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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앓던 9살 소녀 사망은 대기오염 때문”…英 법원서 첫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엘라 키시-데브라는 2010년 천식 발작을 시작한 뒤 병원에 30차례 넘게 실려 가는 등 고통을 겪다 지난 2013년 2월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엘라 키시-데브라는 2010년 천식 발작을 시작한 뒤 병원에 30차례 넘게 실려 가는 등 고통을 겪다 지난 2013년 2월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영국에서 런던 도심 인근에 살던 9살 소녀가 천식을 앓다가 사망했다. 영국 법원은 이 소녀의 죽음이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16일(현지시간) 가디언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법원은 천식 발작을 시작한 뒤 지난 2013년 숨진 엘라 키시-데브라의 사망 원인이 자동차 매연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에 있다고 판단했다.

필립 발로우 검시관은 2주간의 공판 끝에 엘라가 "과도한 대기오염 영향으로 천식으로 사망했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법의학 전문가인 그는 엘라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넘는 수준의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에 노출됐으며, 이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로우 검시관은 엘라의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급성 호흡부전, 심각한 천식, 대기오염에 노출이라고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영국의 자선단체 등에서 사망증명서의 사망 원인으로 대기오염을 인정받은 것은 엘라가 세계 역사상 첫 사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엘라는 런던 남동부의 교통량이 많은 한 도로에서 25m 떨어진 집에서 살았다. 체조 대회에서 메달을 딸 정도로 건강했던 엘라는 6살이던 2010년 천식 발작을 시작한 뒤 호흡기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엘라는 발작 증세로 인해 30차례 가까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폐 기능은 점점 악화했다.

엘라는 3년간 수많은 천식 발작을 견뎌냈지만 병을 이기지 못하고 2013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사우샘프턴 대학의 스티븐 홀게이트 교수는 의료기록을 분석해 엘라의 사망이 대기오염과 관련됐으며, 주거환경을 바꿨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엘라가 살던 집 주변 도로에서 측정된 공기 중 이산화질소 수준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법적 최대치인 연 40㎍/㎥를 계속 초과했다. 엘라가 도로를 따라 학교까지 걸어 다닐 때 그의 가족들은 대기오염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이를 경고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14년 처음으로 엘라에 대한 사망 원인에 관한 조사가 이뤄졌을 때는 환경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교사 출신인 엘라의 엄마가 "엘라가 사망할 무렵에 이 지역 대기오염 수치가 크게 치솟았다고 알려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가 딸의 이름으로 천식 아동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영국 매체들은 엘라의 사망 후 7년간 끈질기게 원인 규명에 매달려온 엄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으며 앞으로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영국에선 해마다 2만8000~3만6000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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