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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수 OECD 2위인 韓…어쩌다 ‘코로나 병상부족’ 사태 났나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병상확보를 위한 컨테이너 임시병상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병상확보를 위한 컨테이너 임시병상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중증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서울에 단 한 곳밖에 남지 않았다. 인천에 남은 병상은 1개, 경기도엔 0개다. 코로나 19 치료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린 수도권의 현주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은 절대적인 병상 수가 부족한 게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병상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1000명당 병상 수 OECD 2위”

OECD 주요국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OECD 주요국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의 인구수 대비 병상 수는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9월 발간한 ‘OECD 보건 통계 2020(OECD Health Statistics 2020)’를 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4개다. 1위인 일본(13.0개)의 뒤를 이은 2위다. OECD 37개 국가의 인구 1000명당 평균 병상 수는 4.5개로, 우리나라는 2.8배 많다. 중환자 병상도 2018년 기준 전국에 총 1만 229개가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는 평소 병상이 넘쳐난다고 오히려 지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공병원 병상은 10%뿐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현재 병상 부족의 원인은 정부가 공공병원 병상에만 의존하고, 민간병상을 확보하지 못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발간한 ‘2019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을 보면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든 공공의료기관의 병상을 코로나 19병상으론 쓸 순 없다. 공공병원에는 저소득층 및 무연고자 등 사회 취약계층이 다수 입원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병상을 제공하는 민간병원에 보상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건 아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중환자치료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병원들이 희생해야 하는 경우에 병상 평균 일 수입에 5배, 환자를 치료할 경우엔 10배를 가산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뜻 나선 민간병원은 평택 박애병원 한 곳뿐이다.

“메르스·대구 의료진 보상도 늦어”

16일 부산 동래구 코로나19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16일 부산 동래구 코로나19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민간병원들이 정부를 불신해 병상 협조가 어렵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손실보상위원회가 처음 생겼지만, 보상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며 “지난 2월 대구에 지원 갔던 코로나 19 의료진에 대한 보상조차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병원이 선뜻 병상을 내어 주겠냐”고 말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진료 마비로 발생한 손실보상금 607억을 아직 받지 못했다. 지난 5월 대법원은 보건복지부가 병원 측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병원은 여전히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전히 보상금은 ‘지급 유예’상태”라고 밝혔다.

“명확한 보상으로 병상 확보해야”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공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상 확보를 위한 컨테이너 임시 병상이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공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상 확보를 위한 컨테이너 임시 병상이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 교수는 “보상금을 사후에 계산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에크모 치료가 가능한 병실, 중환자 병실, 일반 병실 등 병실별 하루 보상료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역시 “정부가 민간병원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병원마다 협조하지 않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명백한 정부의 책임 방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병원 중환자실 환자들의 평균 입원일수는 약 4~5일이다. 장기입원이 필요한 중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며 “민간병원에서 비응급환자의 입원 일수를 줄이거나, 중환자실의 10%만 비워도 충분히 코로나 19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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