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秋 읽던 책 저자의 동기 "20년전 1년짜리 검사가…입 다물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정기회에 참석하며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정기회에 참석하며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직 부장검사가 검사 출신 이연주(47) 변호사를 향해 “19년 전 그 알량한 1년의 경험으로 검찰의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는 양 행세하진 말라”고 맹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국회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 중 보란 듯 읽어 화제가 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의 저자다.

정유미(48·사법연수원 30기)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변호사를 겨냥해 “장관이 네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지금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사람한테 19년 전 검찰을 들이밀면 어쩌잔 말이냐”라고 비판했다.

정 검사와 이 변호사는 연수원 동기 사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01년 인천지검 검사로 임관해 1년 동안 근무한 뒤 2002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 개혁’을 강조하면서 과거 자신이 겪었던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전날에는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자신이 징계위원이었다면 최소 면직처분을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윤 총장에 대해 "차기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의 노릇을 한다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정 검사는 이 변호사를 향해 “20년 전 1년짜리 검사가 혐의가 뭔지 증거가 뭔지 적법절차가 뭔지 제대로 알았겠냐”면서“그러니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언론보도나 보면서 용감하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겠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네가 고작 일년 검사생활하고 나간 이유가 뭐든 간에, 어찌 됐든 너는 그때 떠나는 것을 택했고, 남은 사람들은 19년간 싸우고 대들고 설득하고 토론하고 교육받고 또한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서 조직을 변화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가 떠날 때와 지금의 검찰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거쳐 전혀 다른 조직이 되었으니, 제발 알지 못하면 그 입 좀 다물라”며“안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검찰의 변화를 일궈왔던 동료와 후배들의 노고를 쓰레기 취급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회에서 이 변호사의 책을 읽었던 추 장관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변호사의 책을 읽고 중간중간 숨이 턱턱 막혔다”며 “웬만한 용기없이 쓰기 쉽지 않은 검찰의 환부에 대한 고발성 글이기에 저자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