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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기후환경요금, 탄소중립 초석이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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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현석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김현석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연설은 앞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탄소중립 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설치하고 탄소세 도입 등 친환경 에너지세 개편을 통한 재원 마련 계획을 포함했다. 에너지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 감축 비용은 에너지 사용자가 부담한다는 기본 원칙을 따르겠다는 뜻으로 판단한다.

최근 이런 기본 원칙을 전기요금에 반영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현재 전기요금에 일괄적으로 포함한 기후환경비용을 분리해 청구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기에 이제라도 시행하는 게 반가울 따름이다.

내년부터는 전기요금 청구서에 기후환경요금이란 항목을 신설한다. 소비자는 깨끗한 전기 공급을 위한 비용이 얼마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깨끗한 환경에 대한 국민의 높아진 관심과 기대 수준을 만족하게 할 것이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전력 사용자이자 감시자로서 탄소저감 사회로의 이행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소비자의 공감대 형성을 기대한다.

전력공급의 여건 변화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면 국가 전체의 전기사용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용 효율적인 탄소저감 수단인 수요관리나 효율 향상 사업은 그동안 왜곡된 전기요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비효율적인 에너지 대체소비를 억제해 정부의 탄소저감 목표 달성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전기요금 개편 이후 한전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회사 운영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직원의 윤리의식을 높여 ‘방만경영’이란 꼬리표를 떼어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인 큰 흐름이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이런 흐름에 동참한 우리나라가 펼칠 여러 정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환경요금 분리 부과는 환경비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명확하게 하고 합리적인 전력사용을 이끌 수 있다. 탄소중립 사회 달성의 초석이자 모범사례(best practice)로 기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현석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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