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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준호의 사이언스&

지금은 5G도 벅차지만…10년 뒤엔 인공위성 이용한 6G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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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준호 기자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이젠 더는 큰 병원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울릉도에 있는 환자가 원격 수술로봇에 누워 실시간으로 서울 대학병원의 전문의사로부터 심장수술을 받는다. 신체에 붙어있는 100개의 센서는 몸의 이상 유무를 24시간 체크하고, 계약을 맺은 병원에 알려준다. 여객기 속은 물론, 해상·해저·사막 등 지구 어디서든 자유롭게 전화할 수 있다. 고속으로 달리는 완전자율주행차가 도로 상황, 날씨, 사고 지점을 파악해가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승객을 데려다준다….’

‘5G 속도 4G 20배’ 홍보 과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 기술 #세계 주요국, 벌써 6G 기술 경쟁 #“미래 산업 생태계 패권 잡기”

무슨 공상과학(SF) 영화 같은 얘기냐고 하겠지만, 앞으로 10년 후, 지금의 50대 초반이 환갑을 넘긴 때쯤의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꿈같은 세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핵심 공통기술이 하나 있다. 바로 6세대(G) 이동통신 기술이다. 5G 서비스도 제대로 안 돼 ‘대국민 사기극’이란 소리가 나오는 마당에, 뜬금없는 6G냐는 원성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렇게 욕을 먹어가면서도 현재를 미래로 이끌어간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1984)은 21세기에도 계속, 아니 더 가속화된다.

사이언스 메인 그래픽

사이언스 메인 그래픽

돌이켜보면 잠깐이다. ‘카폰’이란 게 있었다. 국내엔 1984년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 폰은 차량 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주차 브레이크 뒤쪽 위쯤 놓여있었다. 무전기도 아닌 것이, 달리는 차 안에서 유선전화처럼 자유롭게 통화를 할 수 있는 카폰이 당시 고교생이던 기자에게 ‘미래의 충격’이었다. 카폰은 1세대(G) 이동통신 기술인 아날로그(AMPS) 방식을 처음 적용한 사례였다. 차량 뒤쪽에 길쭉한 안테나를 달고 있던 이 카폰 차량은 말 그대로 부(富)나 권력의 상징이었다.

이후 1988년 ‘벽돌폰’이란 별명이 붙은, 흡사 전쟁영화 속 무전기를 닮은 모토로라의 1세대 이동통신 전화기가 나왔다. 이 역시 일반인들이 쓰기엔 무리였다. 당시 돈으로도 대당 400만원의 고가 장비였던 탓이다. 여전히 전화라고 하면 모름지기 스프링줄이 달린 유선전화였다. ‘머잖은 미래에 1인1전화 시대가 올 것’이란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대개들 ‘설마…’ 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기술은 세월보다 더 빠르게 흘렀다. 1990년대 초 ‘삐삐’로 불리던 무선호출기가 보편화되고, 이어 1996년 CDMA로 불린 2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후 2002년에 3세대, 2011년에 롱텀에볼루션(LTE)으로 불린 4세대 이통통신까지 나왔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동통신의 역사를 읊은 건, ‘LTE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5G·6G를 강요하느냐’는 소비자들의 불만과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다. 이승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기획전략실장은 “이동통신을 과거의 ‘전화 통화’개념만 볼 때는 기존 기술만으로도 차고도 넘친다”며 “문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주된 기술이 융합돼 신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데이터를, 지연 없이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생태계 발전 경로

이동통신 생태계 발전 경로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불만엔 애초 정부의 과장된 발표가 한몫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부터 ‘세계 최초’를 목표로 5G 도입을 서둘렀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5G를 ‘최신 4G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이상 빠르고 끊김이 없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처음 시작한 5G 서비스의 속도는 4G의 2~4배에 불과했다. 문제의 원인은 정부가 가장 빠른 서비스를 기준으로 5G를 홍보한 데 있었다. 5G를 구현하는 전파 대역은 3GHz와 28GHz가 있는데,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파수대역으로, 기지국 비용이 덜 드는 3GHz를 깔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지국을 좀 더 촘촘하게 깔아야 하는 28GHz 대역은 대도심의 핫스팟이나, 산업용으로 쓰는 게 효율적”이라며 “5G 전국망은 3.5GHz로 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직 5G가 정착도 못 한 단계이지만, 세계는 벌써부터 10년 후 세상 속에나 나올 6G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경우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통해 6G 관련 개발에 이미 착수했다. 중국도 공업정보화부를 통해 6G 연구를 시작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6G 통신을 실현하기 위해 관민(官民)연구회를 올해 초 발족했다. 한국 역시 올 8월 ‘6세대 이동통신 시대 선도를 위한 미래 이동통신 연구개발(R&D)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다.  6G는 초당 100기가비트(100Gbps) 이상의 전송속도를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이동통신 최대 속도 20Gbps보다 5배 빠르다. 전세계 어디나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를 위해 기존 기지국 외에 인공위성도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최성호 과기정통부 통신·전파 PM은 “5G가 그렇듯 6G도 세계 주요국들이 2030년을 목표로 미래 산업 생태계의 패권을 잡기 위해 앞다퉈 기술개발에 들어가고 있다”며 “국가 간 경쟁이 뜨거운 만큼 실제론 2030년보다 1~2년 앞서 6G가 도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8GHz 5G도 그렇지만, 10년 뒤 나올 6G는 B2C(기업-소비자 거래)라기보다는 B2B(기업 거래)나 B2B2C(기업-기업-소비 거래) 위주로 쓰이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원격의료 등을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분야의 미래 기술 뒤에 있는 5G, 6G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인류의 예상을 벗어나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해왔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