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성 먼지, 면역기능 저하와 태아 성장 손상 유도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2020.12.15 16:09

경희대학교(총장 한균태)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경희의과학연구원 환경독성보건연구센터 센터장)가 지하철 먼지와 대기 중 호흡성 먼지가 우리 인체에 주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지하철 먼지가 인체의 항체 생산 능력을 억제해 이물질에 대한 인체의 면역기능을 손상시키고, 철 대사(iron metabolism)가 먼지에 의한 세포사멸(apoptosis)과 염증 반응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어 대기 중 미세먼지가 폐 내 면역 반응의 균형을 손상함으로써 염증성 폐 질환 유도에 기여할 수 있고, 저산소증을 유발해 태아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도 도출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Environmental Research’와 ‘Toxicology Letters’에 연달아 게재됐다.

지하철 먼지, 체내 면역 반응 감소 및 폐 내 축적으로 조직 손상 등 유도
첫 번째 연구는 지하철 먼지 관련 연구였다. 박 교수는 지하철 환풍구에서 채취한 먼지를 사람의 기관지 상피세포주에 노출했다. 이 결과 액포(vacuoles) 내에 먼지 입자가 축적됐고, 마이토콘드리아의 구조적, 기능적 손상, 반응산소종의 증가, 세포 내 칼슘 이온의 축적이 확인됐다. 세포 내 손상을 수리하는 과정인 자가 포식 신호(autophagic signal)가 중간 단계에서 차단됐고 세포증식이 억제됐지만, 세포사멸 관련 마커는 뚜렷하게 변하지 않았다. 더불어, 세포사멸은 지하철 먼지에 대한 노출 초기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포막 손상은 증가했지만, 세포괴사(necroptosis) 관련 마커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박 교수는 세포사를 유도하는 다양한 기전을 고민하며 지하철 역사에 지하철 운행 도중 발생하는 흙먼지 외에 레일이 마모되면서 철 입자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떠올렸다. 철 입자에 의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페롭토시스(ferroptosis)의 가능성을 시험했는데 ‘페리틴 단백질(ferritin heavy chain)’의 발현이 급격히 증가함을 확인했다. 무기 철 입자가 체내 철 이온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철 이온의 항상성이 손상되는 경우, 우리 인체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실험 쥐의 폐에 지하철 먼지를 주입하고 폐 내 염증미세환경에 대한 영향을 관찰했다. 예상과 달리, 지하철 먼지를 투여한 실험 쥐의 폐에서는 총 세포 수만 증가했고, 세포조성에 의미 있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지하철 먼지를 탐식한 폐 내 마이크로파지 세포가 폐를 둘러싸고 있는 혈관 속 면역 세포에 외부 이물질 유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판단해 조직병리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폐 조직에서 육아종(granuloma)이 생겼고, 폐 내에 조직 손상 관련 염증매개인자들의 농도 증가, 주변 면역 세포의 유입을 이끄는 케모카인(chemokine)의 양 감소를 확인했다. 또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보조 T세포(helper T cell)에 비해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가 증가했고,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Ig) 중 A(IgA)와 M(IgM)의 농도가 감소했다.

박 교수는 반복 노출에 따른 변화 분석 결과를 인간에 적용하기 위해 원숭이 실험도 수행했다. 투여 농도를 실험 쥐에 비해 절반으로 낮춰 원숭이 폐에 총 4회 투여한 결과, 먼지를 주입한 원숭이의 폐에서는 총 세포수가 증가했고 혈관으로부터의 호중구의 유입, TNF-α의 폐 내 농도가 증가했다. 더불어 세포사멸의 마커 중 하나인 사이토크롬(cytochrome) C의 발현이 폐 조직에서 증가했다. 실험 쥐에 발견된 육아종성 병변도 발견됐다. 결국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지하철 먼지는 외부 이물질에 대한 체내 면역반응을 감소시키고, 폐 내에 축적하며 조직 손상과 함께 만성 염증을 유도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지하철 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승객의 건강 유지를 위해 지하철 내 환경 관리를 더 철저하게 수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조언했다.

미세먼지, 면역 항상성 손상해 염증성 폐 질환 유도 및 저산소증 유발로 생식에 영향
두 번째는 대기 중 미세먼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성인의 폐 건강과 생식기에 관한 연구이다. 박 교수는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대기 중 미세먼지가 폐에서 제거되지 않고 축적되는 경우, 폐 조직 손상과 함께 가스교환에 영향을 줘 전신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 경우, 산소공급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뇌나 태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는 가설을 갖고 연구를 수행하였다.

박 교수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총 부유분진(Total Suspended Particles) 중 입경 10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호흡성 미세먼지(PM10)의 수용성 분획을 암컷과 수컷 실험 쥐의 기관지를 통해 주입했다. 13주간 노출된 암컷과 수컷 실험 쥐의 폐 내에서 총 세포수가 증가하고, 염증성 조직 병변과 함께 Th1-type 면역반응이 유도됐다. 흥미로운 점은 세포 조성과 세포 간의 신호전달에 기능하는 단백질의 발현이 성별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 점이다. 어미 쥐의 폐에 잔존하는 미세먼지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도 관찰했는데 출산에 소요된 총 시간과 출산 수, 신생아 생존율(출생 후 4일), 성비 등이 변했다. 특히, 최대 농도에 노출된 어미 쥐 8마리 중 4마리에서 사산이 발생했다. 또 미세먼지에 노출된 어미 쥐의 폐 조직에서 저산소증 유도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했고, 이런 변화는 사람 기관지 상피세포주를 이용한 기전 연구에서도 재확인했다.

박 교수는 “호흡기를 통해 폐 내로 유입된 대기 중 미세먼지는 면역 항상성을 손상해 염증성 폐 질환을 유도할 수 있고, 저산소증을 유발해 생식(태아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들의 작용이 암컷과 수컷 쥐에서 다르게 관찰됐다는 점을 고려해 환경적 요인에 의한 자가면역 질환 및 만성질환의 발생과정에 성별이 관계있는지 추가로 규명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폐 건강의 위기를 맞이한 요즘 겨울철 미세먼지의 호흡으로 인해 감염성 질환에 대한 방어 기능이 손상되지 않게 마스크 착용과 위생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는 경희대 우수신진연구자 지원사업과 미세먼지 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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