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코로나 한방에 날아간 ‘브릭캠퍼스 종주국’ 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26·끝)

오늘의 주제는 브릭 아트 테마파크 ‘브릭캠퍼스’ 설립 이야기입니다. 아직 세계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브릭 아트 테마파크를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에서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콘텐츠를 기획, 연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브릭 작가들과 어떤 방법으로 협업했는지, 앞으로 과제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브릭 아트 분야뿐 아니라 전시, 박물관, 테마파크 등의 콘텐츠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브릭캠퍼스 제주 오픈식 모습.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캠퍼스 제주 오픈식 모습.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캠퍼스는 2017년 12월 17일 제주도에 개관했습니다. 2014년 여름, 브릭 아트를 처음 접하자마자 기획을 시작했으니 나와 회사 동료들이 이 콘텐츠를 준비한 지 만 3년 6개월 만에 브릭캠퍼스를 개관하게 된 셈입니다. 첫 편에 소개한 바 있는데요, 2014년 여름 서울에서 열린 한 토이 페어 (장난감 엑스포)에 구경 갔다가 커다란 유리 케이스 안에 전시된 브릭 작품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100% 레고 브릭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길이 1m가 넘는 ‘우주전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레고사에서 발매하는 제품인 줄 알았지만, 그것이 작가의 창작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몹시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때부터 이 브릭 아트라는 콘텐츠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지현 작가의 〈우주전함〉. [사진 브릭캠퍼스]

주지현 작가의 〈우주전함〉. [사진 브릭캠퍼스]

우리는 가장 먼저 국내 브릭 아트 동호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브릭 전문가와 브릭 아티스트들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서 말이지요. 국내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동호회의 운영진(대부분은 브릭 작가)과 연결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들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정도까지는 거의 1년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브릭 아티스트는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을 갖고 있다 보니 20여 년 나름대로 거친 프로덕션 바닥을 헤쳐 나온 우리의 성향과 달랐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동반자로서 서로 신뢰를 갖고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 후 또 1년이 더 걸렸는데 워낙 천천히 맺어진 관계라 그런지 매우 깊이 있게 연구하는 동반자의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처음 연을 맺었던 50여 명의 국내, 외 브릭 아티스트들은  지금까지도 모두 좋은 관계로 소통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브릭동호회 브릭 인사이드 단체 사진. [사진 브릭 인사이드]

브릭동호회 브릭 인사이드 단체 사진. [사진 브릭 인사이드]

작가들의 오랜 고민과 협업에 의해 나온 브릭 작품 관람에 관한 결과물은 그동안 소개했던 다른 나라의 브릭 관련 콘텐츠보다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인간의 형상 브릭 작품이 있는 곳은 여러 개의 특수 조명, 5.1ch 심해 음향 효과로 그 감동을 더 했고 아더왕이 뽑은 엑스칼리버 작품은 빔프로젝터와 조명을 이용하여 천둥과 번개가 치는 주변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 실감을 더했습니다.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불국사 작품을 감상할 때면 저 멀리서 산사의 맑은 종소리와 바둑이 짖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 LED 작업이 병행된 브릭 작품이 있는 곳은 세트와 천을 이용해 빛을 차단함으로써 관람의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오랫동안 공연과 방송 이벤트를 연출한 노하우를 동원해 특수효과, 세트, 조명, 영상, 음향 심지어 향기 장치까지 동원하여 최대한 브릭 아트 작품이 더 실감 나게 관람 될 수 있게 마련하였습니다.

스타워즈 트렌치 런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스타워즈 트렌치 런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처음 제주에서 브릭캠퍼스를 오픈했을 당시에는 600평의 전시장에 약 250 작품을 위와 같은 기법으로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만으로 관객에게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매출과 관객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약 3개월 시범 운영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해보니 ‘전시는 훌륭한데 아쉽다’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체험’의 부분이었습니다. 브릭을 이용해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코너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죠. 정식 오픈한지 3개월 후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제주도 브릭캠퍼스의 규모를 거의 두 배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티켓팅을 하는 입구 건물과 갤러리 건물이 전부였던 것을 체험과 놀이, 먹거리 장소를 더 임대해 총 2만㎡ 규모의 테마파크를 구축하게 된 것입니다.

브릭캠퍼스 제주 3D맵.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캠퍼스 제주 3D맵. [사진 브릭캠퍼스]

2018년 여름부터 관람, 체험, 기념, 놀이, 먹거리 등이 갖추어졌고 같은 해 9월 여기서 머물지 않고 브릭 아트 클래스를 개설해 매일 관람객의 신청을 받아 브릭 아트와 조립 방법 등에 대한 교육 콘텐츠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추가로 마련된 브릭 작품 체험과 브릭 조립 놀이, 브릭 클래스, 브릭 기념사진 공원 등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수천, 수만개의 브릭으로 체험과 놀이를 경험하고 멋진 기념사진을 남기며 끝으로 브릭 콘셉트의 신기한 먹거리를 즐기기까지의 프로그램이 관객을 만족하게 했던 것이지요. 점점 소문이 퍼지자 레고 브릭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 단위 관객뿐 아니라 20, 30대 젊은 층의 관객들도 연인끼리 친구끼리 브릭캠퍼스를 찾아 주었습니다. 제주도의 극성수기인 7월과 8월은 주차장이 넘쳐 관객들을 돌려보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2014년 처음 접하고 감동했던 브릭 아트가 테마파크 콘텐츠로서 가능성과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오픈 2년이 되기 전에 입증한 셈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희는 2019년 여름, 서울에 브릭캠퍼스 2관을 오픈했습니다.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지하의 1600㎡ 전시장을 임대해 제주도 보다 규모는 작지만 훨씬 업그레이드된 시설로 관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브릭캠퍼스 서울 체험존.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캠퍼스 서울 체험존.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캠퍼스 서울 역시, 제주와 마찬가지로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체험과 놀이존의 규모가 작아 주말과 방학 시즌에는 관객의 불평을 듣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날짜에 따라 체험과 놀이존을 시간제로 운영하기도 했고 평일과 비수기에 많은 할인 혜택을 만들어 관객들을 분산시키는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젊은이들이 웹툰, 게임,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만 소비하는 시점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의 테마파크 브릭캠퍼스의 성공은 더욱 의미 있는 행보였다고 평가합니다. 브릭캠퍼스의 성공은 한국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브릭캠퍼스가 오픈한지 약 6개월 동안 호주, 일본,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지의 프로모터들이 서울과 제주로 몰려왔습니다. 우리는 2019년 하반기부터 곧바로 브릭 작가들과 세계인들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과 놀이,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기 위한 최고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2월 드디어 해외 시장에 충분히 통할 만큼의 콘텐츠 기획안이 완성되었고 그에 따른 세부적인 계획이 막 세워진 그때, 팬데믹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브릭캠퍼스 서울의 마지막 운영을 마치고.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캠퍼스 서울의 마지막 운영을 마치고. [사진 브릭캠퍼스]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영업 중단과 재오픈을 반복하던 브릭캠퍼스 서울은 결국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 9월 영업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해외 진출을 위한 새로운 작품 개발은 모두 중단되었으며, 그나마 관광지 이점으로 간신히 운영이 이루어지던 브릭캠퍼스 제주 역시 이번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영업중단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이 재앙 앞에 모든 것이 너무 쉽게 무너지더군요. 그보다 무서운 것은 이 팬데믹이 끝나고 나면 다시 브릭캠퍼스 같은 콘텐츠가 다시 관객을 맞이할 수 있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서는 모든 라이브 콘텐츠를 언택트 혹은 온택트로 변화시키지 못하면 가능성이 없다고까지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브릭캠퍼스 뿐 아니라 유익하고 창의적이고 훌륭한 수많은 라이브 콘텐츠가 하나둘 스러져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 어둡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걸어가려고 합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을 거듭해도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문화 예술 작품은 수천 년간 소멸되지 않았던 것처럼, 언젠가 이 터널의 끝에서 사람들은 다시 좋은 콘텐츠를 찾고 즐기고 소비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때가 꼭 나와 동료들의 시대가 아니고 훨씬 그 뒤라고 할지라도.

감사합니다.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