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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징계 취소 소송은 대통령에 대한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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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별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가 17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은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라고 말했다. 법적 소송 상대는 징계 청구권자이자 제청권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징계 집행권자인 만큼 그 판단에 대한 정당성을 행정소송에서 다퉈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론 문(문 대통령)·윤 충돌이란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문 대통령은 법무부의 징계청구를 재가했을 뿐”이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도 “피고는 대통령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윤 측, 소장 내며 집행정지 신청도 #“법치주의 훼손에 법 절차로 대응” #청와대 “피고는 대통령 아닌 추미애” #여권 “윤, 대통령과 싸울지 택해야” #윤석열 압박했지만 결국 소송전 #야당 “민심 역풍 대통령 향할 것”

윤 총장 측 변호인은 이날 오후 9시쯤 서울행정법원에 전자소송으로 징계위의 정직 2개월 처분 효력을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장과 본안 판결 전까지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를 접수했다. 지난 1일 행정법원에서 윤 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을 받을 때와 같은 주장과 증거를 소장에 담았고, 지난 15일 징계위 2차 심의에서 새로 드러난 자료와 증인들의 진술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총장의 2개월 정직 처분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새로운 중요 수사도 나올 수 있는데 총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따라 수사가 달라진다”며 “총장 2개월 공백을 어떻게 회복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시스템 정비 조치가 필요한데, 그간 윤 총장이 준비해 온 것을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전’이 강조되는 상황에 대해선 “대통령의 처분에 대한 소송이니까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 맞다”며 “기본 입장은 헌법과 법치주의에 대한 훼손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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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면 법적인 소송 대상은 추 장관이다. 국가공무원법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대통령의 처분의 경우 소속 장관을 피고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야당 “관전자 코스프레 문 대통령…이제 직접 등판해야”

하지만 윤 총장 측은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정직 처분에 대해 정당성을 다투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의 ‘거리두기’와 달리 정치권에선 윤 총장의 징계 여파가 결국 문 대통령을 향한 것이란 인식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재가로 “시종일관 ‘나와는 상관없다’는 투였던 문 대통령이 불쑥 링 위에 끼어든 장면”(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이 연출되면서다.

여권 인사들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 총장이 소장을 내기 전인 이날 오전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부터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과 싸움을 할 거냐를 선택해야 한다”며 윤 총장을 압박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평소에는 부드러운 듯하지만 마음먹으면 아주 무서운 분”이라며 “나는 윤 총장이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과 대통령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윤 총장의 소송에 대해서도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참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울 기회로 여겼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그간 문 대통령은 추 장관 뒤에 숨어 있었다. 문·윤 갈등을 추·윤 갈등으로 위장하고 어용징계위를 만들어 합법을 가장하고 ‘대통령은 징계에서 재량이 없다’며 징계를 재가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관전자 코스프레’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총장이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했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야 할 것 같다”며 “지금부터 몰아칠 법적·정치적 후폭풍과 거센 민심의 역풍은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향후 정권 수사 무마, 윤석열 찍어내기 등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그간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던 법무부 감찰위와 행정법원 등의 결정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 무서운 분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헌법이 국민들을 그 무서운 분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이 윤석열을 이겨도 이 나라의 법치주의 시스템과 싸워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윤 총장은 이날부터 정직 처분의 효력이 발생해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 머물렀다. 그는 특별변호인과 연락하며 소송 서류 작성 등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정직 징계안을 재가한 전날 저녁에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포함한 대검 관계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손국희·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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