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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압을 온라인으로 배운다?…등교중지에 두번 우는 맹(盲)학생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 19 여파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하는 서울맹학교 고등학교 2학년 A군. 독자 제공

코로나 19 여파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하는 서울맹학교 고등학교 2학년 A군. 독자 제공

서울맹학교 고등학교 2학년 A군(17)의 어머니 박현정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수도권 모든 초·중·고교 등교를 전면 중단하면서다. 2학기 개학한 뒤로 격주 등교하던 시각장애 1급 아들도 지난 15일부터는 아예 학교에 가지 못했다.

“점자 못 짚고, 안마 실습 못 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국립 서울맹학교에서 국어과 김현아 교사가 점자정보단말기와 점자책 등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국립 서울맹학교에서 국어과 김현아 교사가 점자정보단말기와 점자책 등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A군은 실시간 화상통신 프로그램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해 선생님과 온라인 수업을 한다.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다 보니 선생님 목소리에만 의지해 공부해야 한다. 박 씨는 “요즘 시기는 누구나 다 힘들다. 하지만 시각장애가 있는 학생은 원격수업을 하는 데 특히나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수학 공부는 선생님이 점자 하나하나를 손으로 짚어주면서 가르쳐 줘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으로는 전혀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실습 수업을 할 수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A군은 안마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는 ‘이료반’에 속해있다. 하지만 학교를 나가지 못해 안마·지압 같은 실습수업을 전혀 받지 못한다. 박 씨는 “지압은 도저히 온라인으로 배울 수 없어 걱정이 크다”며 “대학에 진학하는 소수 학생을 제외하면, 다수 맹학교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면 배움이 이대로 끝이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바로 사회로 나갈 아이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학교에 나간 일수를 세어보면 고작 3개월 정도밖에 안 된다”며 “졸업 후 바로 사회로 나갈 맹학교 학생을 위한 대책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원격수업 8개월, 바뀐 게 없다”

지난 11월 3일 94주년 점자의 날을 앞두고 김정숙 여사가 서울 종로구 국립 서울맹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점자 체험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1월 3일 94주년 점자의 날을 앞두고 김정숙 여사가 서울 종로구 국립 서울맹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점자 체험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대면 수업을 시작한 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원격수업 콘텐트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월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발달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를 찾아 “맞춤형 원격수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장애 학생 원격수업 대책을 발표했다. 시각·청각장애 학생에게 원격수업 시 자막과 수어·점자 등을 제공하고, 발달 장애 학생에게 원격수업·방문교육을 병행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변화를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씨는 “원격수업을 처음 시작한 4월과 12월 현재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콘텐트가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교육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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