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 생산 동결에서 시작해 점진적 비핵화로 가야"

중앙일보

입력 2020.12.15 14:01

업데이트 2020.12.15 20:34

호아킨 카스트로 미 하원 외교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중앙일보-CSIS 포럼 화상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생산 동결에서 시작한 점진적 비핵화 과정″을 제안했다. [중앙일보 유튜브]

호아킨 카스트로 미 하원 외교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중앙일보-CSIS 포럼 화상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생산 동결에서 시작한 점진적 비핵화 과정″을 제안했다. [중앙일보 유튜브]

"북한은 핵물질·미사일 생산의 검증 가능한 동결에서 시작해 점진적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

호아킨 카스트로(5선·민주당·텍사스) 미국 하원 외교위 부위원장은 15일 중앙일보·CSIS 포럼 2020 기조연설에서 "장기 목표는 비핵화지만, 현재로선 군축 방식으로 단계적, 전략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앙일보·CSIS포럼 2020 기조연설&대담]
호아킨 카스트로 美 하원 외교위 부위원장
"장기 목표 비핵화지만 지금은 군축 절차로"
"美대통령 임기 초면 北 도발, 한·미 대비해야"
"美·동맹 집단적 힘으로 中 영향력 행사 저지,
자유·인권·민주주의 북극성으로 美 돌아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망하면서 북핵 해법으로 동결에서 출발한 군축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앞서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도 "내가 구상하는 건 장기간에 걸친 군축 절차를 가동하는 것"이라고 밝힌 걸 감안할 때 새 민주당 행정부의 북핵 접근법이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식 완전한 비핵화에서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민주당 외교·안보정책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카스트로(46) 부위원장은 최근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 경선에서 그레고리 믹스(12선·뉴욕) 의원에 패했다. 2020년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줄리언 카스트로 오바마 정부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다.

카스트로 의원은 이날 북한과 관련, 우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도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북한의 김씨 정권은 미국의 새 대통령을 늘 임기 초반 큰 도발로 맞이하곤 했다"며 "바이든 당선인의 경우도 그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이유 없는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하며 또한 북한은 물론 나머지 세계와도 '창조적 관여'(creative engagement)가 필요하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는 원래 정상회담을 통해 난제를 해결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김 위원장과 사진 찍기 정상회담과 러브레터 교환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고 확대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어떤 척도로도 진지한 외교라고 볼 수 없다"며 "충분한 준비와 명확한 목표 없이 갑자기 결정된 회담은 사진 촬영용 행사로 전락하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그는 북핵 동결에서 출발하는 군축 방식의 점진적 비핵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리의 장기적 목표는 계속 북한의 비핵화가 돼야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군축(arms control) 과제로 봐야 한다"며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적, 단계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 핵물질과 미사일 생산에 대한 검증 가능한 동결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이후 점진적 비핵화 과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스트로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접근 모델로 거론되는 이란 핵합의(JCPOA)와 관련 "이란과 북한은 핵개발 단계가 매우 다르지만 (제재 해제와 핵동결을 교환한) 이란 모델이 북한과 거래하는 데 몇 가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와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맹에 대한 접근법"이라며 "북한의 위협이 커지며 철통같은 동맹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한국을 돈 벌이 사업 수단으로 이용하고 미군을 용병으로 여겼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미국의 이익에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위비 분담이 중요하고 한국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하긴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도전을 다루기 위해 강력하고 안정한 한미동맹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단언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이날 토론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위협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안보 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며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은 이란 핵 합의와 달리 아주 장기적 협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호아킨 카스트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부위원장(민주당, 화상 가운데)이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JTBC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화상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호아킨 카스트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부위원장(민주당, 화상 가운데)이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JTBC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화상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카스트로 의원은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끝나고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서 한·미동맹은 전환점(pivotal moment)을 맞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임기 4년간 무역 전쟁과 연합훈련 취소, 주한미군 감축 위협을 포함해 오랜 동맹의 가치를 경시한 건 비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한·미동맹의 견고함에 낙관적"이라며 "1970년대 미국 대통령들(리처드 닉슨, 지미 카터)이 미군 감축을 추진했지만, 의회 반대로 무산된 것처럼 트럼프의 미군 감축도 의회가 만장일치로 입법(국방수권법)을 통해 저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대통령보다 더 오래가는 의회가 동맹의 안정에 핵심 축"이라고 했다.

카스트로 의원은 향후 한·미동맹이 북한의 위협에 맞선 전통적 군사동맹 차원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코로나19 극복을 보여준 국제보건 협력과 함께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산, 부패 척결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과 관련 "미국은 중국과 보건, 기후변화에선 신의를 갖고 계속 협력하겠지만, 경제 분야에선 속임수 없이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당시 경제 제재로 보복한 걸 예로 들며 "중국은 경제력을 이용해 정치적 이슈를 강요하려 한다"며 "미국은 동맹들과 함께 집단적 힘을 활용해 중국이 다른 나라를 경제력으로 괴롭히는 것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스트로 의원은 이어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 대담에서 "의회 차원에서 동맹 재건을 위해 트럼프 재임 4년간 한미동맹을 포함한 전 세계 동맹에 끼친 '피해 평가'부터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행정부와 파트너를 이뤄 동맹들과 만나 자유·인권·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북극성으로서 '우리가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평가와 바이든 행정부 전망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대북 접근법이 부재했다"며 "진짜 최종 목표를 세웠는지, 전략적으로 추진했는지 동맹과 확실히 관여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새 행정부와 의회는 북한의 핵무기고가 어느 수준인지 파악부터 할 것이며 북한 인권 문제도 최전방과 중심(front and center)에 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 목표로 인도하는 데 생산적 방식으로 참여한다면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특별취재팀=정효식ㆍ김상진ㆍ이유정ㆍ김다영ㆍ석경민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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