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한미군 감축 막는 ‘국방수권법’…트럼프, 거부 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트럼프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의회가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2021년도 국방수권법(NDAA)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독일·한국 미군유지 조항에 반발 #트럼프 23일까지 거부권 행사 땐 #상·하원, 재표결해 통과 가능성

그간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미군기지 명칭을 개정하고, 소셜미디어 기업의 사용자 콘텐트에 대한 면책 조항 폐지가 빠진 걸 문제 삼더니 이번엔 주한미군 감축 제한과 함께 독일·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계획에 제동을 건 점까지 들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알렸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회가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 과반수(3분의 2 이상)로 국방수권법을 통과했는데도 거부권을 행사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여전히 이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이라며 “정확한 시간표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미군 장병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길 원하며 이 거대한 법안에서 군비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커내니는 “하지만 그에겐 다른 우선 과제들도 있고 국방수권법에는 (사용자 콘텐트에 관해 플랫폼 운영업체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가 빠져 있는 등 문제들이 있다”며 “230조가 폐지되지 않으면 트위터가 중국의 선전물을 검열하지 않고 계속 내버려 두게 된다”라고 했다. 이어 “우려되는 조항들에는 아프가니스탄, 한국과 독일에서 병력 철수 및 배치에 관해 많은 조항이 들어간 것도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도 국방수권법이 전년에 이어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아래로 감축하지 못하게 한 조항을 문제 삼은 것이다.

올해 법안은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 동맹국 안보를 크게 저해하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적절히 협의했다고 증명한 날 이후 90일 동안은 의회가 준 예산을 감축에 쓰지 못하게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1만2000명 감축 계획을 발표한 주독미군도 현재 3만4500명 아래로 감축하려면 120일 전에 국방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억지 태세에 대한 감축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을 4000명 아래로 철군할 때도 사전에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영향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국방수권법을 송부한 다음 날부터 10일 내(일요일 제외)인 오는 23일까지 공포하거나 거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트위터로 “새로운 국방법안의 최대 승자는 중국”이라며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이미 예고한 상태다.

임기가 불과 한 달 남았지만, 대통령이 국방수권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하원은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거부권을 무력화하고 법률을 공포할 수 있다.

앞서 하원은 지난 8일 335대 78, 상원은 지난 11일 84대 13으로, 각각 3분의 2를 훨씬 넘는 찬성으로 국방수권법을 가결하고 백악관으로 송부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곧바로 이를 무력화하는 표결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