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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도 인정한 비트코인…2만 달러는 시작일 뿐?

중앙일보

입력

비트코인 올해 초 대비 3배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자, 국내외 증권가에서도 그 인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6일 사상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돌파한 뒤 다음날엔 2만3000달러대로 치솟았다. 국내에서도 붐이 일었던 때인 2017년 12월의 가격(1만9665달러)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비트코인 거래·결제 서비스를 하는 페이팔의 주가는 일주일 동안 10.45% 올랐다(11일 214.06달러→18일 236.45달러).

지난 1년간 비트코인의 가격. 코인데스크 화면 캡쳐.

지난 1년간 비트코인의 가격. 코인데스크 화면 캡쳐.

"기술주 매수, 달러 매도 다음은 비트코인 매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은 투자자가 가장 몰리는 거래(crowded trade) 3위에 꼽혔다. 글로벌 펀드매니저 217명에게 물은 결과다. 설문은 2만 달러 돌파 전인 4~10일 진행했다. 1·2위는 기술주 매수(Long Tech)와 달러 매도(Short dollar)로 각각 52%와 17%였고, 비트코인 매수가 15%로 뒤를 이었다.

이 설문은 매달 진행하는데, 11월 설문에서는 비트코인 매수에 자금이 몰린다고 한 매니저가 4%에 그쳤다. 지난달보다 펀드매니저가 체감하는 비트코인의 인기가 훨씬 커졌다는 의미다.

2018년 비트코인 가격이 쪼그라든 뒤 최근까지 증권가에선 비트코인에 대한 보고서가 거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녹기 시작할 무렵인 5월 비트코인은 이미 연초 대비 4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때도 비트코인을 다룬 보고서를 낸 건 SK증권이 거의 유일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국내 증권가서도 언급 추세…극단적 변동성엔 주의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위험자산 선호 강화와 함께 디지털 경제의 성장 기대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페이팔, 캐시 앱, 로빈후드 등을 통해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랠리가 2017년보다 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페이팔은 10월부터 자사 플랫폼에서 암호화폐 매매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내년부턴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바꿔 2600만 가맹점에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2017년의 광풍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온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제 “막대한 유동성과 달러의 공급으로 화폐가치 하락은 불가피하고, 달러 약세 압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대안으로서 비트코인의 매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코인은 위험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일각에서는 금과 유사한 헤지 자산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자료는 KB증권 10일 보고서 중 일부.

트코인은 위험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일각에서는 금과 유사한 헤지 자산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자료는 KB증권 10일 보고서 중 일부.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느냐,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어느 정도이냐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특징으로 ▷변동성과 기대수익률의 범위가 주요자산의 10배가 넘는 극단적 위험과 극단의 수익률을 가진다 ▷최근 3년 동안 변동성과 수익률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공원배 연구원은 “비트코인이란 이색자산을 편입한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주식과 상관관계가 매우 낮았다”며 “이는 비트코인이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가치 있다기보다는 등락 방향성과 강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게 움직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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