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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회의 들지만 ‘의협심’으로···재난지원 나선 의사 1000명

중앙일보

입력

박홍준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장(서울시의사회장). 연합뉴스

박홍준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장(서울시의사회장). 연합뉴스

“국민건강이 우선이다.”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공중보건의료지원단장(서울시의사회장)은 17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의료지원에 대한 생각을 이처럼 말했다. 의협 지원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상황에서 재난의료지원팀을 본격 운영 중이다. 1000여명의 전국 의사가 등록돼 있다고 한다.

박 단장은 “지난 코로나19 1차 위기 때 의사들이 대구·경북 등 최전선에서 헌신했는데도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결국 집단행동으로 이어졌고 (파업이 끝난) 현재도 이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 안에서) ‘또다시 의료지원에 나서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의사의 본분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회의’라는 표현을 썼다.
“(의료인들이) 코로나19 현장에서 고군분투할 때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해온 이슈(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진료 도입)들이 정치적 논리로 추진됐다. 많은 의사가 실망했고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 의협과 정부, 의협과 더불어민주당간 원점 재논의 등에 합의(9월 4일)하면서 단체행동이 끝났다. 하지만 이후 공공의대 관련 예산을 편성해 통과시킨다든지, 첩약 급여화를 시범사업으로 그대로 밀고 나가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에) 신뢰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배경이 있다.”
그런데도 재난의료지원에 나서는데.
“의사 본분이라는 게 특히 위중한 상황에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의사의 본능이기도 하다. 다들 이런 대의적인 명분에 재난의료지원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의협에 서울시청 앞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체 채취 등을 담당할 의료인 지원을 요청했다. 한 시간 만에 30명의 전문의가 자원했다. 하루 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이런 재난의료지원팀을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표현했다.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하루 400명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하루 400명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한다.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은 7월에 결성한 의협 내 상비 조직이다. 지난달 지원단원을 모집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워낙 재난적 상황이라 재난의료지원팀을 만든 거다. 서울만 해도 신규 환자가 400명 이상 나온다. 서울시에서 ‘임시선별검사소를 만들었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며 지원요청이 왔다. 지원 기간은 3주였다. ‘이런저런 요청이 왔다. 지원해달라’고 문자를 돌렸더니 30명이 금세 지원해줬다. 사실 놀랐다.”
인력도 그렇고 병상확보도 마찬가지다. 정부 대응방식이 급급한 느낌이다.
“어려울 때 반짝, 반짝하고 손 내민다. 의협에서는 일관적으로 이야기해왔다. 중환자실 치료 병상 등 시급히 확보하라고. 거리두기를 ‘올렸다 내렸다’만 조절할 게 아니라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여러 전문가나 의학단체에서 ‘겨울 대유행 올 거다’고 몇 번씩 이야기했다. (신규 환자 1000명 발생) 이건 갑자기 온 게 아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 중인 17일 서울 명동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 중인 17일 서울 명동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예측 가능했다는 건데.
“그렇다. 그런데도 결국 이렇게 되니 갑자기 힘들어진 거다. K방역 홍보에 신경 쓰다 이렇게 됐다. 갑자기 ‘힘들다. 도와달라’고 하는 걸 보면 답답하다. 현 상황 하루아침에 생긴 일 아니다. 막상 힘든 건 국민이다.” 
거리두기 3단계 올려야 하나.
“사실은 3단계 하려면 빨리했어야 했다. 미적미적하다 보니 시기 놓쳤다. 이 상태서 다시 하자니 효율은 떨어지는 데 오히려 불편은 가중될 것 같으니 적용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지난 1일 대정부 권고문에서 “3단계 일시상향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12월 초·중순 경 많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기에 1~2주의 단기간 강력한 거리두기를 통해 유행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일 오후 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의료진과 119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양지요양병원에서는 이날 확진자 19명이 추가 발생했고, 현재까지 이 병원 관련 확진자는 226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의료진과 119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양지요양병원에서는 이날 확진자 19명이 추가 발생했고, 현재까지 이 병원 관련 확진자는 226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의료시스템 붕괴우려 나온다.
“중환자실 시스템이 올스톱돼 있다. 병상이 하나도 없다. (16일 기준 서울시 내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 1개) 중환자가 발생해도 중환자실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가족 중에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봐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루 1000명 신규 환자가 나오면, 10일 이내 중환자는 20명 이상 늘어난다. 1000명씩 계속 나오면…. 정부는 정확하게 현실을 보고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정부는 부랴부랴 공공병원을 활용해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했더니 이번엔 인력이 없다. 근로복지공단 경기요양병원 이야기다.

의사 국가고시 문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면 내년 초 3000여명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다.
“국민 건강을 생각하면, 더는 이야기할 필요 없는 상식적인 문제다. 당장 코로나19가 심각하다. 단 한명의 의료인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겠냐. 현명하게 처리하리라 믿고 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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