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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떠받친 가계 자산 증가세…저소득층은 일손 놨다

중앙일보

입력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가구 자산과 부채가 지난해보다 일제히 증가했다. 저소득층은 기초연금·실업급여 같은 공적이전소득을 전보다 더 많이 받는 대신 근로소득·사업소득이 줄어드는 등 일손을 놓는 형태로 변화했다.

가구당 자산과 부채가 모두 증가한 데는 부동산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셔터스톡

가구당 자산과 부채가 모두 증가한 데는 부동산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셔터스톡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은 4억4543만원, 평균 부채는 8256만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지난해보다 3.1%, 4.4% 증가했다. 가구당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8.5%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해보다 6.2%포인트 높아진 79.3%다.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악화했다는 얘기다.

"집값, 전·월세값 상승이 자산·부채 올렸다"

가구 자산부채. 통계청

가구 자산부채. 통계청

자산을 증가시킨 건 부동산이었다. 지난 3월 가구별 평균 자산 4억4543만원 가운데 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0.6% 하락한 1억504만원(23.6%), 실물자산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3억4039만원(76.4%)이었다. 실물자산이 증가한 것은 부동산 중 거주주택(5.6%↑) 가치가 증가한 영향이었다.

부채 역시 부동산가격을 따라 늘었다. 가구 부채는 금융부채(6050만원)와 임대보증금(2207만원)으로 구성되는데, 각각 지난해보다 5.1%, 2.4% 증가했다. 금융부채 중엔 담보대출(4743만원)과 신용대출(868만원)이 각각 3.5%, 10.5% 늘었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 가격과 전월세 가격의 상승률로 인한 자산의 증가가 있었다"며 "이 자산 증가와 연계하여 담보대출 중심으로 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구주 연령별로는 30대의 부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 3월 30대의 부채액은 평균 1억8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915만원)보다 13.1%나 증가했다. 40대(6%)와 50대(6.4%)의 부채 증가율의 2배를 상회한다. 30대 부채 내역엔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의 흔적이 남았다. 이들의 부채 1억82만원은 담보대출 6422만원, 신용대출 1378만원으로 구성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은 지난 1월 30.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고, 이는 지난 10월 38.5%로 더 커지는 추세다.

집값 더 오르고 코로나19 겹쳐…"부채 더 증가했을 것"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3월 말 집계돼 이날 발표된 통계가 현재 가구 자산 상태를 온전히 보여준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3월말 이후 현재까지 집값과 전셋값이 더 뛴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기가 부진한 탓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월말 이후 지금까지는 두가지 측면에서 부채가 더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을 구입하는 등 과정에서 신규로 부채가 늘어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코로나19가 진행되면서 생활이 어려워져 부채로 생활자금을 충당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평균적으로 보면 자산와 부채가 같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겠지만 생활자금을 위해 부채를 늘린 가계는 순자산의 감소 효과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에 순자산이 늘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작년보다 일손 놨다 

가계금융복지조사 2020. 자료: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2020. 자료: 통계청

지난해 가구의 평균 소득은 5924만원으로 2018년(5828만원)에 비해 1.7% 증가했다. 가구소득 중 근로소득(3791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감소했고, 사업소득(1151만원)의 비중도 19.4%로 0.8%포인트감소했다. 반면 기초연금·실업급여·아동수당·근로장려금 등 공적이전소득(457만원) 비중은 7.7%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저소득층에서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최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의 지난해 소득은 1155만원으로, 소득 증가율(4.6%)만 놓고 봤을 때 전체(1.7%) 가구의 약 2.7배에 달했다. 그러나 소득 구성비를 봤을 때 이들의 근로소득(286만원)은 지난해보다 5.2% 감소했고 사업소득(98만원)은 1.7% 감소했다. 대신 공적이전소득(494만원)이 13% 증가했다. 이들의 전체 소득에서 공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42.8%에 달했다.

소득 2분위 역시 근로소득(1379만원)이 지난해보다 6.1% 감소하고 사업소득(496만원)이 3.2% 감소한 데 반해 공적이전소득(526만원)이 24.2% 증가했다. 저소득층이 시장에서 노동을 통해 스스로 벌어들이는 소득을 줄이는 대신 정부로부터 받는 소득을 늘리고 있단 얘기다.

"근로의욕 떨어뜨리고 공적보조로 보전은 문제"

그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했다. 지난해 가구 평균 비소비지출은 1106만원으로 1년 전보다 0.7% 증가했다. 세금은 354만원에서 357만원으로(0.7%↑), 공적연금·사회보험료는 338만원에서 353만원으로(4.3%↑) 증가했다. 임 과장은 "세금이나 공적 사회보험료가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소비지출 내 비영리단체이전지출(기부금 등)은 1년 전 62만원에서 올해 55만원으로 11%나 감소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2020. 자료: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2020. 자료: 통계청

그 결과 빈부격차 정도는 개선됐다. 지난해 지니계수는 0.339로 전년 대비 0.006포인트 감소했다. 0~1 구간에 형성되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소득 5분위 배율은 6.25배로 1년 전보다 0.29배 포인트 내려갔다. 소득 5분위 평균 소득을 하위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이 값은 클수록 소득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 재분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우리나라가 아직 조세나 재정지출을 통해 소득 재분배하는 기능이 약한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 제일 중요하게 따져봐야 해야 하는 건 워크 페어(Workfare·생산적 복지)로 잘 가느냐 여부"라며 "일자리를 통해서 복지가 제공되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공적보조 또는 허드렛일을 통해 겨우 소득을 보전케 하는 상황이란 점에서 전혀 바람직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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