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사장님·장애인 직원들...'연매출 17억' 中 꿈의 공장

중앙일보

입력 2020.12.19 05:00

중국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에는 뇌성마비를 딛고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있다. 이 공장 직원 42명 중 30명은 사장님과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이라고 중국 관영 CCTV와 신화통신 등이 최근 보도했다.

사장인 루훙(41)은 태어나고 10개월이 되었을 때 뇌염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뇌성마비를 겪게 됐다.

중국에서 뇌성마비를 딛고 공장을 운영하는 루훙 사장. 그의 직원 42명 중 30명은 장애인이다. [CCTV]

중국에서 뇌성마비를 딛고 공장을 운영하는 루훙 사장. 그의 직원 42명 중 30명은 장애인이다. [CCTV]

어린 시절 아이들은 고개를 잘 가누지 못하는 그를 흉내 내며 놀렸다. 루는 "책상 밑에 들어가 숨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루훙은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시켜준다는 학교에 입학해 공부했지만, 졸업 후 그를 받아줘야 할 직장에서 거절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병을 앓으며 가세가 기울었다. 루에게는 의기소침해질 시간도 없었다.

그는 집안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점상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바로 옆에서 채소 좌판을 열었던 여성에게 끌렸다. 지금의 아내인 선춘메이는 루의 성실함에 반했다. 만난 지 1년 후, 그들은 결혼했다. 부부는 생수 가게, PC방 등을 열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루훙 사장이 운영하는 공장 직원 42명 중 30명은 장애인이다. [CCTV]

루훙 사장이 운영하는 공장 직원 42명 중 30명은 장애인이다. [CCTV]

그러던 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05년 사촌 동생의 결혼식을 위해 제작한 사진앨범이 인기를 끌면서다.

그는 뒤늦게 사진을 배우고 오프라인 사진관도 차렸다. 사진작가가 루를 찾아와 함께 웨딩 비디오를 제작해 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생겼다. 1년 만에 루는 10만 위안(약 1675만원)을 벌었다. 신화통신은 "그의 기량과 열정에 고객들이 감동해 장사가 잘됐다"고 보도했다.

루훙 사장이 공장에서 사진첩 제작일을 하고 있다. [바이지아하오]

루훙 사장이 공장에서 사진첩 제작일을 하고 있다. [바이지아하오]

루는 결혼식 사진을 찍다 보면 고객들이 항상 실물 사진첩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아내와 상의해 사진첩을 만드는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중간에 동업하려던 사람과 잘 안 되어 돈을 날려 먹기도 했다.

부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내가 비상금을 보탰다. 부부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부지로 빌려 꿈에 그리던 공장을 세웠다.

현재 루훙의 공장은 42명의 직원을 거느린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루는 장애인을 먼저 채용했다. 그래서 전 직원 중 71%가 장애인이다. 숙소가 마땅치 않은 직원에게는 잘 곳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루훙 사장이 공장에서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바이지아하오]

루훙 사장이 공장에서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바이지아하오]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영향으로 한 때 주문이 취소되고 공장도 조업을 중단했다. 사장 혼자만 공장에 나와 일을 했지만, 자택 격리가 된 직원들에게는 한 푼도 깎지 않고 계속 임금을 줬다.

다시 직원들이 복귀한 뒤 이달 매출은 200만 위안, 올해 연간 매출은 1000만 위안(약 17억원)을 내다보게 됐다.

루훙 사장은 뇌성마비를 딛고 공장을 차려 장애인 30명을 고용했다. 사진첩을 제작하는 직원들. [CCTV]

루훙 사장은 뇌성마비를 딛고 공장을 차려 장애인 30명을 고용했다. 사진첩을 제작하는 직원들. [CCTV]

루는 "공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길 바란다"면서 "직원들은 나를 믿어주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직원들을 도왔다고 말하지만, 사실 직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면서 "직원들은 나의 보배다.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루훙 사장은 뇌성마비를 딛고 연 매출 17억원을 내는 공장을 일궈냈다. 공장 외벽에는 "장애인을 돕자.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CCTV]

루훙 사장은 뇌성마비를 딛고 연 매출 17억원을 내는 공장을 일궈냈다. 공장 외벽에는 "장애인을 돕자.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CCTV]

공장 직원인 류즈룽은 현재 온라인 업무를 맡고 있다. 오른팔이 마비된 류는 왼손을 이용해 고객들이 온라인을 통해 남기는 문의에 답변하고 있다.

과거 집에서 온라인 게임만 하고 업무 경험이 없던 그를 사장인 루훙이 3개월간 직접 가르쳤다. 류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폐인이 되어가던 내가 이제는 매일 할 일이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일터는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