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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뇌관' 지목된 해외 부동산펀드…금감원 "당장 무너질 성격 아냐"

중앙일보

입력

국내 자본시장의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해외 부동산 펀드를 금융감독원이 처음으로 정밀 분석했다. 업계 우려와는 달리 금융감독원은 해외 부동산 펀드가 단기간 내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몇년 간 투자가 급증한 해외 부동산펀드. 과연 자본시장의 부실 뇌관이 될까. 셔터스톡

최근 몇년 간 투자가 급증한 해외 부동산펀드. 과연 자본시장의 부실 뇌관이 될까. 셔터스톡

금융감독원은 16일 '해외 부동산 펀드 현황 및 대응방안'이라는 자료를 발표하고 해외 부동산 펀드의 투자자 현황·모집형태·투자지역·물건종류·투자형태·만기분포·잠재리스크 등을 조명했다. 금감원이 해외 부동산 펀드를 대상으로 이런 세부 사항을 정리해 공개한 건 처음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서 해외 부동산 펀드를 향한 대규모 부실화 우려가 유독 컸던 데 대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언론이나 시장, 국회 등의 관심 및 자료 요청이 많아서 그 현황을 분석해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41조 투자…대부분 폐쇄형·사모펀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국내 77개 자산운용사는 총 56조5000억원의 해외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중 31개 자산운용사가 시장 전체의 91.2%에 해당하는 51조4000억원어치 해외부동산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자 현황. 금융감독원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자 현황. 금융감독원

해외 부동산 펀드의 투자자는 주로 금융기관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판매잔고 55조6000억원 가운데 개인투자자 투자금액은 9000억원으로 전체의 1.6%에 머물렀다. 일반법인 투자금액은 13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24.3%다. 74.1%에 해당하는 41조2000억원은 모두 금융기관 투자자의 투자금액으로 조성됐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대부분 폐쇄형 사모펀드로 모집·운용된다. 분석 대상 해외부동산 펀드 51조4000억원 가운데 사모는 49조2000억원으로 95.5%를 차지했다. 또한 전체 펀드의 99.4%(51조2000억원)는 만기 전에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구조로 운용되고 있었다.

오피스·호텔에 임대·대출형 투자… 내년 만기 5.5%

하나금융투자는 롯데호텔과 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 도심에 있는 '호텔앳더마크'(Hotel at the Mark)를 미국계 사모펀드 스톡브리지로부터 매입했다. 연합뉴스

하나금융투자는 롯데호텔과 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 도심에 있는 '호텔앳더마크'(Hotel at the Mark)를 미국계 사모펀드 스톡브리지로부터 매입했다. 연합뉴스

펀드 투자 지역은 미국(42.1%)과 유럽(27.4%), 아시아(6.7%) 순이었다. 물건 종류를 따져봤을 땐 오피스빌딩이 27조4000억원(53.2%)으로 가장 많았고, 호텔·리조트가 5조5000억원(10.7%), 복합단지·리테일이 3조7000억원(7.1%) 등으로 뒤를 이었다.

해외 부동산 펀드 유형별 현황. 금융감독원

해외 부동산 펀드 유형별 현황. 금융감독원

펀드의 투자 형태는 임대형이 21조원(40.7%), 대출형이 17조8000억원(34.7%), 역외재간접형이 8조2000억원(15.9%)이었다. 임대형은 펀드가 직접 부동산을 보유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펀드 운용 기간 중엔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만기시 매각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형태다. 대출형은 펀드 기간 중 이자수익을 수취하고 대출채권 만기 때 원금을 상환받는 구조다. 역외재간접형은 해외 운용사가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 형태다.

전체 해외 부동산 펀드의 약 절반(49.7%)은 최근 1~3년 내 설정된 신생 펀드다. 펀드의 평균 만기는 7.6년으로, 2023년부터 본격적인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7조8000억원(15.1%), 2024년 8조4000억원(16.4%), 2025년 이후 26조8000억원(52.1%) 등이다. 2021년과 2022년 만기도래 금액은 각 2조8000억원(5.5%) 및 4조3000억원(8.4%)으로 전체의 15% 미만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 연도별 만기도래 금액. 금융감독원

해외 부동산 펀드 연도별 만기도래 금액. 금융감독원

잠재 리스크 있지만 "당장 무너질 성격 아냐" 평가 

해외 부동산 펀드는 업계의 우려대로 여러 잠재 리스크 요인을 품고 있다. 일부 펀드에서는 임대료 또는 이자 연체 등이 발생하거나 매각여건 악화로 만기를 연장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 향후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펀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자금 회수(엑시트·exit)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대출형 펀드의 경우 중·후순위 비중이 커 신용위험 우려도 있다.

금감원은 다만 해외 부동산 펀드의 경우 평균 만기가 길어 단기 경기 움직임에 대한 민감도나 유동성 리스크가 적고, 대부분 폐쇄형으로 설정돼 여타 유형 펀드보다 대량 환매 우려도 크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가 발생해서 각종 리스크가 더 심각해지지는 않았을까 해서 보다 심도 있게 분석을 했는데 (그 결과) 그 정도까지 심각한 건 아닌 것 같다"며 "뇌관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는 것은 맞지만 당장 무너질 성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선 "호텔 이미 어렵고 상업용도 코로나19 타격"

업계에서 느끼는 부담은 금감원 평가보다 심각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미래에셋과 중국 안방보험 간 미국 호텔펀드 관련 소송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 지금 미국이나 유럽 호텔 업황이 안 좋아 관련 부동산 펀드들이 배당을 유보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나마 상업용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건전했는데 최근 임대료 연체가 실질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계약 연장 가능성도 작아져 추후 매각 가능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3월 약 3700억원에 인수한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소재 '투어유럽' 빌딩.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3월 약 3700억원에 인수한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소재 '투어유럽' 빌딩. 한국투자증권

금감원은 지난 10월부터 운용사가 대체투자펀드 설정 시 사전에 리스크 분석을 시행하고 이후에도 최소 연 1회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공정가치를 평가하게 한 '대체투자펀드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시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펀드 잠재 리스크 요인을 지속해서 점검하는 한편, 자산운용사가 동 규준에 따라 대체투자펀드를 설정·운용하고 있는지 자체 점검하여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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