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침공해 반도체 장악? ‘그래봤자 헛방’ 속쓰린 시진핑

중앙일보

입력 2020.12.22 05:00

지난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중국 반도체를 읽다 ⑳ : 中 반도체, 미워도 의지할 건 대만뿐

자신만만했다. IT 굴기(崛起)는 식은 죽 먹기라 생각했다. 세계 시장에서 활약한 화웨이를 믿었다. 중국 지도부 생각이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지난해까지 얘기일 뿐이다. 2019년 8월 미국이 제재를 시작했다. 중국을 제어하는 미국의 ‘목줄’은 반도체였다. 자신들이 가진 반도체 장비·기술 ‘저작권’ 이 무기였다. 세계 반도체 기업에 화웨이와 거래하지 말라 엄포를 놨다. 1년 6개월이 넘게 제재가 이어지자 대다수 화웨이 제품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오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노트북, 태블릿 PC, 이동통신 기지국, 서버 등등.. 자신만만하던 화웨이의 모습은 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맘먹고 목을 죄니 시진핑 주석, 옴짝달싹 못 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 IT 산업이 외면했거나 잊고 있던 현실을 드러냈다.

대만이 없으면 중국 IT는 허깨비였구나…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제재는 미국이 했는데 왜 대만인가. 풀어보면 이렇다.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가성비로 경쟁했다. 그걸 지탱해 준 게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다. 화웨이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대다수가 TSMC 손을 거쳤다.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와도 거래했지만 누가 뭐래도 화웨이는 TSMC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물론 중국 업체도 반도체를 생산한다. 하지만 내수 시장에나 겨우 통할 저품질이다. 해외 시장에 먹힐 고품질 제품, TSMC 몫이었다.

장루징 전 SMIC 회장. [시나닷컴 캡처]

장루징 전 SMIC 회장. [시나닷컴 캡처]

TSMC도 중국을 신경 썼다. 중국이 시장의 큰손이란 점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라서 특별대우해 준 것도 있다. 정치적으론 으르렁대는 중국과 대만이지만, 기본적으로 한 식구라는 생각이 있다. 경제적으론 대륙과 공생해야 한다는 대만 경제계의 생각도 강한 편이다.

중국 반도체 역사도 대만과 밀접하다. 중국 파운드리인 SMIC(중신궈지·中芯國際) 창업자는 대만인 장루징(張汝京)이다. 그는 TSMC 창업자 장중머우(張忠謀) 전 회장과 미국에서 함께 일했다. 화웨이는 알게 모르게 TSMC에 ‘동향(?) 프리미엄’을 누린 셈이다.

지난 9월 대만 차이잉원 총통(가운데)이 대만을 방문한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환영 만찬 자리에서 장중머우(張忠謀) TSMC 창업자와 사진을 찍었다.[대만 총통실 트위터 캡처]

지난 9월 대만 차이잉원 총통(가운데)이 대만을 방문한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환영 만찬 자리에서 장중머우(張忠謀) TSMC 창업자와 사진을 찍었다.[대만 총통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홍콩 사태 후 대만 차이잉원 행정부는 노골적으로 친미·반중 행보를 보인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TSMC가 9월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다. 화웨이로선 아쉬운 소리를 할 곳이 갑자기 사라진 셈이다. 자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들었다고 우쭐댔지만, 만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아무 소용이 없다. 화웨이, 급기야 알짜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까지 팔았다.

중국 IT의 취약점은 반도체, 심하게 비약하면 ‘대만’이었던 셈이다. “중국 경제와 기술 발전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이 결국 TSMC와 같은 대만 기업” 이란 평가(디플로맷)가 나오는 이유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이런 상황이 오자 반도체 자립을 독려한 시진핑 주석이다. 전부터 강조했지만 급한 마음에 더 채근했다.

그러나 그게 단기간에 되나. 당장 부품(반도체)이 모자라 물건을 못 만들어 기업이 망하게 생겼다.

확 대만에 쳐들어가 TSMC 장악해버려?

지난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이 이런 생각을 할 법도 하다는 게 서구 언론 생각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그 이유는 ‘반도체’ 일 것(아시아타임즈·디플로맷)”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렇다고 대만을? TSMC 때문에?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쉽지 않다는 게 디플로맷 분석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한 번 이유를 들어보자.

중국과 대만, 군사력으론 비교가 안 된다. 마음먹으면 대만 침공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전을 각오해야 한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국제사회의 인심을 잃었는데 대만 침공은 자신들의 악명(?)을 더 키우는 꼴이다. 디플로맷은 “대만 침공은 중국 지도부가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취하려는 다소 희박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설령 대만을 침공해 TSMC를 장악해도 기술을 얻을 거란 보장이 없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처럼 TSMC도 해외 우수 인력을 채용해 고급 기술을 개발했다. 대만인이 아닌 외국인을 중국이 마음대로 억류해 기술을 빼낸다? 정치적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여기에 TSMC도 미국의 ‘반도체 저작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TSMC를 중국이 장악한다면 당장 미국은 TSMC에도 제재를 가할 것이다. 얼마 전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SMIC처럼 말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라는 TSMC 위상, 금방 사라질 게 분명하다.

TSMC 공장 내부 모습. [TSMC 홈페이지 캡처]

TSMC 공장 내부 모습. [TSMC 홈페이지 캡처]

종합해보면 TSMC 하나 얻으려고 대만을 침공하는 '고위험 도박'을 시 주석이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반도체 기술이 없으면 중국 IT는 죽는다. 힘들어도 기술 자립을 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플로맷은 “화웨이와 SMIC 모두 미국의 원천 기술이 없는 반도체 제조 라인 구축에 힘쓰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다시 대만이다.

장상이(蔣?義) 전 TSMC 부사장.[사진 바이두바이커]

장상이(蔣?義) 전 TSMC 부사장.[사진 바이두바이커]

미우니 고우니 해도 중국이 믿고 의지할 곳이다. 16일 SMIC는 TSMC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장상이(蔣尙義·74)를 최고 경영자(CEO)로 임명했다. 반도체 업계 40년 경력의 장상이는 0.25마이크로미터(㎛), 16나노미터(㎚) 공정 개발을 이끌며 TSMC를 업계 1위 파운드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었음에도, 지난 여름 사업이 좌초된 반도체 업체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의 CEO가 장상이였다. 그럼에도 또 기용한 것이다. 미국 제재에 숨통이 막힌 중국 반도체 업계가 기댈 게 대만 반도체의 '올드보이' 뿐이란 현실을 보여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를 방문,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 전문 업체로 극자외선(EUV)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를 방문,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 전문 업체로 극자외선(EUV)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다. [사진 삼성전자]

우리는 어떨까. 디플로맷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중립을 취하려 한다"며 "이런 가운데 TSMC의 유일한 경쟁자인 삼성전자의 존재는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평가한다. 역시 믿을 건 기술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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