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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즐겨라? 여성 성취 폄훼” 바이든 박사 격분시킨 WSJ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질 바이든 박사.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질 바이든 박사. EPA=연합뉴스

“우리의 딸들이 이룬 성취가 폄훼 당하지 않고 축하받는 세상을 만들 겁니다.”

13일(현지시간) 차기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이 자신의 ‘박사(Dr.)’ 칭호에 시비를 건 칼럼에 트위터를 통해 반격했다. 그의 트윗은 4만번 넘게 리트윗됐다.

“의사가 아니라면 ‘박사’ 호칭 빼야” WSJ 칼럼 논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대학강사 출신의 작가인 조지프 엡스타인의 ‘백악관에 박사가 있나? 의학 박사가 아니라면’이란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질 바이든의 이름 앞에 ‘박사’ 칭호를 붙이는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지난 8월 20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부인 질 바이든 박사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20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부인 질 바이든 박사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엡스타인은 질 바이든이 델라웨어에서 교육학으로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한 현자가 말하길 아이를 받은 사람(의사)이 아니라면 자신을 ‘박사’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박사 호칭이 “기만적이며 심지어 웃기기까지 하다”고 했다. 또 “현대 대학의 사회학이나 인문학 분야에서 자신을 박사라고 지칭하는 건 질 낮게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 박사라고 불리는 즐거움(thrill)은 잊고, 퍼스트레이디로서 세계 최고의 공공주택(백악관)에서 향후 4년 동안 지내는 더 큰 즐거움에 만족하라”고 말했다. “비록 박사 학위를 어렵게 땄더라도 적어도 대중 앞에서 그리고 잠깐은 그 호칭을 접어둘 것을 고려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성들 “성차별적이고 부끄러운 칼럼”  

칼럼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그녀의 이름은 박사(Dr.) 질 바이든”이라며 “익숙해져라(Get used to it)”라고 적었다. “Get used to it”이란 문구는 미국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상대의 편협함을 나무랄 때 많이 쓰인다.

부통령 당선자 카멀라 해리스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도 “바이든 박사는 순수한 노력과 투지로 학위를 받았고, 그녀는 나와 학생들은 물론 전국의 미국인에게 영감을 줬다”며 “(대상이) 남자였다면 이따위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의 일부 여성들은 질 바이든에 연대한다는 의미로 트위터 프로필 명칭에 ‘박사’ 호칭을 붙이기도 했다. WSJ도 칼럼을 비판하는 독자들의 편지를 13일(현지시간) 게재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칼럼이 학위 남발 세태를 지적한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엡스타인은 칼럼에서 “명예박사학위의 위신은 굉장히 쇠퇴했다”며 “한때 학자나 정치인, 그리고 예술가나 과학자들에게만 예외적으로 주어졌던 박사 학위가 이제는 부자들과 유명한 기자들, 그리고 연예인들에게까지 주어졌다”고 비판했다.

질 바이든 “여사 아닌 박사로 불러달라”

하지만 엡스타인의 칼럼이 결정적으로 여성들의 반발을 산 건 호칭을 구실로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강요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질 바이든은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에도 자기 일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다. 

질 바이든은 1977년 당시 바이든 상원의원과 결혼한 뒤에도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동시에 교육학 석사 학위를 땄다. 세 아이를 키우며 공부와 일을 계속한 끝에 2007년 델라웨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7월 평택 미군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한 조 바이든(당시 부통령) 후보의 부인 질 바이든 박사. [연합뉴스]

2015년 7월 평택 미군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한 조 바이든(당시 부통령) 후보의 부인 질 바이든 박사. [연합뉴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남편이 부통령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대학 강사로 일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세컨드레이디'로 방한했을 당시에도 자신을 ‘바이든 여사(Mrs. Biden)’가 아닌 ‘바이든 박사(Dr. Biden)’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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