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슈퍼맨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은 뇌 속에 칩 심겠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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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런 머스크, 뇌와 컴퓨터 연결 기술 만드는 뉴럴링크 창업… 페이스북 웨어러블 장비 통해 뇌파 분석 컴퓨터 작동 실험 성공

페이스북은 뇌파를 분석해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웨어러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 사진:페이스북 리얼리티랩스 홈페이지 캡쳐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은 탁월한 능력의 특수부대 요원이다. 육체는 사이보그고 뇌는 컴퓨터와 결합하여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전뇌’(電腦)이기 때문이다. 육체와 정신이 모두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계공학 등 과학기술에 힘입어 강화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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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정신이나 육체의 능력을 갖춘 존재는 SF 소설이나 영화에 즐겨 등장하는 설정이다.

엄청난 부자에 천재적 공학자라는 점을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인간인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슈트를 입으면 천둥의 신 토르나 괴물 헐크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게 된다. 세상 모든 것에 연결된 인공지능 자비스의 도움으로 언제나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경찰관 머피는 로보캅이 된 후 강력한 힘과 정확한 사격 실력을 자랑하며, 언제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인간은 육체의 한계를 이기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 왔다. 안경, 목발, 보청기 등은 고전적인 인체 ‘증강’ 도구이다. 자동차나 비행기는 인간 다리의 한계를 극복게 하는 것이고, 기중기나 포크레인은 인간의 힘을 수십, 수백 배 강하게 해 주는 도구다.

하지만 인간의 곁에 가까이 있으며 정신적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도구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책은 곁에 둘 수 있지만 정보의 양이 제한적이다. 도서관은 많은 지식을 담고 있지만 몸에서 멀다.

그러다 데스크톱 컴퓨터에 인터넷이 연결되면서 우리는 책상에서 세상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드디어 언제 어디서나 세상 모든 정보를 손끝에서 확인하고 매 순간 판단을 위한 정보를 갖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세계와 나를 연결하는 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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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나 보다. 인터넷과 접점을 우리의 손이 아니라 머릿속 뇌에 아예 심어 버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 뇌 기능의 비밀을 밝혀 질병은 고치고 능력은 강화하려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BCI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머스크는 2016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만드는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뉴럴링크는 최근 동전 크기의 전자기기 ‘링크’를 뇌에 심은 돼지를 공개했다. 링크는 뇌의 신호를 수집해 압축하고 외부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뇌의 활동이 1000억 개의 뉴런들이 전기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은 결과라면, 이 신호를 수집해 패턴을 해석하면 뇌의 활동을 이해하고 뇌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링크는 약 1000개의 채널을 통해 1000개의 뉴런에서 신호를 받아들인다. 앞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신호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뇌의 비밀을 더욱더 철저하게 파헤친다는 게 목표다. 뇌의 기능과 특성을 파악하면 뇌의 질병이나 문제를 극복하고 지적, 정신적 능력을 더 높일 수 있으리란 것이 머스크의 생각이다. 그는 뇌의 작동을 이해해 향후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를 고치고 사지가 마비된 사람을 움직일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필요 이상으로 불안을 느끼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줄여주고, 인지 처리 능력을 향상하며, 우울증을 고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나아가 뇌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컴퓨터와 직접 신호를 주고받으면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순식간에 얻고 처리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머스크가 BCI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이것이다. 급속히 발달하는 인공지능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인간이 선제적으로 뇌 능력을 증폭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문제는 이 칩을 뇌에 심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개골에 구멍을 뚫은 후 링크를 넣어 뇌 표면에 붙이는 방식이다. 뚫린 구멍은 생체용 접착제로 다시 막는다. 뉴럴링크는 뇌에 전극을 심는 과정을 효율화하는 임플란트 로봇도 개발했다. 수술 로봇이 뼈를 깎아내고 재봉틀처럼 뇌에 전극을 심는다. 뇌 임플란트를 1시간 이내에 끝나는 ‘시술’로 만들고,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이런 방식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페이스북의 연구에 관심을 가질 법하다. 페이스북은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수집한 뇌파를 분석해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글자를 입력한 것이다. 정확도는 70% 수준이었다. 앞으로 생각을 통해 다룰 수 있는 증강현실(AR) 안경 같은 기기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육체적 능력을 보완하는 로봇 개발도 활발하다. 이른바 웨어러블 로봇이다. 삼성전자는 고관절이나 무릎, 발목에 착용해 걸음을 보조하는 ‘GEMS’ 로봇 3종을 선보인 바 있다. 걸을 때 작용하는 근육의 부담을 덜어주어 보행을 돕는 원리다. 개인용 서비스 로봇에 대한 국제 표준 인증까지 받았다.

웨어러블 로봇은 노인이나 장애인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의료 목적과 산업이나 건설, 소방, 군사 등의 산업용도 분야 등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관련 제품을 개발 중이고, 여러 벤처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BCI나 웨어러블 로봇이나 모두 사람과 기계, 사람과 컴퓨터가 융합한 모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에게 힘을 보태 주는 기술들이 점점 디지털화되면서 왠지 사람과 로봇, 컴퓨터, 네트워크의 구분이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다.

가까운 미래에 웨어러블 로봇은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신호를 5G망으로 수신하며 인간의 행동을 정교하게 보조하게 될지 모른다. 테슬라가 차의 오류를 본사에 전송하듯, 웨어러블 로봇을 조종하는 인간 신체의 미세한 전기 신호가 로봇 제조사 본사에 전달될 수도 있다. 머릿속 임플란트 칩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지금 필요한 지식을 순식간에 전해줄 수도 있으리라. 비행기 조종사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면, 내 머리에 항공기 운항 매뉴얼이 다운로드된다는 이야기다. 내가 네트워크이고 네트워크가 곧 나이며, 로봇과 내가 얽힌다.

물론 BCI도 웨어러블 로봇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과연 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미 오랫동안 이어져 온 연구에 그저 또 한 번 붐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움직임이 하나의 흐름을 가리키고 있다. 머스크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인공지능과 공생은 인류 종의 수준에서 중요한 문제다. 미래는 모든 인류의 결합한 의지에 의해 통제될 것이다.”

쿠사나기 소령은 결국 광대한 네트워크에 스스로를 업로드한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