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쏜 코스피 3000 희망…“상승 여력”vs“상투 위험”

중앙선데이

입력 2020.12.19 00:02

업데이트 2020.12.1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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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호 08면

증시 가보지 않은 길

1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5포인트(0.06%) 오른 2772.18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종전 최고치(16일)를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뉴스1]

1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5포인트(0.06%) 오른 2772.18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종전 최고치(16일)를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뉴스1]

‘코스피 3000’ 시대, 꿈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까. 코스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에서도 27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움직임만 보면 ‘3000 고지’도 곧 오를 듯한 모습이다. 넘치는 유동성, 삼성전자를 필두로 코로나19 위기에도 선전한 국내 간판 기업들,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미국 증시도 신고가 행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주가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한편에선 2000년대 초 ‘IT(정보기술) 버블’이 꺼지면서 증시가 반 토막 났던 쓰라린 기억이 떠오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700선 넘어 신고가 행진
유동성·외국인·삼성전자 3박자
예탁금 올 초 30조서 60조로
증권가선 최고 3200까지 내다봐

부동산·주식 ‘자산 인플레’ 뚜렷
버핏지수 113% 최고치, 과열 장세
“백신 재료 소진 땐 조정 가능성”

JP모건 “코리아 디스카운트 줄어들 것”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점점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JP모건은 최근 내년 코스피 상단으로 3200선을 제시했다. 대신·한화증권 등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도 “내년엔 코스피가 3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내년 한국 증시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43%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봤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15일 ‘코스피 최고치 경신, 현재와 미래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까지 여는 등 ‘코스피 3000시대’ 기대감이 크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내외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한국 증시를 낙관하는 근거는 무엇보다 기업 실적 회복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4.1% 증가한 458억 달러였다. 무역수지는 59억 달러로 코로나19 속에서도 7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외부감사 대상기업 중 3862곳을 조사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6%로 1년 전(4.7%)보다 높아졌다.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도 1년 전 4.9%에서 5.6%로 증가했다. JP모건은 “코로나19 백신 가시화와 기업 실적 회복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이 잦아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증시 대기자금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주식 계좌는 올 들어서만 560만개 늘어 3500만개를 넘어섰다. 올 초 30조원 정도였던 투자자 예탁금은 현재 60조원이 넘는다. 이 돈은 언제든 증시로 흘러들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이른바 ‘동학개미(개인투자자·개미)’가 주식을 팔고 외국인이 주로 사고 있지만, 개미가 시장에서 빠져나갔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점에서 매수한 개인 투자들이 차익 실현 후 재진입 시점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10억원인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개미의 연말 대규모 매도 확률도 낮아졌다. 달러화 약세 등으로 외국인 수급 전망 또한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최근 한달간 7조원 정도를 순매수했다. 이는 올 1~10월 순매도액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국내 증시는 대세 상승 구간에 들어섰다”며 “일시적으로 출렁일 순 있겠지만 30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긍정적 시그널이 많지만, 마냥 낙관하기엔 걸리는 점도 여럿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미국·영국 등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좌절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국의 내수 부진 등으로 경제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여나 팬데믹(대유행)이 더 이어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13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2022년에도 여전히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대급 ‘디커플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물경제와 세계 주요국 주가 간 괴리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임금을 포함한 소비자물가는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부동산·주식가격만 오르는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하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1월 100.7에서 10월 98.3으로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2159에서 2359로 올랐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기업 실체와 상관없이 오른 주가는 결국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빌 게이츠 “2022년에도 코로나 영향”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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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증시 상승은 명백한 오버슈팅(과열 장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가 동학개미 등의 영향으로 기초체력에 비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한화투자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주가지수산출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달러지수를 기준으로 올해 한국 주식시장은 35% 올랐다. 주요 20개국(G20)에 속한 달러지수를 사용하는 15개국 중 상승률 1위다. 증시의 과열 여부를 보여주는 지표인 ‘버핏지수(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전체 상장사의 시가총액 비율)’는 지난달 말 기준 112.7%로 최고치다. 버핏지수가 60~80%면 저평가, 120% 이상은 과열 단계로 본다. 이승우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지금 상황은 주가가 고점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백신이란 재료가 소진하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이 고신용자의 신용대출을 축소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예탁금이 60조원에 이르지만, 사실상 신용대출 중단으로 증시로의 신규 자금 유입 여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 수익률 급등…진입장벽 생겨 신중히 접근해야
코스피가 2700선까지 돌파하면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급등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인버스 ETF와 반대로 지수 상승에 베팅한다. 특히 상승폭의 배를 수익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방향성은 정반대지만 이른바 ‘곱버스(곱빼기+인버스)’와 마찬가지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이후 모처럼 이어지고 있는 상승장에서 위험성보다는 수익성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17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TF 중 최근 한달 수익률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7개가 레버리지 ETF였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가 34.94%의 수익률로 가장 높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34.57%)’, KB자산운용의 ‘KBSTAR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34.33%)’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코스닥시장 우량주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활짝 웃었다. 코스피200의 정보기술(IT) 지수와 연동되는 ‘TIGER 200IT레버리지(미래에셋자산운용, 30.63%)’나 KRX300과 연동되는 ‘KODEX KRX300레버리지(삼성자산운용, 25.54%)’ 등도 수익률이 높았다.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상품들 역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레버리지 ETF·ETN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이미 투자한 경우가 아니라 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내년부터 정책적으로 바뀌는 부분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년 1월 4일부터는 레버리지 ETF나 ETN을 새로 매매하려는 개인이라면 금융투자교육원이 시행하는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증권사에 교육 이수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기존 투자자도 일정 금액 이상의 예탁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레버리지 ETF·ETN에 투자할 수 있도록 바뀐다. 예탁금 기준은 증권사가 투자자의 목적과 경험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한다. 이전 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 기존 투자자는 500만원을 보유해야 레버리지 ETF·ETN을 매매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곱버스 상품 투자자들도 똑같이 사전 교육 이수, 예탁금 보유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새 제도를 마련, 지난 9월부터 신규 투자자가 최초 투자일로부터 3개월까지 예탁금 1000만원을 보유해야 레버리지 ETF·ETN을 매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연초부터 특정 레버리지 ETF·ETN에 투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시장에 왜곡 현상이 나타나자 이같이 조치한 것이다.

다만 예탁금 기준치가 높지 않고 사전 교육 시간도 짧아서 이들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당분간 수그러들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서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 때는 금융당국이 비교적 높은 진입장벽을 세우면서 시장이 쪼그라들었지만, 이번 규제만으로는 극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균 기자

황정일·이창균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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