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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에 '펭수' '포켓몬' 그렸더니 환자들 표정 환해졌어요"

중앙일보

입력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의 모습이 무서워 보일 수 있잖아요. 방호복에 ‘펭수’ ‘포켓몬’을 그렸더니 환자들 표정이 훨씬 밝아졌어요.”

감염병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손소연(31) 간호사의 말이다. 지난 3월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환자를 전담하고 있는 손씨. 그는 매일 병동으로 들어서기 전 새하얀 레벨 D 방호복 위에 손수 그림을 그린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부터 펭수, 어벤져스, 세일러 문, 포켓몬스터 등 캐릭터도 다양하다. 15일 ‘코로나 최전방’에 있는 손씨를 만나 방호복 위에 그림을 그리는 사연을 들었다.

손소연 서울의료원 간호사의 코로나 견디는 법

“긴장하는 후배 위해 그리기 시작”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처음엔 의료진들끼리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방호복 위에 그림을 그렸다. 손씨는 “방호복을 입고 고글까지 끼면 서로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매직펜으로 방호복 위에 이름을 적고 간단한 꽃 그림을 그린 게 첫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 신입 간호사들이 너무 긴장하고 있길래 방호복에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그려줬다. 그랬더니 웃으며 ‘긴장이 좀 풀린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다양한 캐릭터를 동료들 방호복에 그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사소한 그림, 확진자에겐 활력소”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환자들의 반응도 좋다. 외출을 할 수 없는 코로나 19 확진자들에게 방호복 위 캐릭터는 활력소가 된다. 손씨는 “어머니와 함께 입원한 7살짜리 남자아이가 먼저 다가와 ‘이 그림은 뭐예요?’라고 물으며 장난을 걸기도 했다”며 “방호복에 처음부터 그림이 그려진 줄 알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분들도 계시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사소한 것 같지만, 현장에선 그림 하나가 큰 힘이 된다. 고생하는 동료들도 ‘그림이 그려진 방호복을 입으면 힘이 나고, 업무 효율도 오른다’고 한다”고 전했다.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젊다고 방심해선 안 돼”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손소연 간호사가 방호복에 그린 그림. [사진 손씨 제공]

손씨는 코로나19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며 견디지만, 장기화로 인한 고충도 있다. 그는 “방호복을 입고 일하면 겨울에도 땀이 흥건하게 난다. 방호복을 벗고 샤워할 때 나도 모르게 10분 정도 주저앉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손 씨는 “사실 체력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들다”며 “병실이 부족해 서울의료원 앞에는 컨테이너 병상도 만들고 있다. 병상이 많이 모자라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엔 20대 초반 젊은 환자들도 호흡 곤란 등 중증 증상을 보이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도 봤다”고 설명했다. 손씨는 “젊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코로나 19는 가족, 친구에게도 옮길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켜 잘 이겨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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