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첨단무기 열어보니…그 속에 든 기술은 '메이드 인 재팬'

중앙일보

입력 2020.12.19 11:00

업데이트 2020.12.19 12:03

2018년 2월 일본 항공자위대 미사와 기지에서 열린 F-35A 전력화 행사. 일본에서 조립해 생산하고 있다. [로이터]

2018년 2월 일본 항공자위대 미사와 기지에서 열린 F-35A 전력화 행사. 일본에서 조립해 생산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8월 일본은 필리핀에 대공 감시 레이더 4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군사 장비 첫 수출에 성공했다. 일본은 1967년 ‘무기 수출 원칙 3원칙’을 제정하며 사실상 무기 수출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2014년 4월 수출 금지를 완화한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하고 난 뒤부터 수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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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생산하는 무기는 가격이 비싸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무기는 사실상 자위대만 사용하는데 자위대 규모가 작아 도입하는 수량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생산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싼 값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출을 통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일본 방위산업체는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재임 때 꾸준하게 방위비를 늘려왔지만, F-35A 스텔스 전투기와 이지스 어쇼어 등 미국 무기 도입에 많은 예산이 들어갔을 뿐 일본 업체들이 생산하는 무기 도입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일본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미사와 항공자위대 기지에서 이륙하는 F-2 전투기. 일본은 F-16 전투기를 바탕으로 미국과 공동 개발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미사와 항공자위대 기지에서 이륙하는 F-2 전투기. 일본은 F-16 전투기를 바탕으로 미국과 공동 개발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항공우주 관련 업계는 2007년 일본이 만드는 F-2 전투기 생산이 조기에 종료되면서 새로운 일감이 없어 설계와 개발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F-35A 전투기 현지 조립 생산도 일본 업체들엔 큰 이득이 없다.

지상 장비 분야에서도 일본 업체의 사업 포기가 있었다. 일본 방산업체인 고마쓰는 지난해 2월 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엔진 개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개발을 진행하던 경장갑차량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미쓰비시 중공업과 함께 핀란드 파트리아와 미국의 제너럴 다이나믹스 랜드 시스템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 방위산업체 생존 위한 수출 전략

일본은 수출 대상에 대해 ‘군사 무기’가 아닌 ‘방위 장비’라 부른다. 2014년 규정이 바뀌었지만, 공격 무기가 아닌 인명 구조·수송·경계 및 감시 활동 등에 쓰이는 것만 수출하고 있다. 수출도 방위성과 외무성이 우선 판단하지만, 경제산업성이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일본 해상자위대는 미쓰비시중공업 고베조선소에서 최신형 3000t급 잠수함 '다이게이'를 진수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0월 일본 해상자위대는 미쓰비시중공업 고베조선소에서 최신형 3000t급 잠수함 '다이게이'를 진수했다. [사진 연합뉴스]

처음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가 목표였다. 판매 품목도 수상 정찰과 인명 구조용 US-2 수륙양용기나 대공 감시 레이더 정도였다. US-2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판매에 이르지 못했다. 레이더는 태국에 제안했지만 실패했다.

가장 큰 실패는 호주 잠수함 사업이다. 호주는 콜린스급 잠수함을 대체할 차세대 잠수함 12척을 기술 이전을 받아 호주 현지에서 건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은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업체들의 미온적 태도와 정부의 수출 경험 부족으로 호주가 원하는 산업적 요구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프랑스의 바라쿠다 잠수함 변형에 기회를 빼앗겼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아

일본은 여러 번의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퇴역 무기 공여와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동원해 수출을 지원했다. 퇴역 무기 공여의 첫 수혜자는 필리핀으로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퇴역한 TC-3 훈련기를 도입해 해상정찰기로 운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일본 해상보안청에서 퇴역한 경비함을 받아 운용하고 있다.

2018년12월 미국 하와이 이지스 어쇼어 기지에서 SM-3 블럭IIA 미사일이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외기권에서 목표물을 정확히 요격했다. 여기에 일본 기술도 적용됐다. [사진 미 미사일방어국]

2018년12월 미국 하와이 이지스 어쇼어 기지에서 SM-3 블럭IIA 미사일이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외기권에서 목표물을 정확히 요격했다. 여기에 일본 기술도 적용됐다. [사진 미 미사일방어국]

공적개발원조는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집행되지만 일본 방산 기업에서 제작한 것을 지원했다. 베트남과 필리핀이 공적개발원조를 통해서 일본에서 만든 경비함을 지원받았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필리핀과 레이더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이다. 베트남도 해양경비대 함정 6척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전폭적인 기술 이전도 약속하고 있다.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해상자위대에도 아직 써보지 않은 신형 호위함을 제안하고 있다. 호위함은 공격 능력을 갖춘 무기로 수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공동 개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의 AAM-4 레이더 시커와 유럽 MBDA의 미티어 미사일을 결합해 개발하는 JNAAM 신형 미사일 [사진 일본 방위성]

일본의 AAM-4 레이더 시커와 유럽 MBDA의 미티어 미사일을 결합해 개발하는 JNAAM 신형 미사일 [사진 일본 방위성]

일본의 아태지역 방위 장비 수출은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중국의 확장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 지역 국가들에 필요한 장비를 수출하여 공동 대응 체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미국 첨단 무기 개발에도 참여

일본은 지지부진한 플랫폼 수출과 달리 선진국과 첨단 기술과 부품을 이용한 공동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 해군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에 성공한 방어 미사일인 ‘SM-3 블록 IIA’를 들 수 있다. 일본은 여기에 미사일 노즈콘(원뿔형 탄두 앞부분) 등을 공급한다.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 이즈모(DDH-183) 호위함을 경함모함으로 개조한 뒤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탑재해 운용할 계획이다. 신형 공대공 미사일을 F-35B에 탑재하면 원거리 공격 능력이 크게 강화된다. [사진 일본 해상자위대]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 이즈모(DDH-183) 호위함을 경함모함으로 개조한 뒤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탑재해 운용할 계획이다. 신형 공대공 미사일을 F-35B에 탑재하면 원거리 공격 능력이 크게 강화된다. [사진 일본 해상자위대]

미국이 개발한 육상배치형 탄도미사일 방어(MD)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에 장착하는 SPY-7 레이더에도 일본 기술이 들어가 있다. SPY-7은 일본 외에도 캐나다와 스페인의 차기 전투함에 장착된다.

영국과는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일본이 개발한 AAM-4B의 레이더 탐색기와 유럽 MBDA가 개발한 미티어 미사일을 결합해 개량형인 신형 장거리 미사일(JNAAM)을 개발해 F-35 전투기에 탑재할 예정이다. 일본은 JNAAM을 독일과 프랑스 등 미티어 미사일 운용국에 수출하길 희망하고 있다.

일본의 무기 수출은 규모 면에선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본의 첨단 기술 부품을 사용한 무기의 공동 개발을 미국과 유럽에 제안하면서 부품 수출에서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 공동 개발은 위험은 나누면서 동시에 시장은 키우는 방법이다.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은 정체 상태에 있다. 일본처럼 국제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하거나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최현호 군사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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