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 확산 전 가까스로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됐던 독일 베를린영화제가 내년엔 온라인과 병행해 쪼개져 열린다. 3월에 심사위원들의 비공개 심사를 거쳐 황금곰상 등을 시상하고 6월엔 수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야외 및 극장에서 관객 대상 상영 행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월 개최 무산" 발표 #3월 심사·발표, 6월에 야외상영 등 열기로 #5월 예정 칸 영화제도 "6~7월 개최 고려"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18일(현지시간) 내년 2월 11일∼21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71회 영화제를 3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마리에테 리센베크 총감독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싶다는 소망이 크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물리적으로 2월에 축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면서도 영화산업에 1분기 시장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화제 기간 열렸던 유러피언필름마켓(EFM)은 3월 1∼5일에 베를린에서 진행하고 이때 맞춰 온라인으로 심사와 수상자 발표가 진행된다. 이후 이 수상작들을 포함한 상영작들을 6월 상순에 야외 상영을 포함한 축제 형태로 공개한다. 카를로 챠트리안 베를린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를 “70년 만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표현하면서 “관객들이 황금곰상과 은곰상 수상자들을 유쾌한 분위기에서 축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베를린영화제가 내년 4월 개최를 고려했다가 연내 개봉이 무산된 할리우드 대작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내년 4월 개봉하기로 하면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1분기에 아무런 대형 행사가 없으면 영화산업 전체가 위축될 걸 고려해 3월과 6월 분산 개최를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지난 2월 열린 제70회 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의 홍상수 감독에게 감독상(은곰상)을 안겼던 베를린영화제는 내년 시상부터 최우수 연기상에 대한 남녀 구분을 폐지한다고 지난 8월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성중립 시상은 주요 국제영화제 가운데 처음이다.
한편 베를린영화제의 연기 소식에 뉴욕타임스(NYT)는 칸 영화제 등 다른 국제영화제들이 순차 연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올해 주요 초청작만 발표하는 등 사실상 취소된 거나 다름없는 칸 국제영화제는 내년 5월11일 개막이 예정돼 있다. 먼저 행사 연기를 알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4월25일)으로부터 약 두 주 후다. 칸 영화제 측은 NYT 문의에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5월 개최가 불가능하면 6월말~7월말 사이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열린 제77회 베니스영화제는 초청 및 상영작을 대폭 축소하고 관람객의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한 가운데 오프라인 행사로 치러졌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