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인테리어

중앙일보

입력 2020.12.1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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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애란 기자 중앙일보 팀장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요즘 다들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주문이 엄청 밀렸다니까. 지금 계약하면 두 달 뒤에나 받을 거요.”

얼마 전 침대업체 대리점 사장이 한 얘기다. 어쩐지 매장이 유난히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번 구경이나 하러 매장에 들렀다가 괜히 마음이 급해져 당일 바로 계약을 해버리고 말았다.

인테리어 산업이 대호황이다. 코로나19로 본의 아닌 ‘집콕’족이 늘어난 영향이다. 집에만 있다 보니 전엔 지나쳤던 낡은 가구와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어차피 여행도 못 가고, 옷이나 화장품으로 꾸밀 일도 없는데 집이나 꾸며볼까. 이런 심리에 지갑이 열리면서 인테리어·가전·가구 관련 업체 매출이 뛰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의식주 중 주거 중심으로 관심과 소비가 이동한다’는 전문가들 얘기가 사실이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동탄 임대주택 방문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행사 자체나 대통령 발언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용면적 44㎡라는 그 임대주택의 인테리어가 여간 훌륭한 게 아니었다. 흰색과 카키빛 도는 회색의 이중 커튼, 연회색 패브릭 소파와 바닥의 아이보리색 줄무늬 러그, 곳곳에 놓인 화분과 액자까지. 잡지에서 튀어나온 집인 듯했다. 이층침대가 있는 아이방은 토끼 벽장식과 함께 노랑과 회색의 조합으로 꾸몄다. 색채전문기업 팬톤이 ‘2021년 올해의 컬러’로 선정했다는 바로 그 두가지 색(일루미네이팅, 얼티밋그레이)이다. 보통 감각이 아니었다.

압권은 대통령이 국토부 장관, LH 사장과 함께 앉아 담소를 나눈 공간이었다. 화사한 그림액자, 화병 속 주홍빛 튤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양이 장식품과 커피드리퍼가 센스를 더했다. 카페나 갤러리라 해도 손색없을 듯했다. 꾸민 이는 분명히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물 것을 알고 신경 썼으리라.

너무 완벽했다. 그래서 비현실적이었다. 청와대는 대통령 현장방문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렇게 제목을 붙였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생각, 확~ 바꿔드립니다.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 점검’. 혹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생각을 확 바꾸기 위해서는 이토록 인테리어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대통령이 방문한 임대주택 두 곳의 인테리어 비용만 40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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