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한껏 고무됐다고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자체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이 지사(27%)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26%)를 앞선 걸 보고서다.오차범위(±3.1%포인트) 안쪽이지만, 이 지사가 호남에서 이 대표를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지만 유의미한 결과는 또 있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지사(31%)와 이 대표(36%) 사이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이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12%포인트까지 벌어졌었다. 또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응답자로 좁혀서 봤을 때도 두 사람이 조사대상에 이름을 올린 이후 처음으로 동률(34%)을 기록했다. 그 전까진 이 대표가 줄곧 이 지사보다 우세였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당의 주류라 할 수 있는 호남이나 친문 지지층이 더는 우려할 장벽이 아니란 게 확인됐다”고 평가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 측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 지사 지지율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이 대표와 다르게 외생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추미애(법무부 장관)·윤석열(검찰총장) 사태’를 거치면서 윤 총장이 일부 중도층을 흡수해 다소 지지율이 빠졌는데도 1위를 유지하는 건 이 지사가 굉장히 선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 지사가 ▶추·윤 사태에 한발 물러서서 ▶지난 2월 신천지발(發)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행정력을 동원하며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했던 게 주효했단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최근 2017년 대선 캠프 멤버였던 전직 의원들과도 재결합하고 있다. 제윤경 전 의원은 지난달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유승희 전 의원도 최근 김기준 전 의원 후임으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에 내정됐다고 한다. 이 지사를 돕겠다고 나선 민주당 의원들도 늘었다. 기존 정성호(4선)·김영진·김병욱·임종성(이상 재선)·이규민(초선) 의원 외에도 김남국·문진석 의원 등이 새로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달 이 지사와 한 차례 식사 모임을 가진 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고려해 간혹 소규모로만 접촉하며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다고 한다. 이들은 이 지사가 지난달 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전(全) 국민에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도 당 안에서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초선 의원 여럿과 일부 호남권 의원들도 물밑에선 교감하고 있다는 게 이 지사 측 전언이다.
다만 이재명계로 한 데 묶이는 것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주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이길 수 있고, 새롭게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 후보를 만드는 데 함께 하겠다고 한 분들이지 어떤 계보를 만들기 위한 모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도 “개혁적인 초선 대부분이 이 지사의 정책 노선에 공감하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까진 적극적인 지지라기보다 관망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향후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을 앞세워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의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 민심도 호남 대통령 탄생보다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먼저다. 호남이 전략적 선택을 해 온 전례를 봤을 때 이 지사가 영남 출신인 건 걸림돌이 아닐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