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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회식하면서 자발적 협조 요청 먹히겠나…日 도심 거리인파 급증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일본에서 긴급사태 재선언과 같이 거리 두기 지침을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스가 이어 자민당 중진의원 회식 물의 #긴자 등 주요 도심, 코로나 이전보다 인파 증가 #국민 개개인 자발적 방역 요구 ‘한계’ #정부내 전문가조직 "긴급사태 선언해야"

정부가 방역 지침을 준수해달라며 내놓은 ‘승부의 3주’ 메시지와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Go To) 트래블' 캠페인 중단 등의 대책이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한 번화가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행사장에 인파가 몰려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한 번화가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행사장에 인파가 몰려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사회의 안일한 인식은 주요 역과 번화가의 인파가 최근에도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났다는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2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NTT 도코모가 토요일인 전날(19일) 전국 95곳의 주요 역과 번화가의 기지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54곳에서 지난주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부야 센터 거리와 신주쿠 역 등 도쿄 12곳 중 10곳에서 지난주 대비 인파가 늘었다고 NTT 측은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인 지난 1월 18일부터 2월 14일까지 휴일 평균을 기준으로 놓고 지역별 인파를 보면 도쿄 긴자는 19일 오히려 15.9%가 더 늘었다. 이는 13.5%가 증가한 지난 12일보다 2.4%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회식을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회식을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가 앞세운 자율 방역 지침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 담당상은 지난달 25일 “앞으로 3주 동안 코로나19 대응에서 승부를 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정책이 아닌 국민 개개인의 주의에 기대면서 방역과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11월 26일부터 12월 16일까지 3주 동안 일본의 확진자는 4만9944명 증가했다. 11월 5일∼25일까지 3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보다 1만6233명 많은 수준(48.2% 증가)이다.

일본 정부의 고 투 캠페인 중단 결정도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지난 14일 이 같은 발표가 나온 뒤 첫 번째 주말을 맞았지만 나고야, 히로시마, 교토 등 지방 도시를 제외하곤 인파 감소세가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특히,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4일과 15일 잇따라 저녁 회식을 갖는 등 사회 고위층의 거리 두기 무시 행태가 반복되는 점도 사회의 안일한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가 총리에 이어 자민당 중진 의원인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전 과학기술·IT담당상도 지난 18일 저녁 오사카시의 한 호텔에서 80여명이 몰린 가운데 송년회를 겸한 정치자금 파티를 열어 구설에 올랐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긴자 거리에서 행인들이 손소독제를 이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긴자 거리에서 행인들이 손소독제를 이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상황이 이쯤 되자 정부 내 전문가들이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후생성에 코로나19 사태를 조언하는 조직(Advisory Board·AB)의 지난 16일 회의에서 정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오미 시게루(尾身茂) 정부 코로나19 전문가 분과회의 회장은 “감염자와 비감염자 접촉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감염 방지책이 충분하지 않은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가마야치 사토시(釜萢敏) 일본의사회 상임이사도 “현실을 인정하자”며 “국민에게 강하게 요청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더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전문가들이 앞장서 긴급사태 선언을 정부에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이 매체의 해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7일 도쿄도와 오사카부를 시작으로 전국에 긴급사태를 선언한 뒤 48일 만에 전부 해제한 바 있다.

카마야치 이사는 마이니치신문에 “가능한 한 그것(긴급사태 선언)은 피하고 싶다”면서도 “AB 내에서 어떤 상황에 선언이 필요할지 시뮬레이션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 찬성했다”고 소개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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