두 하부 구조(subunit) S1과 S2 사이를 잘라주는 퓨린 절단 부위 인근에서 발생했다.

퓨린 절단이 일어나면 바이러스가 호흡기 상피세포로 더욱 잘 침투할 수 있는데, 이 P618H 돌연변이는 퓨린 절단이 잘 일어나도록 도와줄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N501Y 돌연변이와 P618H 돌연변이가 서로 다른 변종에서 따로따로 발견된 적은 있지만, 한 변종 내에서 동시에 발견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N501Y 돌연변이의 경우 지난 4월 브라질에서 처음 보고됐고,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빈도가 증가하는 돌연변이다.

이와 함께 스파이크 단백질의 69번, 70번 아미노산이 빠진 '결실'은 다른 변종들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덴마크 밍크를 감염시킨 Y453F(453번째 아미노산이 타이로신에서 페닐알라닌(F)으로 바뀜) 돌연변이에서도 이 아미노산 결실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런 여러 돌연변이가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이 바이러스 변종이 새로운 특성을 지닐 가능성도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혈장 치료 환자에서 첫 출현 가능성

90세인 마가렛 키닌이 지난 8일 영국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0세인 마가렛 키닌이 지난 8일 영국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이 변종이 만성적으로 감염된 환자, 즉 면역이 결핍됐거나 면역이 억제된 환자로부터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4개월 혹은 그 이상 바이러스를 지속해서 배출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혈장 치료, 즉 항체가 들어있는 회복 환자의 혈장을 주사하기도 하고, 렘데시비르라는 약물로 치료하는데, 이런 치료가 변종이 출현하도록 하는 선택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가설을 제시했다.

면역 결핍이나 높은 항체 농도 등 일적인반 감염 상황과 다른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바이러스가 더 많은 돌연변이를 갖게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연구팀은 "다수의 유전적 변화를 가지고 있는 이 변종이 영국 내에서 빠르게 확산한 점을 고려할 때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게놈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변종이 나타났다고 해도 백신의 효능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신이 전체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에 일부 아미노산이 바뀌는 수준의 돌연변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옌스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이날 ZDF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아는 것들에 비춰볼 때 변종은 백신들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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