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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180표 확보전 두 번에…89시간 5분 필리버스터 정국 종료

중앙일보

입력

1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14일 일단락됐다.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금지)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강제 종결 및 법안 통과가 이날 오후 9시36분부터 10시5분까지 29분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지면서다. 표결 직전 막판 단상에 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이 민주당에 이렇게 하라고 180석을 준 게 아닐 거다”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외마디 항의와 야유가 나왔지만 주 원내대표는 주어진 30분을 꽉 채워 연설했다. 민주당은 당초 종결동의서 제출 24시간 경과 시점(오후 8시 52분)에 곧바로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을 시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보다 17분 지난 오후 9시 9분 “여야 간 합의사항”이라며 주 원내대표가 추가 발언한다고 안내했다. 주 원내대표 연설 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 퇴장하자 민주당은 전날처럼 범여권만의 무기명 표결을 진행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남북관계발전법 토론 강제 종결 투표는 재석 188인 중 찬성 187인, 기권 1인으로 전날 국정원법 개정안 토론 종결 때(재석 186인, 찬성 180인)보다 여유 있게 통과됐다. 박 의장은 곧바로 마지막 안건인 남북관계발전법을 표결에 부쳐 재석 187인 중 찬성 187인으로 가결되자 산회를 선포했다. 이로써 지난 9일부터 여야 의원 21명이 89시간 5분 동안 진행한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을 맺었다.

이날 통과된 남북관계발전법은 그간 국민의힘이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비판해 온 법안이다. 대북전단을 살포하거나, 확성기로 방송하는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여당 주도 무더기 통과

21대 국회 민주당 주도 처리 법안1.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1대 국회 민주당 주도 처리 법안1.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1대 첫 정기국회와 그에 이은 임시회에서 민주당은 쟁점 법안을 대거 밀어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개정안과 국정원법 개정안, 경찰법 개정안 등 자체 설정한 ‘권력기관 개혁 3법’ 통과는 진영 내에서 “숙원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찰법을 제외한 나머지 두 법안 처리를 두고 야당은 “입법 폭주”라고 극렬히 반발했다.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은 최대 쟁점이던 ‘3%룰’을 정부안보다 다소 완화했지만 “주주권 침해, 투기세력 악용 등이 우려된다”는 경제계 반발이 여전한 상황이다. 반면 공정거래위 전속고발권을 유지한 공정거래법을 두고는 민주당 내에서 “개혁 후퇴”라는 반발이 일었다.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한 노동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도 여진이 예고되긴 마찬가지다. 당초 노동조합법 정부안에 있던 ‘해고자 등의 사업장 출입 금지, 생산 주요시설에서의 쟁의 금지’ 등 단서가 국회 입법과정에서 빠졌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세를 불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른바 ‘특고 3법’은 고용보험·산재보험을 적용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특고)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이 당론 추진한 5·18 특별법은 남북관계발전법처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받고 있다.

21대 국회 민주당 주도 처리 법안1.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1대 국회 민주당 주도 처리 법안1.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남은 입법 과제는

“입법 폭주”라는 야당 비난 속에서도 민주당은 입법 드라이브를 조만간 또 재현할 계획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해충돌방지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4·3특별법, 가덕도신공항특별법 같은 중요 입법 과제들도 빠른 시일 안에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로 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중 처벌, 사업주에 대한 과도한 규제 등이 논란이다. 이 대표가 오는 17일 민주당 의원총회를 열어 세부 입법 내용을 논의할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정의당이 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 마련한 농성장을 찾아 “(임시국회) 회기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군사재판 무효, 희생자 보상 등을 담은 4·3 특별법은 예산 문제에 걸려 상임위(행정안전위)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막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역시 국토교통위에 계류돼있다.

21대 국회에서 ‘박덕흠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여야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지가 미지수다. 박덕흠 무소속 의원의 가족 기업이 피감기관에서 수천억 원대 일감을 수주한 걸 계기로 공론화됐지만 앞서 19대·20대 국회에서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시도가 무산됐다.

심새롬·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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