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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해체법 발의한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자리 꿰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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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권이 다시 정·관 출신 판이 됐다. 은행연합회 등 각종 금융 관련 협회장과 유관기관장에 이어 보험연수원장에도 3선 의원인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민간이 맡았던 금융권 협회 수장 #정치인·관료 출신이 대부분 접수 #“낙후한 한국 금융 뒤엔 낙하산”

보험연수원은 21일 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새 원장 후보로 민 전 의원을 단독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민 전 의원은 3선 의원(17·19·20대)으로 20대 국회에선 금융권을 담당하는 정무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달 차기 은행연합회장에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밀려 선임되지 못했다.

최근 금융권에 자리 잡은 정치인·관료 출신 인사

최근 금융권에 자리 잡은 정치인·관료 출신 인사

올해 연말 교체된 금융권의 각종 협회와 유관기관의 수장 자리는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휩쓸고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은 금융위원회 출신이고, 유광열 SGI서울보증 사장은 금융감독원 출신이다. 정치인 출신으로는 보험연수원장을 지내다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희수 전 의원이 있다. 정 전 의원은 3선 국회의원으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금융기관들도 관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직의 경우 최준우 전 증선위 상임위원이 하마평에 오른다. 김광수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된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에도 금융위와 금감원 출신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권은 그동안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해지며 잠시 새 바람이 불기도 했다. 손보협회장을 시작으로 민간 출신 인사로 바뀌기 시작해 2016년 6월에는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대 협회 모두 민간 출신 인사가 자리를 채웠다. 보험연수원장이 된 민 전 의원도 지난 2014년 5월 퇴직 후 10년 간 취업 이력 공시제를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 ‘관피아 해체 3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새 바람은 금세 잦아들었다. 현재는 6개 주요 금융협회 중 5곳의 수장이 모두 정·관 출신으로 바뀌었다. 민간출신은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유일하다. 2014년과 2017년 모두 민간 출신을 회장으로 뽑은 은행연합회와 생보협회도 이번엔 정·관 출신을 회장으로 뽑았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부상으로 금융 정책 변화 속도가 빨라진 데다, 사모펀드 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르며 기류가 변했다. 민감한 현안을 푸는 데 정·관 출신 인사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업계의 판단이 깔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간 출신 인사가 회장을 하면 금융당국에 소위 ‘말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보험사들도 많이 느낀 거로 안다”고 말했다.

관피아 인사에 대한 반발도 이어진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관피아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며 손 이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천막 농성을 벌였다. 금융소비자연맹도 지난달 “금융협회장에 관피아, 모피아, 정피아가 앉는 것은 공정한 금융시스템의 운영과 소비자권익 침해, 금융산업의 개혁을 저해한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동북아 금융허브가 실패하는 등 한국 금융산업이 낙후된 배경에는 낙하산 인사가 있다”며 “금융당국 공무원들이 규제를 쥐고 있어야만 재직 중엔 대우를 받다 퇴직 후에 고연봉의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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