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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보실에 ‘미국통’ 배치, 여권 “강경화 교체 않을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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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규덕 신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1일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노규덕 신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1일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1일 북핵 6자회담의 한국 측 수석대표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노규덕(57) 전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을 임명했다.

이도훈 후임에 노규덕 전 비서관 #김준구 평화비서관은 미국 전문가 #“강 장관 체제로 바이든 정부 대응”

정부의 한반도 라인 정비는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둔 ‘선수 교체’ 성격이 짙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역시 대미 전략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 신임 본부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를 포함해 관련국 대표들과 하루속히 긴밀한 소통 관계를 구축하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87년 입부(외무고시 21회)한 노 본부장은 중국과장, 주미 대사관 공사참사관, 한반도본부 평화외교기획단장, 주나이지리아 대사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외교부 대변인을 지낸 뒤 최근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 및 평화기획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업무 운용 방식이 합리적이고,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청와대는 신임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에는 김준구(54) 전 주호놀룰루 총영사(외시 26회)를 임명했다. 김 비서관은 북미2과장, 주미 대사관 공사참사관, 북미국 심의관, 국무조정실 외교안보정책관 등을 지낸 ‘미국통’이다. 소통 능력과 인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비서관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바이든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 카운터파트들과의 협의 역을 맡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강경화 장관과의 긴 호흡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노 본부장은 대변인으로 근무하며 지근거리에서 강 장관을 보좌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강 장관이 미국과 오래 소통해왔고 후임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교체보다는 강 장관 체제로 대미 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낫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도훈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장수 재임 기록을 남기고 물러났다. 3년4개월 동안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평화 이벤트에 깊숙이 관여했다.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는 ‘브로맨스’로 불릴 만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한·미 공조를 이어갔다. 북 측 인사가 “이 본부장을 보니 생각보다 한·미 관계가 긴밀하다”는 취지로 농담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정효식·강태화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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