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퇴임후 국민봉사? 尹 "개 3마리 본단 말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0.12.15 05:00

업데이트 2020.12.15 18:03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 고검 정문에 도착, 마중나온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남일 대전고검장(왼쪽), 이두봉 대전지검장(오론쪽)과 차례로 악수한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 고검 정문에 도착, 마중나온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남일 대전고검장(왼쪽), 이두봉 대전지검장(오론쪽)과 차례로 악수한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대전 고·지검을 방문해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퇴임 후 2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못 한다"며 "국정감사장에서 백수가 돼 강아지 세 마리를 보면서 지낼 것이란 이야기를 어떻게 하냐"고 말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같은 달 22일 대검찰청 국감장에서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윤 총장의 당시 속내였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윤 총장은 비숑 두 마리와 장애를 가진 진돗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퇴임 후 2년간 변호사 등록과 개업이 불가능하다. 현행 검찰청법과 변호사법에 제한 조항은 없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찰총장을 비롯해 법무부 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 출신 인사가 퇴직 후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면 자체적으로 2년간 등록 및 개업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2015년 12월 퇴임한 김진태 전 검찰총장도 2년 뒤인 2017년 12월에야 변호사 개업 신고가 수리됐다.

"윤석열, 정치하겠다는 취지 아니었다고 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윤 총장의 '국민 봉사' 발언을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지만, 윤 총장이 당시 털어놓은 이야기는 달랐다는 게 참석자들의 이야기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 검사는 "국감 발언이 정치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취지로 윤 총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과거에도 정치권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고사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 사건의 수사팀장을 지냈던 윤 총장은 국회에서 "수사 초기부터 법무부를 비롯한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공천을 주겠다"며 윤 총장 영입에 나섰던 야당 중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도 있었다. 당시 윤 총장은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고사했다.

지방의 한 검찰 관계자는 "'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말은 대법관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의례적으로 했던 '모범 답안'인데 정치권에서 윤 총장만 '정치적 참여'라고 왜곡 해석을 하고 있다"며 "당시 윤 총장은 정치를 할지 말지 현재로써는 정해진 게 없다는 취지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징계위, '정치적 중립 손상' 이유로 정직 결정 내릴까 

오는 15일 다시 열린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결정할 4인의 징계위원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징계위원 중 한 명이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자진 회피 신청을 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에는 참여하지 않게 됐다. 연합뉴스

오는 15일 다시 열린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결정할 4인의 징계위원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징계위원 중 한 명이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자진 회피 신청을 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에는 참여하지 않게 됐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15일 열리는 윤 총장의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서 6개의 징계 청구 사유 중 '정치적 중립 손상'을 이유로 정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은) 2020년 10월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며 "대다수 국민은 검찰총장이 유력 정치인 또는 대권 후보라고 여기게 됐다는 점에서 더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지명으로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도 지난 10일 1차 심의에서 "윤 총장은 지금이라도 출마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해야 한다"며 "답을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고, 그러니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비난받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고 윤 총장 측은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6가지 사유.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6가지 사유. 연합뉴스

원로 변호사 "정치하겠다고 했어도 징계 사유 아냐" 

검찰의 한 간부는 "윤 총장이 퇴임 후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영리활동을 하지 않고 공직의 혜택을 받은 만큼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의미를 정치 참여로 단정한 뒤, 이를 징계 사유로 삼는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한 원로 변호사는 "윤 총장의 발언은 마음의 소회를 전달한 것에 불과해 그 발언 자체로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없다"며 "설령 '정치하겠다'고 말했더라도 징계 사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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