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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겪은 뒤 “감염병전문병원 3~5곳 설치”…5년간 한 곳도 안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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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군 의료 인력과 특전사 간부들이 14일 수도권 코로나19 대응 현장에 전격 투입됐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군 관계자가 검사받으러 온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뉴스1]

군 의료 인력과 특전사 간부들이 14일 수도권 코로나19 대응 현장에 전격 투입됐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군 관계자가 검사받으러 온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뉴스1]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듬해 정부는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비한 ‘감염병전문병원’을 서울과 지방 3~5곳에 설치하기로 했지만 한 곳도 만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5년 전 중증환자 병상 부족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감염병전문병원은 고사하고 ‘겨울 코로나’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병상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경기도 평택 박애병원 같은 민간병원의 선의에 기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증환자 병상 부족 현상 되풀이 #질병청선 “예산 확보 늦어진 탓”

1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 때 컨트럴타워 역할을 하는 중앙감염병전문병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이 지정됐지만 의료원 이전을 둘러싼 갈등 탓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전국에서 호남권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조선대병원 한 곳만 예산 446억원을 배정받아 전담 병동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2023년 문을 열 예정이다.

2015년 9월 메르스 위기를 넘긴 직후 박근혜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장(당시 1급)을 차관급으로 올리고,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3~5곳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충남대 이석구 교수팀에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방안 연구개발’ 용역 연구를 의뢰했다. 보고서는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려면 인천·중부(충청)·영남·호남·제주에 권역당 50병상이 필요하고, 이를 총괄하는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150병상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담병원은 평소 병상 절반은 비워놓고 감염병 대비 연구·훈련을 해야 한다.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100대 핵심 과제에도 담겼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서울에는 150병상, 권역별로 50개가량의 중증 감염병 환자 전담 병상이 가동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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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전담병원이 생기지 않았고, 코로나19 중증 환자 병상이 매일 간당간당한 상황이다. 지난 일주일(7~14일) 확진자의 73%가 수도권에서 생겼다. 중증 환자 치료 장비·인력 등을 갖춘 수도권의 지정 전담 치료병상은 138개고, 이 중 14일 입원 가능한 병상은 8개뿐이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은 “예산 확보가 늦어진 탓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2017년 1곳 신설 예산만 확보돼 조선대는 설계를 진행했다. 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추경에 예산이 반영됐고 양산부산대병원과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 감염병전문병원 설계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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