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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ㆍ시각장애 오케스트라 '징글벨'…"힘들었던 이들 위해"

중앙일보

입력

16일 온라인 공연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징글벨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16일 온라인 공연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징글벨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16일 오후 8시 유튜브의 화면에 악기를 든 10대와 20대 연주자들이 등장했다. 피아노로 시작한 ‘징글벨’에 바이올린ㆍ첼로ㆍ클라리넷ㆍ트롬본ㆍ기타까지 총 40명이 같은 음악을 연주했다. 코로나19로 각자의 공간에서 연주한 이들의 모습은 모자이크 화면으로 합쳐져 하나의 연주를 만들어냈다. 긴장한 듯 연주에 집중한 이들의 음악은 빠른 속도, 밝은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들은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이사장 김성환)가 2010년 창단한 오케스트라다. 이들은 매년 연말 공연장의 무대 위에서 송년 음악회를 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온라인 언택트 공연으로 전환했다.

짧고 흥겨운 크리스마스 음악의 랜선 공연이었지만 연주의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단원 40명 중 27명은 발달 장애(자폐성 장애, 지적 장애), 7명은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적 장애1급, 자폐성 장애 1급 등 악기 학습ㆍ연습ㆍ연주가 모두 쉽지 않은 단원들이다. 빛도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들은 점자 악보를 사용했고, 지적 장애인 단원들은 더 오랜 시간 느리게 음악을 배워야 했다. 뷰티플마인드의 이은선 간사는 “처음에는 악기를 제대로 잡기도 어려워했던 단원들이 많았지만 꾸준히 힘겹게 지도받고 연습해 이처럼 합주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뷰티플마인드는 2008년 뮤직아카데미를 먼저 시작해 장애인과 비장애 저소득층 아동ㆍ청소년에게 음악 교육을 제공했고, 2010년 아카데미 학생들을 모아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아카데미의 성과는 눈부시다. 총 100여명 중 24명의 학생이 국내외 콩쿠르에서 80여 차례 우승ㆍ입상 했고 32명의 학생이 예술 중고등학교 및 음악대학에 진학했다. 이들은 또 수료 후에 뮤직 아카데미로 다시 돌아와 보조교사로 활동하며 음악 교육의 재순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뷰티플마인드 측은 “꼭 전문 음악인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고, 여럿이 함께 연주를 하면서 익힌 감각으로 사회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이날 ‘징글벨’ 랜선 공연을 위해 올해 하반기 내내 연습을 거듭했다. 특히 음악 강사와 일대일로 만나 각자의 파트를 오랫동안 연습했다고 한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관악기 주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단체 연습에 참여하는 대신 각자 집에서 영상으로 연결해 연습을 했다. 그리고 이번 랜선 음악회에서는 단원 모두 개별 공간에서 연주를 촬영하고 이를 하나의 화면으로 합쳤다.

이번 연주에 참여한 발달장애 첼리스트 서윤직(14)군의 어머니는 “발달장애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2020년은 코로나19로 정말 힘든 한 해였다”며 “하지만 코로나로 지친 더 많은 분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만든 이번 연주 영상이 많은 이들에게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뷰티플마인드 측은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국내 최초의 악단이다”라며 “장애를 넘어 모두가 함께 한 ‘징글벨’ 연주를 통해 위로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고, 한 해동안 힘들었던 이들의 연말이 따뜻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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