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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부 60%, 모 40%"···홀로 키운 몫 챙겨준 '솔로몬 재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수 고(故) 구하라씨 빈소. 뉴스1

가수 고(故) 구하라씨 빈소. 뉴스1

"12년간 친모 도움 없이 혼자 양육"

"(고 구하라씨) 아버지가 약 12년 동안 상대방(친모)의 도움 없이 혼자 양육한 것을 단순히 아버지의 미성년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의 일환이라고 볼 수 없다."

친오빠,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소송 #광주가정법원 "친부 20% 더 인정" #친부 측 변호인 "구하라법 통과" 촉구

 광주가정법원 가사2부(부장 남해광)는 지난 18일 가수 구하라씨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친모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소송에서 "구씨 유가족과 친모는 5 대 5가 아닌, 6 대 4의 비율로 구씨의 유산을 분할하라"고 주문했다.

 21일 구씨 친오빠 측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에 따르면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구씨 유가족들의 기여분을 20%로 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부모는 이혼을 하더라도 미성년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다"면서다.

 구씨는 만 28살이던 지난해 11월 24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친부는 자신의 상속분을 구씨 오빠인 구호인씨에게 양도했다.

 구씨 친모는 구씨가 9살이던 해에 친부와 이혼한 뒤 구씨 남매와 연락을 끊고 살아왔다. 이후 구씨가 사망하자 20년 만에 나타나 딸 소유 부동산 매각 대금 등 상속 재산 절반을 요구했다. 이에 구씨 오빠는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친모를 상대로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씨가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가수 고(故)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씨가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민법 제1009조 제2항은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혼인이 유지되는 동안 동거·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사정을 참작해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해 배우자의 상속분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무형의 기여 행위를,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상대방(친모)은 (성인이 되기까지) 약 12년 동안 구씨를 전혀 면접·교섭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상대방과 구씨의 면접·교섭을 방해했다는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며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청구인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만큼 아버지가 구씨를 특별히 부양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노 변호사는 "한부모 가정에서 한부모가 자식을 홀로 양육한 사정에 대해 법원은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주류적인 판례였다"며 "(친부의) 기여분을 인정해 준 이번 법원의 판단은 구하라법이 통과되지 않은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진일보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구하라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자식을 버린 부모에 대해 완전한 상속권을 상실시킨다는 판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구하라법의 21대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회의원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본인이 대표 발의한 일명 '구하라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회의원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본인이 대표 발의한 일명 '구하라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앞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회의원(서울 중랑구 갑)은 지난 6월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상속권을 박탈하는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인 일명 '구하라법'을 대표 발의했다. 구하라법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사람은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는 게 핵심이다.

 서 의원은 지난해 11월 초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씨의 오빠는 지난 3월 서 의원이 만든 법을 기반으로 국회에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올려 10만명의 동의를 얻었으나, 20대 국회 처리는 불발됐다.

김준희 기자,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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