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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점점 까칠해지는 고객…'초맞춤형' 세일즈로 공략하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33)

올해로 자동차 세일즈 20년 차인 김부장이 이야기하는 요즘 고객들은 이렇다. “매장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자신이 관심 있는 차종이 정해져 있죠. 뭔가 설명하려 해도 대부분은 알고 있다는 식입니다." [사진 pxhere]

올해로 자동차 세일즈 20년 차인 김부장이 이야기하는 요즘 고객들은 이렇다. “매장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자신이 관심 있는 차종이 정해져 있죠. 뭔가 설명하려 해도 대부분은 알고 있다는 식입니다." [사진 pxhere]

올해로 자동차 세일즈 20년 차. 한결같이 한 분야에서 일을 해왔기에 자부심도 많은 김부장. 앞으로 10년 후 은퇴를 목표로 잡고 있어 걱정이 많다. 그가 이야기하는 요즘 고객은 이렇다. “매장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자신이 관심 있는 차종이 정해져 있죠. 뭔가 설명하려 해도 대부분은 알고 있다는 식입니다. 설명할 게 별로 없으니 결국 ‘가격’ 이야기뿐입니다. 사실 가격도 이미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견적 받고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고객하고 나눌 이야기가 별로 없어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는 앞으로 어떤 방향에서 자동차 세일즈를 바라보고, 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고객 상담을 하는 베테랑 이 팀장도 마찬가지다. 10년 넘게 고객 상담을 하고 있지만, 고객이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가격에 예민하고, 요구사항이 많은 것을 떠나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조사해 온다. 가격, 자재별 장단점, 공사 기일, 심지어 인건비 수준 정도까지 파악해 온다. 이 분야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알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도 많다 보니, 상담이 고객과 정보 검증을 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어느 업종이든 이런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 한다. 공통점은 이렇게 정리된다. 요즘 고객은 세일즈맨과 상담을 하는 순간에도 “상담 끝나고 나면, 저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확인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세일즈맨이 전달하는 ‘정보’는 언제든 검색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기에, 비교의 대상이자 평가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실천에 옮겨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한 확인하는 과정이 잘못되거나, 너무 많은 정보 앞에서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

과거에 세일즈는 ‘정보의 비대칭성’의 상황에서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제품을 설명하고, 경쟁제품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고객이 해당 제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면서 ‘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프로세스였다. 세일즈맨의 ‘정보 전달’은 구매를 결정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정보가 공개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가능해졌다. 물론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고객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정보 그 자체가 귀하게 여겨지지 않는 시대다. 세일즈맨이 제공하는 ‘정보’는 백화점에 전시된 상품의 가격표 같은 것이 되었다. 당연히 알아야 하고 중요한 요소이지만, ‘사실’ 그 자체일 뿐이다.

물론, 실제로는 조금 다를 수 있다. 고객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정보가 진짜 중요한 정보인지, 혹은 나에게 맞는 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일즈맨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가 실제로도 낮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세일즈뿐 아닐 것이다. 세상의 많은 곳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대칭으로 변화하고 있다. 병원을 갈 때도 현재 내 몸의 신호를 인터넷에서 미리 검색하고, 어떤 처방이 존재하는지 알아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그 영향에 대한 다양한 논객의 전망을 단숨에 알아볼 수 있다. 취업을 앞두고 지원하는 회사의 사내복지 프로그램은 물론이거니와 사내 분위기까지 미리 다 조사한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보의 대칭 시대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측면만 제공하지 않는다. 그 분야의 전문가를 믿지 못하거나 자신의 기준에 집착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선택하는 오류를 겪을 수 있다. 다수의 편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나에게는 다른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모르기도 한다.

정보의 접근성이 공정하다는 점은 세일즈맨의 역할을 변화시켰다. 고객에게 ‘정보’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판단을 돕는 ‘컨설턴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사진 pixabay]

정보의 접근성이 공정하다는 점은 세일즈맨의 역할을 변화시켰다. 고객에게 ‘정보’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판단을 돕는 ‘컨설턴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사진 pixabay]

세일즈 현장에서는 어떨까? 단순히 고객이 까칠해졌고,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비교 검토’하려 한다면, 세일즈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된다. 정보를 제공하면서 세일즈를 진행하던 과거 방식은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된다. 자동차의 성능을 잘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자동차 세일즈를 잘할 수 없고, 화려한 인테리어 사진과 어려운 전문용어로는 고객 상담을 이끌 수 없다.

'정보'는 고객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다양한 정보 속에서 고객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고자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해야 할 것이냐는 더 중요한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정보의 접근성이 공정하다는 점은 세일즈맨의 역할을 변화시켰다. 고객에게 ‘정보’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판단을 돕는 ‘컨설턴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고객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세일즈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 의미, 고객 이익과 함께 고객을 이해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맞춤형 이익’을 주제로 고객과 대화해야 한다. 세일즈가 분명 어려워졌지만, 세일즈의 역할은 더 고급스럽고, 중요해지는 아이러니가 생겨난 것이다. 세일즈는 더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일이 되었다.

세일즈맨뿐 아니다. 병원은 단순한 처방뿐 아니라 환자의 평소 건강상태, 생활 습관을 고려하며 처방을 잘 지켜갈 수 있도록 납득시켜야 한다. 사내 복지 프로그램을 무조건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인사 철학과 사내 문화를 일치시키고 이를 실행해가고 있어야 한다.

‘정보’ 이면의 의미와 가치를 상대방이 충분히 신뢰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더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고객과 세상을 설득시켜야 하지만 그 과정 안에 새로운 발전과 부가가치가 존재하게 된다.

정보 대칭의 시대에 지금의 세일즈는 정보 전달 세일즈가 아니다. 가치 전달, 가치 인식 세일즈이면서 동시에 ‘초맞춤형’ 세일즈이다.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으로는 상대방의 마음에 나의 메시지를 정확히 각인시킬 수 없다. 나의 메시지가 왜 상대방에게 의미 있는지, 왜 가치 있게 전달되어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적어도 그 정보를 해석하면서 상대방의 관점과 이익의 측면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가치를 전달하는 세일즈의 프로세스는 무엇일까? 간단히 풀어보면 이렇다. 자동차 세일즈맨은 자동차의 성능을 설명하기보다는 고객이 신차 구입을 검토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서 가치 인식의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인테리어 견적을 내고, 자재를 고르며 상담하기 전에 고객이 인테리어 공사를 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화해 보아야 한다. 공사를 마친 후 어떤 느낌을 가지고 싶은지, 염려되는 점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고객의 욕구와 염려를 통해 고객의 가치를 전달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세일즈 상담에서 ‘정보’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고객이 알아야 할 내용이고,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이 세일즈맨과의 대화에 가치와 의미가 느껴져야 제공받을 정보에 귀 기울이고 신뢰하게 된다. 상담이 끝나고 꼭 인터넷에 재차 확인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이다.

세일즈맨과의 대화에서 ‘자동차를 꼭 사고 싶은 추가적인 이유’를 발견하게 되면 가능하면 이 세일즈맨에게 상의하고 싶어질 것이다. 세일즈맨과의 상담을 통해 ‘인테리어를 할 때 꼭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면, 고객은 이 세일즈맨의 조언을 귀담아듣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비로소 고객은 세일즈맨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고, 진짜 상담에 몰입하게 된다.

다른 설득도 그렇지 않을까? 열변을 토했건만, 상대방이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였다면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짧고 임팩트 있게 이야기해야 한다. 진짜로 전달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내 이야기가 가치 있고, 의미 있게 해석되며,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다. 정보전달이 아니라 가치와 의미를 전달할 때 그때부터가 세일즈와 설득의 시작이다.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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