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력 언론이 사설을 통해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북전단금지법 등 논란 사안을 “문재인 정권의 독선적 행태”라고 규정한 뒤 “보편적 가치의 현안에 대해서는 국제사회도 간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해당 내용을 놓고 워싱턴 조야와 미 언론에 이어 일본에서도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아사히신문 21일자 사설 #"한국, 우려할만한 정치 행보 계속돼" #"북한의 불합리한 요구에 굴복한 것"
아사히신문은 21일 ‘문재인 정권, 자유 원칙 관철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다수 여당에 힘입어 여론이 양분된 법을 억지로 통과시키는 등 한국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설은 이어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다뤘다.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어 미국 등에서도 속속 우려가 표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미국의 소리(VOA) 등 미 언론은 미 의회가 내년 1월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해당 법이 미국 북한인권법(2004)에 따른 대북 정보의 자유 증진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지난 6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지만, 이는 구실이었을 뿐 교섭 전술로서 도발을 단행한 데 불과하다”며 “북한의 불합리한 요구에 굴복해 시민의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듯한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개혁을 둘러싼 일련의 갈등도 언급했다. 사설은 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한 일을 설명하며 “갈등의 뿌리는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있다”고 해석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에 유리한 수사를 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고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의 독선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정권 교체 배경이 거론되기도 했다. 사설은 “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탄생한 문 정권이 민주화 세력의 흐름을 잇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탄핵을 실현한 민의가 그대로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생각하더라도 자유와 민주주의의 고귀함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문재인 정권은 독선적 행태를 고쳐야 한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