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대전 고·지검을 방문해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퇴임 후 2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못 한다"며 "국정감사장에서 백수가 돼 강아지 세 마리를 보면서 지낼 것이란 이야기를 어떻게 하냐"고 말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같은 달 22일 대검찰청 국감장에서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윤 총장의 당시 속내였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윤 총장은 비숑 두 마리와 장애를 가진 진돗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퇴임 후 2년간 변호사 등록과 개업이 불가능하다. 현행 검찰청법과 변호사법에 제한 조항은 없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찰총장을 비롯해 법무부 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 출신 인사가 퇴직 후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면 자체적으로 2년간 등록 및 개업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2015년 12월 퇴임한 김진태 전 검찰총장도 2년 뒤인 2017년 12월에야 변호사 개업 신고가 수리됐다.
"윤석열, 정치하겠다는 취지 아니었다고 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윤 총장의 '국민 봉사' 발언을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지만, 윤 총장이 당시 털어놓은 이야기는 달랐다는 게 참석자들의 이야기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 검사는 "국감 발언이 정치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취지로 윤 총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과거에도 정치권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고사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 사건의 수사팀장을 지냈던 윤 총장은 국회에서 "수사 초기부터 법무부를 비롯한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공천을 주겠다"며 윤 총장 영입에 나섰던 야당 중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도 있었다. 당시 윤 총장은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고사했다.
지방의 한 검찰 관계자는 "'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말은 대법관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의례적으로 했던 '모범 답안'인데 정치권에서 윤 총장만 '정치적 참여'라고 왜곡 해석을 하고 있다"며 "당시 윤 총장은 정치를 할지 말지 현재로써는 정해진 게 없다는 취지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징계위, '정치적 중립 손상' 이유로 정직 결정 내릴까
법조계에서는 15일 열리는 윤 총장의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서 6개의 징계 청구 사유 중 '정치적 중립 손상'을 이유로 정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은) 2020년 10월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며 "대다수 국민은 검찰총장이 유력 정치인 또는 대권 후보라고 여기게 됐다는 점에서 더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지명으로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도 지난 10일 1차 심의에서 "윤 총장은 지금이라도 출마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해야 한다"며 "답을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고, 그러니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비난받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고 윤 총장 측은 전했다.
원로 변호사 "정치하겠다고 했어도 징계 사유 아냐"
검찰의 한 간부는 "윤 총장이 퇴임 후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영리활동을 하지 않고 공직의 혜택을 받은 만큼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의미를 정치 참여로 단정한 뒤, 이를 징계 사유로 삼는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한 원로 변호사는 "윤 총장의 발언은 마음의 소회를 전달한 것에 불과해 그 발언 자체로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없다"며 "설령 '정치하겠다'고 말했더라도 징계 사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