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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X, 박원순O…3년전 변창흠의 SH 블랙리스트 진실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4일 진주 LH 본사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4일 진주 LH 본사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진보개혁 Ⅹ’ ‘박원순 ○’
2017년 10월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문서 ‘SH공사 인사조직책임자(기획경영처장) 풀(POOL)’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2017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혹 제기 #철저한 조사 약속했지만 여전히 ‘미확인’ #서울시, 현장 있으면서도 변창흠 서면조사 #“허위 진술로 임원들에게 사표 받아” 판결도

당시 김 의원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1ㆍ2급 주요 간부들의 정치 성향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친분을 ○, △, Ⅹ로 구분한 것이다. 진보개혁 Ⅹ’ ‘박원순 Ⅹ’로 표시된 간부들은 한직으로 내몰리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SH공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불렸던 이 건이 3년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SH공사 사장으로 있었던 핵심 당사자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23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 공세에 “그것(부정인사)이 아닌데도 이런 문서가 나왔다고 해도 그것도 문제기 때문에 이 부분은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블랙리스트의 정확한 출처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2017년 제기된 SH공사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문서. [사진 독자 제공]

2017년 제기된 SH공사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문서. [사진 독자 제공]

3년 전 SH공사에선 무슨 일이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7년 10월 30일부터 11일 10일까지 SH공사 인사 관련 부서 등을 조사해 “‘인사 블랙리스트’라는 문서가 있었으나 해당 문서를 실제 변창흠 사장이 활용할 목적으로 작성했는지 아니면 SH공사 내부에서 누군가가 변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기 위해 허위작성해 음해ㆍ유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서울시는 관련 인물들을 모두 대면조사했지만 변 후보자는 비서실을 통해 서면으로 답변을 받았다.

서울시는 또 블랙리스트에 따른 고위직들의 직위 강등이나 당시 변 사장 측근의 특혜승진 등 부당인사 의혹은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변 사장 대면조사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모든 사람을 다 대면조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감사 현장(SH공사)에 나가 있는 직원이 비서실을 통해 서면 질의를 전달하고 자필로 정황과 배경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야권 인사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김 전 의원 측은 SH공사 노조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노조 관계자가 SH 사장실 책상에서 문서를 봤다고 한다. 당시 변 사장은 “어떤 경위로 그게 제 방에 있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며 “실제 이게 있었다 할지라도 인사상의 불이익은 잘못 해석되거나 오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누군가가 저한테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작성했는데 저는 전달받지 못했고 그것으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직 처리된 SH 간부, 법원서 일부승소 판결

하지만 블랙리스트 의혹은 SH공사 전 간부와 SH공사 사이 소송전으로 번졌다. 블랙리스트 문건이 공개된 뒤인 2017년 11월 6일 당시 변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서울시 부시장으로부터 경영진의 사직서 제출을 지시받았다”며 미리 준비해놓은 사직서에 서명하게 했다고 한다. 간부 7명이 사직서를 냈지만 사표가 수리된 이는 인사분야 담당 본부장으로 있던 A씨 1명뿐이었다. 이에 A씨는 “부당하게 사직 처리됐다”며 2018년 SH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4월 A씨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변 사장이 허위 진술로 A씨에게 사직서를 받았다”면서다. 법원은 당시 변 사장이 사직서를 받아내란 지시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도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전했다고 판단했다.

SH공사는 이에 “사태 수습을 위해 공동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A씨가 스스로 사표를 낸 것”이라며 법원에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중앙일보에 “회사 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지급액은 1심 판결보다 좀 낮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SH공사 측은 중앙일보에 “A씨의 사표 수리는 당시 혼란상황을 수습해야 할 직책자가 수수방관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1심판결의 임금 지급과 달리 2심에서 화해 결정을 한 것은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어서 A씨가 자의로 사표 낸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감 몰아주기, 채용비리 의혹도 

블랙리스트 의혹과 함께 당시 SH공사의 일감 몰아주기, 지인 채용비리 등 의혹도 불거졌었다. 김성태 전 의원은 당시 “변 사장이 대학동문인 ○○○에게 연구용역을 몰아주고 취임 후 1급을 9명이나 영입하며 변창흠 사단을 총동원해 박원순 시장 라인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 사장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가 대표로 있는 회사들이 수의계약으로 수행한 용역이 있는지는 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했고, 채용 비리 의혹에는 “제가 와서 새로 시작한 정책수출사업단이라든지 주거복지를 하게 되면 그 분야의 전문가를 모신 것”이라고 소명했다.

변 후보자 측은 14일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당시 문건을 인지하지 못했고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SH공사 현 노조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은경·김민상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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