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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흥국 펀드 쏠쏠하다는데, 이참에 갈아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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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초 베트남펀드에 가입한 회사원 장모(39)씨는 최근 펀드 수익률을 확인한 뒤 기분이 좋아졌다. 한때 -15%까지 떨어졌던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장씨는 “왜 오르는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치민 증시의 VN지수는 지난 17일 1.43% 내렸다. 미국 재무부가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악재였다. 지난 18일에는 1.49% 반등에 성공했다. 변동성이 큰 베트남 증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베트남·브라질·인도·러시아 등 #신흥국 증시 이달 들어 4.4% 상승 #달러 약세로 글로벌 투자 몰려 #자금 흐름 바뀌면 큰 손실 우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신흥국 증시는 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 증시(1.5%)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650선까지 밀렸던 베트남 VN지수는 지난달 말을 고비로 1000선을 넘어섰다. 러시아 증시와 브라질 증시도 지난 10월 말 이후 25~30% 올랐다. 인도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지수는 4만7000선에 가까이 다가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6.97%였다.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2.5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북미 주식형 펀드(3.21%)나 유럽 주식형 펀드(6.8%)와 비교하면 브라질·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과 함께 베트남·브라질·러시아·인도 등 신흥국 증시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렸던 이유다.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뒤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게 핵심 요인이다.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달러의 투자 비중을 줄이고 위험자산인 신흥국의 투자 비중을 늘렸다. 영국·미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가면서 코로나19 극복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달러 약세로 인한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유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화 강세, 달러 약세의 흐름에 변화가 나타났다. 원화값은 지난 7일 달러당 1082.7원까지 상승(환율은 하락)했다가 지난 18일에는 1099.7원으로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3조37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신흥국 시장은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 투자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진국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투자 원금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는 위험도 크다는 뜻이다. 언젠가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신흥국에 유입됐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등으로 되돌아간다면 신흥국 증시가 급락할 위험도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가 회복하는 속도가 나라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창민·서영재 KB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나 물가 상승 강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이 좋은 곳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릴 여력이 있지만 일부 국가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 국가에서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면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경제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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