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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4㎞ 분지의 비밀, 5만년 전 떨어진 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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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남 합천의 ‘적중-초계분지’는 그릇처럼 패어있다. [사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경남 합천의 ‘적중-초계분지’는 그릇처럼 패어있다. [사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경남 합천에 직경 4㎞에 달하는 한반도 최초의 운석 충돌구가 발견됐다. 5만년 전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운석은 직경이 최소 200m에 달했으며, 충격 에너지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8만7500배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질연, 직경 200m 운석 추정 #히로시마 원폭 충격의 8만7500배 #“서울~부산까지 초토화됐을 것”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질연구센터 연구팀은 경남 합천에 있는 직경 7㎞의 ‘적중-초계분지’를 현장 조사한 결과, 5만년 전 발생했던 ‘한반도 최초의 운석충돌구’였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곤드와나 리서치’(Gondwana Research)에 발표됐다.

적중-초계분지는 한반도 남동 경남 합천에 있는 직경 약 7㎞의 독특한 그릇모양의 지형이다. 그동안 운석충돌의 흔적이 여러 차례 발견됐으나,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분지 생성의 원인 규명은 국내외 지질학계의 숙원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올 1월부터 분지 내에서 깊이 142m 시추코어 조사와 탄소연대측정 결과를 통해 적중-초계분지가 운석충돌에 의해 약 5만 년 전에 생성된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임을 밝혀냈다.

연구결과, 분지 중앙의 142m 퇴적층은 ▶코어 상부(0~6.2m)에 있는 토양 및 하천퇴적층 ▶6.2~72m의 세립질 실트 점토의 엽층리를 포함하고 있는 호수퇴적층 ▶72~142m에서 발견된 충격각력암층 등 크게 3개의 퇴적층서 단위로 구분됐다.

운석이 충돌할 때는 강한 충격파가 일어나 지하에 거대한 웅덩이를 형성한다. 이 때 발생한 충격파의 영향으로 기존 암석과 광물 속에 충격변성에 의한 흔적이 남는다. 이런 흔적에 대한 암석학·지구화학적 변형구조 추적으로 과거에 운석충돌이 있었는지를 판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적중-초계분지의 퇴적층 분석을 통해 운석충돌에 의한 고유한 충격파로 만들어지는 미시적 광물 변형증거와 거시적 암석변형을 확인했다.

임재수 지질연구센터 박사는 “분지의 호수퇴적층 속에서 발견된 숯을 이용한 탄소연대측정 결과는 적충-초계분지의 운석충돌이 약 5만 년 전에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적중-초계분지의 실제 운석충돌구는 직경이 4㎞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최소 직경 약 200m 크기의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의 충돌 때 발생된 에너지는 1400 메가톤(MT)으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8만7500배에 달하며, 1908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M=8.4) 때의 발생 에너지와 같다.

현재 전세계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운석충돌구는 200여 개다. 적중-초계분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2010년에 발표된 중국의 슈엔 운석충돌구 이후로 두 번째다.

임 박사는 “5만년 전 당시 운석 충돌로 합천을 중심으로 서울~부산까지 초토화됐을 것”이라며“당시는 빙하기라 원시인류들이 주로 동굴 속에서 살고 있었던 때라 한반도 내에 원시인류가 멸종되는 일은 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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