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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바를 일이 없네요” 로션·먹거리·이너웨어만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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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2월 이후 한해 내내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가 소비 목록마저 크게 바꿔 놨다. 14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올해 소비 전체를 지배한 키워드는 ‘집콕(집에만 머뭄)’이었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가 얇아진 상황에서 재택근무·원격수업이 일상이 되자 사회·야외활동 관련 소비는 최소화하고 먹거리 등 집안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 위주로 구매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홈쇼핑 집콕제품 올 매출 상위권 #코트 대신 니트·후드티 등 불티 #간편식 판매 작년보다 30% 늘어

색조 화장품과 코트와 재킷 등 겉옷 판매 저하가 두드러진다. 롯데홈쇼핑이 올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조사한 결과 올해 전체 화장품 판매의 무려 75%를 에센스·크림 등 기초 화장품이 차지했다. 매년 색조화장품 판매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직장인 배진아(33)씨는 “일주일에 절반은 재택근무를 하고,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립스틱이나 볼 터치를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화장품이 주력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애경산업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주요 홈쇼핑 2020년 판매량 10위권 상품군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홈쇼핑 2020년 판매량 10위권 상품군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의류도 안에 받쳐 입거나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들 위주로 팔렸다. GS·CJ·현대·롯데 등 홈쇼핑 4곳의 올해 주문량 상위 의류 제품들을 보면 니트·후드티·티블라우스·티셔츠 등 이너웨어가 대다수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LBL·라우렐 등 브랜드별로 이너웨어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의 두 배인 평균 70%에 달했고, 현대홈쇼핑도 집에서 입기 편한 캐주얼 브랜드인 USPA의 옷이 38만장으로 판매량 전체 7위에 올랐다.

먹거리 주문은 그 어느 때보다 증가했다. 현대홈쇼핑은 “외출이 줄면서 기존 주문량 상위권을 차지했던 뷰티·헤어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천하일비’ ‘옥주부’ 같은 식품 브랜드들이 새롭게 10위권 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올해 1~11월 국·탕·찌개류 등 국물 요리 제품의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30% 늘었다.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도 취급하는 제품 수가 지난해보다 76% 많아졌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모(44·서울 북아현동)씨는 “가족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비가 전보다 최소 1.5배는 더 든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는 ‘집콕’ 생활로 TV와 홈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며 실적엔 호재로 작용했다. 올 3분기 영업이익만 봐도 GS홈쇼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3%, CJ ENM오쇼핑부문은 44.2%, 현대홈쇼핑은 30%, 롯데홈쇼핑은 18.7%가 늘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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