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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인체 탐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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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호 20면

2020 우리가 읽은 책

2020년 읽었던 책들로 올 한해를 되돌아봅니다. 연말연시 읽으면 좋은 책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새로운 출판 경로를 제시한 책, 믿고 읽는 저자, 재테크, 이념적으로 뜨거운 책, 미디어 셀러. 이런 책들이 올해 두드러졌습니다. 매력적인 소설과 마음을 다독이는 책을 어수선한 세밑에 가까이하는 것은 어떨까요. 소개한 책들은 지난 17일부터 전국 교보문고 15개 매장에 진열 중입니다. 한 달간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내년 책들은 중앙SUNDAY 출판팀과 교보문고가 함께 선정했습니다.

믿고 읽는 저자

바디: 우리 몸 안내서

바디: 우리 몸 안내서

바디: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까치

“5달러쯤 들고 철물점에 가면 사람의 몸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을 모두 살 수 있다.”

『바디: 우리 몸 안내서』 첫 장에 나온 이 대목은 궁금증을 확 일으킨다. ‘이게 무슨 말이지?’하며 따라가다 보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59가지 원소의 이야기에 다다르고, 다시 유전자로 이어지면서 육체를 과학적으로 탐색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저자 빌 브라이슨은 과학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데 탁월하다. 베스트셀러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우주와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과학적으로 탐색하는 거시적 탐사를 벌였다면, 이 책은 인간의 육체라는 미시의 세계를 탐색한다.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싼 원소들로 만들어진 육체 속에서 벌어지는 원소들의 경이로운 조화가 흥미롭다. 여기에다 몸 안에 사는 미생물들의 기능과 각각의 장기들이 수행하는 일들, 질병에 반응하는 몸의 메커니즘까지 낱낱이 파헤치며 몸을 잘 사용하기 위해선 몸의 주인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안내한다. 특히 마지막 장, 죽음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통해 과학의 결정체로서의 살아있는 몸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 점도 흥미롭다.

이와함께 몸을 제대로 쓰기 위한 인류의 분투 기록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병증의 발견과 이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약품과 몸에 이로운 미생물의 발견, 새로운 의학적 시도가 어떤 난관을 거쳐 치료 기술로 정착하게 되었는지, 의학을 둘러싼 인간사 스토리도 짭짤한 읽을거리다. 예를들어 20세기 미생물학계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업적인 스트렙토마이신이 실제로는 교수의 갑질에 희생된 대학원생의 발견이었다는 사실. 스트렙토마이신 발견과 연구로 노벨상까지 수상했던 셀먼 왁스먼은 실제로 제자인 앨버트 샤츠의 발견을 가로챈 것이고, 샤츠가 이 문제를 놓고 소송을 벌인 후 학계에서 왕따를 당한 이야기는 불공평한 세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질병에 맞선 여러 발견과 발명에는 이런 ‘무명의 헌신’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깨닫게 한다.

양선희 대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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