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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북유럽, 밥은 먹지만 불만 많은 사회가 삼을 타산지석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67)

“서른일곱 살이던 그해, 나는 보잉 747기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 거대한 비행기는 두꺼운 비구름을 뚫고 내려와,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11월의 차가운 비가 대지를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고, 창밖의 풍경은 플랑드르파의 음울한 그림 배경처럼 보였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기내에서는 조용한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오케스트라가 감미롭게 연주하는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소설 원제목은 왜 『노르웨이의 숲』이었을까. 겨울이면 오후 세시에 해가 지고 온통 눈으로 뒤덮인 겨울 왕국이 좋아서였을까.[사진 pxhere]

소설 원제목은 왜 『노르웨이의 숲』이었을까. 겨울이면 오후 세시에 해가 지고 온통 눈으로 뒤덮인 겨울 왕국이 좋아서였을까.[사진 pxhere]

소설 원제목은 왜 『노르웨이의 숲』이었을까. 북유럽의 고상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 우수를 담고 있는 듯한 금발의 미녀들 눈빛을 떠올려서일까. 아니면, 겨울이면 오후 세시에 해가 지고 온통 눈으로 뒤덮인 겨울 왕국이 좋아서였을까.

스칸디나비아 3국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이다. 거기에 핀란드를 더해 북유럽이라 부른다. 인구는 각각 한국의 10분의 1 정도지만, 면적과 1인당 국민소득은 두 세배다. 자세히 보면 그들은 서로 아주 다르다고 하지만, 외부에서 보면 상당히 많이 닮았다. 양성평등, 복지, 혁신과 개혁, 경쟁력, 사회의 투명성, 행복지수 등에서 그들이 세계 1~4위를 차지한다. 무엇이 북유럽을 유토피아처럼 이상적인 나라로 만들었을까.

“그들은 영리하고 진보적이며 동시에 매우 특이한, 진정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남유럽보다 북유럽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훨씬 많다. 삶의 방식과 우선순위, 돈을 쓰는 방법, 삶과 일의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 효과적인 교육제도와 서로를 돕는 방식, 그리고 최종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까지. 또 그들은 최고로 재미있는 사람들이다.”-마이클 부스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가 본 북유럽이다. 그들은 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일까? 복지제도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여유로운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삶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언어에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격려하는 표현이 많다. ‘긴장 풀어’, ‘별일 아니야’, ‘이제 안심해’, ‘잊어버려’ 등이다. 그리고 유난히 너그럽다. 실수를 대하는 건강하고 성숙한 태도다. 또 뛰어난 인재보다 성실한 보통 사람을 존중하는 ‘얀테의 법칙’도 한몫한다.

◦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당신이 우리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당신이 뭐든지 잘하고, 우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우리를 비웃지 마라.
◦ 당신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들은 평등을 최우선시한다. 심한 계층 차이가 나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며, 모두가 공정한 경쟁의 장에 있어야 만족한다. 대학 총장과 스쿨버스 운전사의 월급에 큰 차이가 없고, 운전사가 총장을 별로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부와 지위가 있다면 독점하기보다는 사회와 나누려 한다. 과시적 행동을 싫어한다. ‘훌륭한 일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해라’는 스웨덴 속담도 있다. 이케아 회장에게 “왜 10년 된 중고차를 타느냐”고 했더니, “아직 10년밖에 안 됐느냐”고 되물었다.

대학 총장과 스쿨버스 운전사의 월급에 큰 차이가 없고, 운전사가 총장을 별로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사진 pixabay]

대학 총장과 스쿨버스 운전사의 월급에 큰 차이가 없고, 운전사가 총장을 별로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사진 pixabay]

“북유럽 사람에게 수입이 얼마냐고 묻지 마라. 자기 자랑을 하지 마라. 술집에서 다른 사람 술값을 계산하지 마라…. (중략)…. ‘라곰(Lagom)’은 스웨덴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다. 바이킹 시대에 뿔 모양의 잔에 담긴 술을 나눠 마실 때 1인당 어느 정도 마셔야 할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딱 좋다’, ‘적당하다’, ‘알맞다’의 뜻이다. ‘케이크 몇 조각 먹을래? 라곰’. ‘날씨가 라곰하네’. ‘와인 라곰하게 마셔’. 여기에 스웨덴 정신이 들어있다.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건물도 없고, 지나치게 과시하는 법도 없다.”-브론테 아우렐 『노스 리얼 스칸디나비아』

입센의 『인형의 집』 탓일까, 북유럽은 남녀평등이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여남평등이 더 어울린다. 살림하는 남자도 많다. 고위직도 거의 남녀 반반 정도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여성도 일 년간 군 복무를 한다. 출산휴가는 남녀 모두 일 년 반 정도 쓸 수 있다.

계층 이동에 중요한 것이 교육인데, 여기에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핀란드는 대학까지 무상이다. 아이에게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놀이 개념’이 많이 들어간다. 영어와 수학이 먼저가 아니라 안전, 행복, 휴식, 자연과 환경을 경험으로 학습하게 한다.

무엇을 지향하는지, 사회의 밑바탕에 깔린 정신적인 토대가 무엇인지에 따라 그 나라 수준이 결정된다. 평등하지 못하고, 빈부 격차가 큰가. 그렇다면 그 나라의 바탕에 흐르는 기본 철학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북유럽과 반대로 과시적이고 형식적인가. 밥은 먹고 사는데 내면이 공허하고 불만이 많은 사회인가. 뭔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혹시 남의 눈물이 나의 기쁨이고, 이웃의 불행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가. 그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이해와 관용이 바탕을 이루고, 타인의 불행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사회여야 한다. 그들은 꾸미지 않는다. 단순하고 직진한다. 남의 불행을 방치하지 않는다. 북유럽은 우리가 나가야 할 미래이다. 그들이 존중하고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가치를 조금씩 배워나가기를 바란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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