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한반도본부장 전격 교체…바이든정부 출범 대비

중앙일보

입력 2020.12.21 12:12

업데이트 2020.12.21 12:37

노규덕 신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첫 출근하고 있다. 노 본부장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과 대북정책 조율업무를 담당한다. [뉴스1]

노규덕 신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첫 출근하고 있다. 노 본부장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과 대북정책 조율업무를 담당한다. [뉴스1]

정부가 21일 차관급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노규덕(57) 전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을 임명했다. 청와대는 노 본부장 후임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으로 김준구(54) 전 주호놀룰루 총영사를 임명했다.

文 대통령,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대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평화기획비서관 교체
신임 노규덕 본부장, 김준구 비서관 '미국통' 분류
조태용 "'도쿄올림픽 때 북핵 이벤트 하자',
바이든 행정부 北 접근법과 너무 달라 우려"

3년 4개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정상외교를 포함해 북·미 조율을 이끈 이도훈 전 본부장은 역대 최장수 본부장 기록을 남긴 채 물러났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새 대북정책과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사이의 공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신임 노규덕 본부장과 김준구 비서관 모두 미국통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유엔 및 주변 4강국 및 다자외교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 본부장은 임명과 동시에 외교부로 출근해 "한반도를 둘러싼 여건이 여러모로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이런 시점에 중책을 맡겨주셔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를 포함해 관련국 대표들과 하루 속히 긴밀한 소통 관계를 구축하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신임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에 김준구 전 주호놀룰루 총영사를 임명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신임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에 김준구 전 주호놀룰루 총영사를 임명했다. [연합뉴스]

외교부에 따르면 노 본부장은 외무고시 21회 출신으로, 서기관 시절엔 유엔대표부·주중대사관에서 근무했고, 주미공사참사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평화외교기획단장(2013~2014)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외교부 대변인과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이어 지난 9월 외교부 제1차관으로 승진한 최종건 전 비서관 후임으로 평화기획비서관을 맡았다.

노 본부장이 평화기획단장일 당시 직속 상관인 5대 본부장이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호흡을 맞췄던 이도훈 본부장이 물러나고 새 본부장이 취임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노 본부장 임명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관련 업무도 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예상됐던 수순"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하지만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굉장히 다른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핵 이벤트를 만드는 식의 접근을 하다가는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노 본부장은 베이징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이후 중국과장도 역임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새 대북정책특별대표와의 한·미 공조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쓴 인사"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협력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조율을 맡게 될 김준구 신임 평화기획비서관(외무고시 26회)도 유엔대표부와 북미2과장, 주미 공사참사관 및 북미국 심의관을 지낸 미국통이다.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무조정실 외교안보정책관으로 당시 국무총리이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제외교 분야를 보좌하기도 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마지막 고별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마지막 고별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 전 본부장(58·외시 19회)은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6차 핵실험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로 반발하던 2017년 9월 임명된 뒤 3년 4개월 정부 북핵 수석대표를 맡았다. 2009~2011년 3대 한반도 본부장이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의 2년 6개월 재임 기간을 넘어선 역대 최장수 본부장이었다.

2018년 8월 카운터파트였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임명된 뒤 지난 9일 방한한 비건 부장관과 고별 회담 및 만찬을 하는 등 2년 4개월 함께 했다. 이 전 본부장은 후임자 임명으로 이날 35년간의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내년 신임 공관장 인사에서 주요국 대사로 다시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