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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중 “징계위 후회” 심재철 “윤석열 대통령 되면 검찰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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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위기가 찾아오면 적과 동지가 드러난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차 검사징계위원회에서 벌어진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행(한국외대 교수)을 필두로 한 징계위원 4명은 윤 총장 측의 위원 기피 신청, 회기 연장 등의 요구를 일축하고 징계 의결을 밀어붙였다. 윤 총장이 신청한 증인 7명 중 류혁 법무부 감찰관,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전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등 4명은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가 절차와 내용 면에서 모두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나머지 증인 3명 중 둘은 불출석했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만 출석해 윤 총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치열했던 윤석열 징계위 공방 #심재철, 윤에 불리한 진술 쏟아내 #윤석열측 “사실과 다른 황당한 주장” #류혁 “윤 총장, 감찰 방해는 불가능” #신성식 ‘윤석열은 무혐의’ 기권표

“심재철이 윤 총장 보냈다” 얘기 나와

징계위 공방

징계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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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받은 건 당초 징계위원에 포함됐던 두 검사장급 간부의 엇갈린 입장이다.

16일 새벽 4시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결정이 나오자 “심재철이 결국 윤석열을 보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징계위가 직권으로 증인을 채택했다가 막판에 취소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은 윤 총장 징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서면진술서를 제출했다. 앞서 그는 1차 징계위 때 스스로 징계위원을 회피했다.

심 국장은 진술서에서 윤 총장의 징계 사유 6가지 중 판사 문건과 채널A 수사 방해 등에 대해 윤 총장에게 불리한 주장을 쏟아냈다. 판사 문건에 대해 “문건을 받자마자 격노했다.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라 생각했다”며 “검찰 특수통들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법원을 압박하려는 정보 수집의 일환”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특수통 출신인 윤 총장은 물론 한동훈 검사장 등 이른바 ‘윤석열 라인’ 검사들을 저격한 것이다.

심 국장은 한동훈 검사장 관련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에서도 윤 총장이 부적절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심 국장 외에 이정현 대검 공공형사수사부장(당시 중앙지검 1차장), 김관정 동부지검장(당시 대검 형사부장)도 진술서를 냈다고 한다. 이들 진술서에는 “윤석열 총장은 사조직 두목에나 어울리는 사람이지, 대통령이 되면 검찰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의 진술서에 사실과 다른 황당한 내용이 많아 반박 자료를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했으나 묵살했다”며 억울해했다.

심 국장은 윤 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인 판사 문건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에게서 보고받은 뒤 이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징계위에 직접 출석한 한 부장은 자신이 판사 문건을 법무부에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누구로부터 받았는지에 대해선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했다. 심 국장이 판사 문건을 한 부장에게 전달한 게 맞다면 심 국장은 ‘윤석열 징계’의 제보자가 된다.

반면에 징계위원으로 참석했던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은 정작 징계 의결 투표에선 기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추미애 라인’ 검사로 분류돼 왔기 때문에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윤 총장 측은 신 부장이 KBS의 채널A 오보 사건의 유출자로 지목됐다며 기피 신청을 했었다.  정한중 직무대행은 16일 “신 부장은 최종 징계 표결에선 기권했고 윤 총장의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징계 사유 6가지에 대해 모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신 부장은 8시간가량 이어진 징계위 증인심문에서 한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총장 측은 “정한중 직무대행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주로 의견을 밝혔고 신 부장은 굳은 표정으로 침묵만 지켰다”고 전했다. 정 직무대행도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는 저와 이용구 차관, 안진 전남대 교수가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총원 7명 중 3명이 윤 총장의 6개 징계 청구 사유 중 판사 문건 작성과 채널A 수사·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성 의심 등 4가지 사유를 인정해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징계위원 중 윤 총장의 해임을 건의한 위원은 없었다고 한다.

징계위에 참석한 류혁 법무부 감찰관도 윤 총장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 류 감찰관은 “윤 총장의 징계 청구에 대해 박은정 감찰담당관으로부터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며 “징계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했다. 이 같은 류 감찰관의 진술은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감찰 방해’가 빠지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감찰관은 윤 총장의 징계 사유로 인정된 판사 문건에 대해서도 “죄가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이정화 검사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정한중 “윤 총장 공헌 인정해 정직 2개월”

정 직무대행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직 2개월은) 지금까지 윤 총장의 공헌과 징계를 둘러싼 국민의 분열, 그리고 윤 총장의 징계 혐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윤 총장의 ‘공헌’이란 적폐청산 등 윤 총장이 주도한 지난 보수 정권 수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정 직무대행은 “윤 총장의 남은 임기도 생각했다”며 “이번 일을 맡은 것이 솔직히 후회도 된다. 그래도 공정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 총장 징계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여당과의 교감은 없었다”며 “이 점을 제일 강조하고 싶고 불법도 없었다”고 반복해 말했다. 징계위 절차를 새벽에 마무리한 데 대해선 “이렇게 질질 끄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았고 윤 총장 측이 너무 시간을 끌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태인·강광우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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