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시급"vs"문제 많다"···신속진단키트 두고 여권내 갈등

중앙일보

입력 2020.12.17 12:09

업데이트 2020.12.17 23:39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0월 2일 오후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업체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에스디바이오센서(주)를 방문,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0월 2일 오후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업체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에스디바이오센서(주)를 방문,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나 쉽게 자가검진 받을 수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속진단키트 보급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1차 자가 검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 검사를 받게 하는 방안을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지만 당·정 협의의 채널인 복지위원들이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미 두달 전부터 10분 이내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해 무증상 감염자들을 선제적으로 가려내자는 방향에 무게를 둬 왔다. 지난 10월 2일 충북 오송에 있는 SD바이오센서 공장을 방문해 “광범위한 조기 진단에서 세계 최고 수준까지 해왔다”며 “한쪽은 조기진단 한쪽은 치료 두 바퀴가 잘 굴러가야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신속진단키트로 불리는 항원진단키트(진단키트에 항체를 발라 검체에 항원이 있는지 판별)를 개발해 WHO 승인을 받은 국내에 유일한 기업이다. 이 대표는 방문 2개월 만에 다시 진단키트 활용론을 꺼낸 것은 “치료제 없이 진단은 의미가 없지만, 이제 치료제 확보도 가시화되기 때문에 진단키트 확대 공급의 필요성을 다시 짚은 것”(오영훈 당 대표 비서실장)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싣는 건 코로나 방역 현장을 맡고 있는 자치단체장들과 자치단체장 출신 의원들이다. 최고위원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검사가 비싸고 쉽지 않아 검사시간이 지체되면 그사이 감염이 퍼진다. 정확성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빠르게 진단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2.5단계 유지하면서 방역 효과 낼 수 있다. 자가진단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SD바이오센서와 업부 협약을 맺고 항원진단키트를 활용해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종사자 3000여 명에 대한 전수 검사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광역단체장이 참여한 ‘K방역 긴급 화상 점검회의’에서도 같은 주장들이 이어졌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강원도의 최문순 지사는 “전수조사가 필요한 현 상황에서 강원도의 모든 역량을 모아도 하루 검사 대상은 4000명 정도다. 신속 진단키트를 빨리 쓸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지사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한다”, “당이 주도해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왼쪽)과 복지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민주당 의원. 뉴시스·연합뉴스

염태영 수원시장(왼쪽)과 복지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민주당 의원. 뉴시스·연합뉴스

그러나 정작 당정 협의 채널인 복지위원들은 소극적이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신뢰성을 담보할 만한 진단키트 제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당내 진단키트 관련 별도 TF까지 만들어 몇개월간 점검해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 판단을 내렸고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하고 있다. 혼자 진단이 가능한지에 대한 용이성, 바이러스 감염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안정성, 정확성 세가지 조건에 맞는 제품이 없다는게 결론”이라고 말했다.

의사출신 신현영 의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기존 제품의 정확도는 90%여서 잘못된 진단이 나올 가능성도 10%다. 자가 진단이 잘못돼 음성 나온 환자가 무방비 상태로 돌아다니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자가진단보다 중증환자 증가에 대한 대비를 우선시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식약처 승인받은 항원진단키트는 1개이며 승인을 신청해 기다리는 제품은 8개다. 이 모든 제품이 전국민 확대 보급엔 적합지 않다는 게 복지위원 다수의 의견이다.

갈등 이면에는 의료법 해석을 둘러싼 쟁점도 작용하고 있다.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코 속을 찌르는 행위가 의료행위로 볼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의사들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예외가 늘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 민주당 복지위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복지위원들은 대체로 의사들의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염 최고위원은 “키트는 임신 테스터 만큼이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돼 있다. 설령 의료행위라고 하더라도 감염병 대유행기에는 예외적으로 하위 법규를 바꿔서라도 활용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신속진단키트 보급에 대해 ‘비상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아예 법을 개정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는 ‘자가 채취’ 행위는 안전과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표준 검사법인 PCR을 예로들면서 “민감도 높지만 검체 채취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 검체 채취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시행하기에는 어려운 검사”라며 “자가 채취는 검체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출혈 등의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데에도 일정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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