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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인가 악수인가…‘정직 2개월’ 윤석열의 동시다발 법리전쟁

중앙일보

입력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윤 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윤 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마라톤 회의 끝에 16일 오전 4시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의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향후 동시다발적인 법리전쟁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정직 2개월, 집행정지 받아들여질까

징계위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 혐의를 인정하고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결정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주일 만에 다시 출근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집행정지 처분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했는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윤 총장의 직무배제 처분은 금전 보상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금전 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유무형의 손해”라며 윤 총장을 직무에 복귀시켰다. 하지만 정직 2개월로 윤 총장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재판부의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나름 징계위가 집행정지 처분 기각을 위한 묘수를 낸 것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반면 검찰총장직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정직에 대한 집행정지가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도진기 변호사는 “재판부는 검찰총장이라는 직책과 그의 정직에 따른 검찰의 독립성 등도 중요한 부분으로 판단할 것이기에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졌는지 ▶위원회 구성이 편파적이지는 않았는지 ▶진술권 보장은 충분히 되었는지 ▶전례 없는 검찰총장 정직으로 ‘식물 총장’으로 전락할 경우 검찰 조직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인지 등이 법원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법리전의 핵심은 정직 불복 소송

일단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윤 총장의 직무배제조치를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가 윤 총장을 다시 직무에 복귀시킨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서울고등법원에는 즉시항고 사건이 접수됐다. 두 사건 모두 아직 첫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이 밖에도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 주도로 징계위를 구성하도록 한 현행 검사징계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사건의 주심은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평가받는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의 문형배 헌법재판관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정직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과 집행정지 소송이 될 것이란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조미연 부장판사의 결정문처럼 법원과 헌재에서 유의미한 판단이 나올 경우 윤 총장 측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 부장판사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 맹종할 경우 검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는 등의 표현을 결정문에 담았다.

일각에서는 행정법원이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다면 징계위원들은 직권남용죄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법무부 징계위원은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윤 총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것은 사법부의 몫”이라며 “사법부는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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