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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은 망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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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지난 5일 들른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는 개점휴업이었다. 주말 운항이 없는 로비에 일부 근무 요원만 눈에 띄었다. 현재 김해공항 국제선은 중국 칭다오 간 주(週) 1편이 유일하다. 10월에 출국이 허용됐고, 이달부턴 입국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제선이 주 1270편인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국내선 로비도 한산했다. 지난 1~6일 운항이 843편으로 11월 같은 기간보다 129편 줄었다. 탑승률도 83.7%에서 68.6%로 빠졌다. 코로나19의 3파가 시작하면서다.

1~8월 아태 지역 관광객 79% 줄어 #해외 관광객은 제2의 인구·소비자 #관광 멈춘 지금이 새 전략 짤 기회

대구공항도 마찬가지다. 국제선은 지난해 12월 주 평균 248편이었지만 지금은 1편(대구-옌지)뿐이다. 국내선 탑승률은 같은 기간 78.9%에서 약 20%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부른 항공 산업의 급전직하다.

내국인 출국(아웃바운드)과 외국인 입국(인바운드)은 최악의 빙하기다. 아웃바운드는 올 1~10월 41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였다. 그것도 코로나가 시작된 1, 2월에 86%가 집중됐다. 인바운드도 같은 추세다. 1~10월 239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84%가 줄었다. 세계 동시 코로나 쇄국 여파 때문이다. 여행 문턱은 낮아졌지만, 아직 52개 국가·지역이 입국 금지를 하고 있다. 111개국은 시설·자가 격리, 검역 강화 등 조치를 시행 중이다. 해외여행은 여전히 언감생심이다.

이웃 일본은 우리보다 더 심하다. 3월~9월 아웃바운드가 월 4만명을 넘은 적이 없다. 인바운드는 숫자가 무색하다. 5월은 1663명, 6월 2565명이었고 9월 들어 1만명을 넘겼다. 지난해 사상 최다인 3188만명을 기록하다 보니 4~6월은 전년 월 대비 99.9% 줄었다. 경제적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바운드는 일본 경제에 하나의 버팀목이었다. 2018년 일본 내 인바운드 소비액은 4조5000억엔이었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액(4조225억엔, 2017년 기준)을 웃돌았다. 국내 여행 장려책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은 인바운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서소문 포럼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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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관광 현주소는 글로벌 축소판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집계 올 1~8월 국제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줄었다. 지난해 전체는 14억6200만명이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감소 폭(79%)이 가장 컸다. 관광 수입 손실액은 7300억 달러나 됐다. 2009년 세계 경제위기 당시 관광 감소액의 약 8배 규모다. 관광산업의 세계 GDP 비중은 약 10%다.

전문가 예측은 암울하다. WTO 패널 대다수는 국제 관광이 내년 3분기에나 반등할 것으로 본다. 2022년 반등을 예상한 전문가도 20%나 됐다.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은 2023년이 돼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가 세계 관광을 삼킨 꼴이다. 하지만 관광은 망하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내외국인 1600명 조사 결과, 코로나 백신 개발 이후 내국인 70%, 외국인 82%가 해외여행 의사를 밝혔다.

관광 빙하기는 관련 인프라 정비의 기회다. 안심·안전이 시대 정신이 됐다. 공포로부터의 해방에 초점을 맞춘 조치는 선결과제다. ‘다닥다닥’이 ‘뜨문뜨문’으로 바뀌어야 한다. 칸막이 문화가 경쟁력이다.

인바운드 측면에서 보면 지방 공항의 관문 역할이 긴요하다. 지금은 인천공항을 통한 인바운드가 약 70%다. 공항마저 수도권 공화국이다. 김해·무안공항 이용 외국 관광객의 심층 분석이 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는 시사점이 많다. 그들이 보고 느낀 문제점이 곧 과제다.

가장 큰 애로는 의사소통 문제였다. 새로운 관광지를 가고 싶어도 한국어를 모르면 어렵고, 음식점과 교통수단 접근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외국인 친화적 소프트웨어 구축이 급하다. 공항과 지하철의 실내 연결, 공항-관광지 간 버스 개설도 개선점으로 나왔다. 유명 관광코스, 재미있는 투어가 있으면 공항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점을 선으로 이어달라는 주문이다. 다른 지방 공항도 사정은 거기서 거기다.

관광은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아닌가. 인바운드는 인구 감소의 지방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기도 하다. 해외 관광객을 제2의 인구와 소비자로 보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관광이 멈춘 지금은 백지상태에서 전략을 다시 짤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무역입국을 열어젖힌 우리가 관광입국을 이루지 못할 까닭이 없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