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방’에 빠진 패션 업계…TV홈쇼핑과 뭐가 다를까

중앙일보

입력 2020.12.15 11:20

업데이트 2020.12.15 14:45

“딩동~ 24S와 함께하는 파리지엔 클로짓 투어 라이브 방송이 잠시 후 시작됩니다”
럭셔리 온라인 편집숍 ‘24S’의 라이브 방송 알람이 휴대폰 화면에 떴다. 메시지를 클릭해 보니 한 인플루언서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배경으로 실시간 방송 중이다. LVMH 그룹 온라인 쇼핑몰 24S에서 판매하는 막스마라, 레지나 표 등의 의상을 소개 중인데 화면에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예뻐요’라는 간단한 호응부터 ‘소재가 어떤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착용감은 어떤가요?’ 등 구체적인 질문도 많다. 방송 중 옷을 구매하고 싶으면 하단의 쇼핑 배너를 클릭하면 된다. 곧바로 온라인 쇼핑몰로 연동돼 결제까지 가능하다. 라이브 방송을 20분 이상 보면 댓글을 달 때마다 포인트도 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이 일반화하면서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패션 유통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 현지에서 방송하며 온라인 몰의 제품을 판매하는 라방 모습. 사진 네이버 쇼핑라이브 캡처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이 일반화하면서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패션 유통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 현지에서 방송하며 온라인 몰의 제품을 판매하는 라방 모습. 사진 네이버 쇼핑라이브 캡처

코로나19로 대면 쇼핑이 어려워진 요즘, 패션 업계의 비대면 유통 채널로 ‘라이브 방송(이하 라방)’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특히 네이버의 상승세가 무섭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쇼핑라이브는 전체 약 1500만의 시청 횟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서비스 출시 이후 4개월간 누적 시청 횟수는 4500만. 누적 구매 고객도 40만 명을 넘어섰다.

라이브 커머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도 늘고 있다. 충남 금산에 매장이 있는 여성 의류 쇼핑몰 ‘모노타임’은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10월 한 달간 7회 라방으로 4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국 런던 현지에서 패션 잡화를 판매하는 ‘런던매니아’도 라방 90분을 통해 1회 약 1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11월 기준 네이버 쇼핑라이브 판매자 수는 전월 대비 20%, 라이브 콘텐트 수는 40% 늘었다. 11월 거래액 규모 역시 전월 대비 75% 성장. 서비스 초기인 8월과 비교하면 340%나 뛴 수치다.

소상공인 넘어, 대기업도 가세...판 커지는 ‘라방’ 시장

중소상공인 위주로 흘러가던 초반과 달리 요즘은 코오롱FnC, LF, 삼성물산 등 패션 대기업은 물론이고 백화점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도 라방에 뛰어들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9월 네이버 쇼핑 카테고리에 브랜드 스토어를 오픈하고 라방으로 ‘안타티카’ 상품을 소개했다. 11월 30일 라방에선 방송 당일 목표 매출의 두 배를 올렸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빈폴 키즈’는 지난 11월 6일 신상품 라방을 통해 목표 매출의 3배 이상을 달성했다. LF가 전개하는 ‘버켄스탁’은 7월 23일 카카오쇼핑라이브 채널 라방에 동시접속자 1만3000명이 몰렸고 80분 동안 약 3000개의 신발을 팔았다.

초기에 소상공인 위주로 진행되던 패션 라방 업계에 대기업 브랜드는 물론 명품 온라인 몰, 디자이너 브랜드도 가세하고 있다. 사진 코오롱FnC

초기에 소상공인 위주로 진행되던 패션 라방 업계에 대기업 브랜드는 물론 명품 온라인 몰, 디자이너 브랜드도 가세하고 있다. 사진 코오롱FnC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나 기획전이 불가능해진 지금, 라방은 각종 기획전과 행사의 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열린 서울디자인재단의 ‘온라인 동대문 패션 페어(DOTFF)’가 대표적이다. K-패션 브랜드 육성 프로그램 중 하나로 동대문에서 자생한 30개 브랜드를 선정 후, 네이버 쇼핑라이브 채널에서 전문 쇼호스트와 함께 12회 방송을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섰다. 미리 준비한 패션 필름까지 소개하며 진행된 방송은 실시간 접속자 최대 2만6000여명, 조회 수 19만7000여명 등을 기록했다. 지난 7일에는 네이버 패션 채널 ‘디자이너 윈도우’와 한국패션산업협회 ‘K-패션 오디션’이 협업해 ‘오버랩’ ‘비건타이거’ ‘하플리’ ‘윤세’ 등 선한 영향력을 가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라방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는 약 2만 명 정도의 시청자가 접속했다.

댓글 소통이 핵심, 제품 알리는 실용적 정보도

“고객들이 라방에서 실시간 댓글로 소통하는 걸 좋아해요.” 디자이너 브랜드 ‘티백’ 조은애 디자이너의 말이다. 9월부터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여러 번 라방을 진행했던 그는 “영상으로 제품을 자세히 보여주고 설명까지 해주니 일반 온라인 쇼핑 채널보다 호응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디자이너가 직접 등장해 브랜드를 알리다 보니 신뢰도 역시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

실시간 소통 및 콘텐트 자체의 매력이 패션 라방의 인기 요인이다. '앤디엔뎁' 김석원 대표와 윤원정 상무는 대결구도 형식으로 자사 제품들을 소개한다. 사진 네이버 쇼핑라이브 캡처

실시간 소통 및 콘텐트 자체의 매력이 패션 라방의 인기 요인이다. '앤디엔뎁' 김석원 대표와 윤원정 상무는 대결구도 형식으로 자사 제품들을 소개한다. 사진 네이버 쇼핑라이브 캡처

라방은 흔히 TV 홈쇼핑과 비교된다. 쇼호스트가 등장해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형식의 유사성 때문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문법이다. 일단 라방은 모바일이라는 퍼스널 매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1:1 느낌이 강하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아니라 친구끼리 댓글로 소통하는 기분이 든다. 패션 홍보 전문가 김민정 KN 컴퍼니 대표는 “물건을 구매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비슷한 관심사인 패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라방 진행자는 쇼호스트처럼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 실시간 올라오는 댓글에 순발력 있게 반응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큰 비용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홈쇼핑과 다른 점이다. 이미 구축된 플랫폼을 활용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방송을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핸드폰으로 촬영해 리허설 없이 캐주얼하게 방송하니까 수수료나 채널 이용료 등 비용이 들지 않는 게 라방의 장점”이라며 “요즘처럼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하는 시기에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라이브 커머스’ 패션 유통 돌파구 되나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자사 온라인 몰에 자체 라이브 방송 채널 '에스아이(SI) 라이브'를 개설했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널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자사 온라인 몰에 자체 라이브 방송 채널 '에스아이(SI) 라이브'를 개설했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널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이 아니라 아예 자체 채널에서 라방을 하기도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지난 14일 자사 온라인 몰인 ‘에스아이빌리지’ 내에 자체 라방 채널 ‘에스아이(SI) 라이브’를 론칭했다. 자체 스튜디오와 전문 퍼스널 쇼퍼로 차별화를 갖겠다는 전략이다. LF몰은 지난 10월 LF 몰 내에서 라방 ‘명품 대전 기획전’을 진행, 누적 시청자 수 1만4000명을 기록했다. 코오롱몰도 지난 10월 말부터 4주간 몰 내에서 4회 라방을 진행해 3만3000명의 누적 시청 고객 유입 효과를 봤다. 이도은 코오롱FnC 홍보 이사는 “인스타그램 라방 등 모바일 채널에서의 실시간 방송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오프라인 매장의 대안으로 라이브 커머스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며 "새롭고 트렌디한 데다 재미까지 있는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LF '앳코너'는 지요(JIYO) 이지연 CD와의 첫 라이브 방송에서 콜롬보의 209만원짜리 재킷을 선보였는데 고가임에도 방송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준비 물량이 모두 판매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사진 LF

LF '앳코너'는 지요(JIYO) 이지연 CD와의 첫 라이브 방송에서 콜롬보의 209만원짜리 재킷을 선보였는데 고가임에도 방송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준비 물량이 모두 판매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사진 LF

디자이너 브랜드 중 초기에 네이버 라이브쇼핑에 진입한 ‘뎁’의 윤원정 상무는 “라이브 커머스 초기만 해도 보편화 하는데 4~5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코로나19로 1년도 안 돼 급격한 변화가 생겨났다”며 “라방 콘텐트 자체의 매력과 함께 구매 편의성까지 있어 오프라인 활동이 자유로워진 후에도 라이브 커머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상무는 “이제 라이브 커머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비대면으로 상품을 보다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브랜드의 큰 숙제”라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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