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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 샷 쳐야지’ 농담까지도, 찰리는 타이거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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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회 마지막 날 우즈와 아들 찰리는 특유의 붉은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똑같이 입고 나왔다. [AP=연합뉴스]

대회 마지막 날 우즈와 아들 찰리는 특유의 붉은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똑같이 입고 나왔다. [AP=연합뉴스]

“드로 샷을 쳐야 하는 홀이야! (DRAW HOLE!)”

대회 내내 전세계 화제 우즈 부자 #찰리, 토머스 짓궂은 농담 되갚아 #친모 노르데그린, 딸과 함께 응원

13번 홀에서 타이거 우즈(45)의 아들 찰리(11)는 함께 경기하던 저스틴 토머스 부자의 공이 벙커에 빠지자 볼 옆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이 메모는 원래 토머스의 아버지 마이크가 만든 것이다. 토머스 부자는 하루 앞서 열린 프로암에서 찰리가 공을 벙커에 빠뜨리자 공 옆에 이 메모를 남겼다. 티샷을 실수해서 벙커에 빠졌다고 놀리는 내용이다. 우즈와 토머스는 연습라운드 때 서로 짓궂은 농담을 나누는 사이다.

PGA 투어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20일(한국시각) 미국 올랜도의 리츠 칼턴 골프장. 같은 홀에서 토머스 부자가 공을 벙커에 빠뜨리자 찰리가 이 메모로 갚은 것이다. 저스틴 토머스는 “찰리 행동은 딱 우즈가 하던 방식이다. 놀림을 당한 메모를 버리지 않고 보관했다가 상대가 같은 실수를 하면 똑같이 갚는다. 딱 부전자전”이라고 말했다.

우즈 부자는 21일 대회 2라운드에 빨간색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똑같이 입고 나왔다. 우즈가 최종 라운드 때 늘 입던 그 스타일이다. 아들은 ‘골프 황제’의 미니미 같았다. 우즈 부자는 이글 2개, 버디 7개, 보기 1개로, 전날처럼 10언더파를 쳤다. 이글은 모두 찰리가 티샷하고 우즈가 그린에 올린, 부자 합작품이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7위로 우즈 부자가 받은 상금은 4만7000달러(5167만원)다. 만 11세의 찰리는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참가자다.

경기장에서 딸 샘 알렉시스(오른쪽)와 함께 응원에 나선 우즈의 전처이자 찰리의 생모 엘린 노르데그린. [AP=연합뉴스]

경기장에서 딸 샘 알렉시스(오른쪽)와 함께 응원에 나선 우즈의 전처이자 찰리의 생모 엘린 노르데그린. [AP=연합뉴스]

미국 언론은 “둘은 스윙도 닮았고, 어려운 퍼트를 성공시키면 하늘에 어퍼컷을 휘두르는 습관도 비슷하다. 메모 사건에서 보듯 유머 감각도 아버지를 빼닮았다”고 평했다. 우즈는 대회가 끝난 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찰리 우즈는 8월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어린이 대회에서 2승을 했다. 우즈는 “나도 못하던 동작을 아들이 한다”고 자랑했다. 그렇다고 10세 무렵 성적에 대단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한다고 다 좋은 대학에 가는 건 아니니까.

특히 미국에서는 어릴 때 치열하게 연습하지 않는다. 게다가 찰리는 그 누구보다 유리한 환경에서 자랐다. 좋은 유전자를 받았고, 최고 선생님에게 배우고, 집에 최고 연습장이 있다. 반면 수퍼스타의 2세는 과도한 기대,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아버지의 기적을 재현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산이 높을수록 골짜기는 깊다.

경기장에는 우즈의 전처이자 찰리의 친모인 엘린 노르데그린이 왔다. 찰리의 누나인 샘 알렉시스(15)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노르데그린이 코스를 찾아 우즈의 경기를 본 건 2009년 프레지던츠컵 이후 11년 만이다. 바로 그해 찰리가 태어났고, 우즈의 스캔들이 터졌다. 둘은 이듬해 이혼했다. 노르데그린은 지난해 풋볼 선수 출신 남성과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래도 첫 결혼에서 낳은 아들과 딸이 경기에 나설 때면 가끔 나타나 응원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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