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PD “욕망이 만든 괴물 ‘스위트홈’…모든 게 새로운 도전”

중앙일보

입력 2020.12.21 17:29

업데이트 2020.12.21 18:28

‘스위트홈’에서 차현수 역을 맡은 송강이 괴물과 싸우는 모습. [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 차현수 역을 맡은 송강이 괴물과 싸우는 모습. [사진 넷플릭스]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그 답을 ‘욕망’에서 찾는다. 하루아침에 이웃이 괴물로 변하고 아비규환이 돼버린 삶의 터전에서 인간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지, 혹은 따라서 괴물이 되어버릴지는 전적으로 자신 안에 숨겨진 욕망에 달려있다.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홀로 이사 간 낡은 아파트에서 온종일 죽음만 생각했던 고등학생 차현수(송강)는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에 놓였지만, 끝까지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제작비 300억 투입 K크리처 드라마 첫발
넷플릭스 공개 나흘 만에 42개국 톱 10
“인간 대 괴물 넘어 인간 대 인간 대결,
역경·고난 딛고 연대로 나아갈 힘 필요”

근육괴물부터 연근괴물까지 실감난 구현 

원작 웹툰에 등장한 연근 괴물(왼쪽)과 드라마에 등장한 연근 괴물. [사진 네이버웹툰, 넷플릭스]

원작 웹툰에 등장한 연근 괴물(왼쪽)과 드라마에 등장한 연근 괴물. [사진 네이버웹툰, 넷플릭스]

연근 괴물은 눈이 없어서 앞을 볼 수 없게 된 괴물에게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사진 넷플릭스]

연근 괴물은 눈이 없어서 앞을 볼 수 없게 된 괴물에게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사진 넷플릭스]

원작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는 동안 누적조회수 12억 뷰를 기록한 동명 웹툰(글 김칸비/ 그림 황영찬)이다. 그림으로 선보인 다양한 괴물의 실사화에 국내외 반응도 뜨겁다. 회당 30억원, 10부작에 총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인 만큼 운동에 미쳐 단백질을 달고 사는 ‘근육 괴물’부터 눈이 없어 앞을 보지 못하는 ‘연근 괴물’까지 실감나게 구현됐다. 지난해 K좀비 열풍을 불러온 ‘킹덤’에 이어 K크리처까지 주목받으면서 공개 나흘 만에 한국ㆍ말레이시아ㆍ필리핀 등 8개국 넷플릭스 차트 1위, 총 42개국에서 ‘오늘의 톱 10 콘텐트’에 올랐다.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링하는 이응복 PD. [사진 넷플릭스]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링하는 이응복 PD. [사진 넷플릭스]

21일 화상으로 만난 이응복 PD는 “‘스위트홈’은 보통 크리처물과 달라서 끌렸다”고 밝혔다. 작품이 아직 연재 중이던 2018년 12월 친구의 추천으로 원작 웹툰을 접한 그는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된다는 설정이 너무 참신했다”며 “어떻게 하면 원작의 긴장감과 쫄깃함을 드라마로 옮겨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를 인간 대 괴물의 싸움에서 인간 대 인간의 대결 구도로 풀어가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크리처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괴물과의 사투만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피로감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왜 괴물과 싸우게 됐는지, 그들이 싸우는 대상은 누구인지, 연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타쿠 성향이 강했던 차현수는 좀 더 측은함이 강조되고, 원작에 없던 소방대원 서이경(이시영) 캐릭터도 추가됐다. 이 PD는 “차현수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적 자아와의 싸움에서 괴물한테 먹히면 괴물이 되어버리므로 ‘밀당’을 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린홈 아파트 내에도 위기 상황을 통제하는 이은혁(이도현),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전직 깡패 편상욱(이진욱) 등 다양한 인물이 있지만 폐쇄적인 아파트 바깥에서 주민들을 구해줄 인물이 필요했어요. 강인한 여전사 같은.” 괴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윤지수(박규영), 이은유(고민시) 등 돋보이는 여성 캐릭터도 여럿이다.

“못 푼 이야기 많아…스핀오프 했으면”

소방대원 출신 서이경 역을 맡은 이시영. 고난도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사진 넷플릭스]

소방대원 출신 서이경 역을 맡은 이시영. 고난도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사진 넷플릭스]

전직 깡패 편상욱 역을 맡은 이진욱. 등장할 때마다 잔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넷플릭스]

전직 깡패 편상욱 역을 맡은 이진욱. 등장할 때마다 잔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넷플릭스]

“그린홈의 주민들 모두 각자 사연이 있는데 러닝타임의 한계로 다 살리지 못해서 아쉬워요. 괴물화 과정이 각기 다른데 욕망이 싹트고 그것과 싸우는 과정을 모두 보여주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미드 ‘로스트’처럼 회차별로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는 주인공을 두긴 했는데 기회가 되면 스핀오프 등 다른 형태로 풀어보고 싶어요.” 결말 부분에서 서이경과 편상욱이 새로운 반전을 암시하는 것을 두고 시즌 2를 노린 포석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대감이 형성되고 부서지는 과정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미스테리하게 표현한 부분이 있다”며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세계관을 확장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은숙 작가와 함께 한 ‘태양의 후예’(2016), ‘도깨비’(2016~2017), ‘미스터 션샤인’(2018) 등에서 섬세한 연출로 호평받은 그는 “이번 작품은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로맨스의 대가’는 제가 아니고 김은숙 작가님이죠. 저는 좀 더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것 같아요. 다만 징그러운 걸 싫어하는 편이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진짜 같을까, 위협적일까, 코믹할까 등 고민이 많았죠. 특히 근육괴물은 몸집도 큰데다 자기 과시를 위한 특유의 미소를 짓게 하기 위해 정말 고생했어요. 몇 달 동안 입을 찢었다가 피부톤을 바꿨다가 매 순간이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킹덤’ ‘반도’ 과정 다르지만 지향점 같아 

그린홈의 브레인 이은혁(이도현)을 중심으로 작전을 실행하는 주민들. [사진 넷플릭스]

그린홈의 브레인 이은혁(이도현)을 중심으로 작전을 실행하는 주민들. [사진 넷플릭스]

재개발을 앞둔 낡은 아파트의 모습이 잘 구현된 세트. [사진 넷플릭스]

재개발을 앞둔 낡은 아파트의 모습이 잘 구현된 세트. [사진 넷플릭스]

이를 위해 영화 ‘어벤져스’와 ‘아바타’를 작업한 레거시 이펙츠,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의 스펙트롤 모션 등 해외 VFX 업체와 협업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선 제로 베이스로 시작해야 하는 작업이 많아 해외 업체로부터 부분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1만1570m² (3500평) 규모의 세트장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한때 흥했지만 지금은 재개발을 앞둔 낡은 아파트 안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는 거잖아요. 극단적인 공포를 마주했을 때 어린아이로 돌아간 느낌을 묘사하고 싶어서 유치원도 넣고, 괴물화가 진행 중인 사람들을 격리하는 오락실이나 희생자를 묻는 무덤으로 사용되는 체력단련실 등 공간 구현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드라마 ‘킹덤’, 영화 ‘반도’ 등 최근 들어 인간과 또다른 생명체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과정의 밀도는 다르겠지만 지향하는 바는 일치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사투를 벌이면서 역경과 고난을 딛고 다시 연대하게 되는 힘이 필요한 거죠.” ‘킹덤’ ‘시그널’(2016) 등을 쓴 김은희 작가와 차기작 ‘지리산’도 준비 중이다. 전지현ㆍ주지훈 주연의 지리산 국립공원 레이저 이야기로 내년 상반기 tvN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 PD는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던 분들과 함께 돼 영광이다.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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